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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Jul 18. 2023

6화 - 덕질의 열정과 냉정 사이

사람을 좋아하면서 열정과 냉정 사이를 느껴보신 적이 있는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나는 그 사이를 분명 지나다녔겠지만 의식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열정과 냉정 사이를 오가게 한 주인공은 FT아일랜드다.


출처 : FNC엔터테인먼트 공식사이트, FT아일랜드(이재진, 최민환, 이홍기)

FT아일랜드는 2007년에 데뷔한 밴드로 데뷔곡은 사랑앓이이다. 노래가 좋다고 생각하며 'FT아일랜드'라는 이름을 이때부터 기억하게 됐다.


그 해 12월에 리패키지 앨범이 나왔다. 타이틀곡은 너 올 때까지, 이 곡은 사랑앓이와 비슷한 결의 노래다. 맹목적으로 기다리는 듯한 화자에게서 주인이 자신을 버린 지도 모른 채 언젠가 돌아와 줄 거라 믿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아지가 연상됐다. 그래서인지 들을 때마다 대형견이 울부짖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때부터 조금씩 좋아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 해 8월에 나온 정규 2집, Colorful Sensibility의 타이틀곡은 사랑후애. 이전 곡들과 비슷하면서도 이어지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사랑한 당신을 앓다가 네가 와주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오지 않은 상대방에게 얘기하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 해 10월에 Colorful Sensibility Part. 2가 발매됐다. 더블 타이틀로 활동했던 이 앨범은 FT아일랜드의 멤버였던 오원빈이 FT아일랜드 멤버로는 마지막이 된 앨범이었다. 마지막이 싫어서 듣지 않은 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2009년 2월 17일에 발매된 앨범 Jump Up은 그 당시의 새 멤버인 송승현이 영입되고, 처음으로 함께한 발걸음이기도 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은 나쁜 여자야로, 슬퍼만 하고 기다리던 노래의 화자가 점차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되었다.


같은 해 7월에 나온 CROSS & CHANGE 앨범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노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느껴졌다. 타이틀곡은 바래로 곡의 분위기는 밝고 힘차게 변해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다음 변화가 기대된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3개월 하고 10일 뒤, 리패키지 앨범이 나왔지만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10개월 후에 나온 Beautiful Journey 앨범의 타이틀곡, 사랑사랑사랑 이홍기와 FT아일랜드를 빛내주는 노래가 되었다. 노래를 들으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목소리가 왠지 TV에서 본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기분이 들었다.


2011년 5월 24일에 발매된 앨범 Return, 타이틀곡 HELLO HELLO는 'Everybody say Lalala, Everybody say Hahaha, Everybody say Tatata, Everybody say Hello hello hello' 부분에서 창문이 하나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 창문을 통해서 서로가 소통하는 것 같았다.


같은 해 10월에 나온 앨범은 리메이크 앨범입니다. 변진섭의 새들처럼, R.ef의 상심, 투투의 그대 눈물까지도, 이범학의 이별 아닌 이별,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이 FT아일랜드의 색으로 재탄생된 이 앨범(MEMORY IN FTISLAND)의 타이틀곡이 바로 새들처럼 입니다. 이 곡을 통해 원곡인 변진섭 님의 새들처럼을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변진섭 님의 새들처럼은 낭만적이었고, FT아일랜드의 새들처럼은 자유로이 나는 새들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2012년 1월의 마지막 날에 발매된 GROWN-UP 앨범은 맛있게 우러난 국물요리 같았다. 전곡을 다 듣고 나니 얼큰하면서도 재료의 맛들이 다 느껴지는 기분이 앨범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은 지독하게,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전 시간에선 죽은 연인의 영정사진을 껴안고 울고 있었는데 톱니바퀴들이 돌아가자 다시 그 연인을 만나게 되고, 연인을 대신해 교통사고로 죽는 내용이었다. 이 노래는 아마도 그 이후의 내용이거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책하며 말하는 것일 거라고 추측했었다.


그 해 9월에 나온 정규 4집 FIVE TREASURE BOX 앨범은 멤버들의 자작곡이 실려 있다. 타이틀곡인 좋겠어는 들으면 신나고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밝은 곡이다. 멤버들이 쓴 건 아니었지만 좋았고, 좋아한 노래였다.


그 이후 1년 만에 발매된 Thanks To는 데뷔 6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Memory는 드디어 밴드 하면 떠오르는 록 음악이다. 이런 노래가 나오기를 바란만큼 2주라는 활동은 더없이 짧게 느껴졌다.


2개월이 지나 나온 앨범 THE MOOD 또한 활동이 오래가지 못했다. 타이틀곡인 미치도록도 좋은 노래였지만 막상 생각하면 떠오르지 않는다.


그다음 앨범은 일본에서 활동하며 낸 곡들을 모아 번안한 앨범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5년 3월 29일에 나온 다섯 번째 정규앨범 I WILL이 발매되던 날, 내 열정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 이유에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드디어 멤버들이 만든 곡이 타이틀곡으로 뽑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타이틀곡, PRAY가 하드록 음악이라는 것이다! 속이 막히고 답답할 때 많이 들었지만 불안하고 힘들 때 듣기도 했다. 이 노래가 같이 기도해 주고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혼자 노래방에 갈 때면 꼭 불렀었다.


2016년 7월 18일에 나온 Where's the truth? 앨범은 기억에 없는 것으로 봐선 모르는 게 분명했다. 타이틀곡인 Take Me Now를 들어보니 I WILL의 PRAY보다 더 강해져서 돌아온 하드 록 음악이었다. 더 강렬해진 밴드의 사운드가 가슴을 더 뜨겁게 지피는 것 같아서 좋았다.


2017년 6월 7일에 나온 10주년 기념 앨범인 OVER 10 YEARS는 10주년이었던 만큼 찾아서 들었었다. 이 앨범에는 위에도 적었다시피 사랑앓이 리메이크 버전이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있다. 보너스 트랙은 팬, 노래를 찾아 들어준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틀곡은 Wind, 화음처럼 차곡차곡 쌓아지는 악기의 소리가 곡을 풍성하게 만드는 건 물론이고, 쌓일수록 점점 더 거세지는 바람같이 느껴졌다. 10주년이니만큼 빠질 수 없는 팬, 프리마돈나와 함께한 수록곡이 있다. 나무라는 곡인데, 팬들의 실제 함성소리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콘서트장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해 다음 달에 바로 나온 앨범인 WHAT IF는 앨범 이름마저 처음 봤다. 그렇기에 타이틀곡 여름밤의 꿈도 초면이었다. 듣고 나니 청량하고 시원해서 더운 이 여름에 자주 들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멤버들이 군대 가기 전에 낸 앨범인 ZAPPING도 군대 가고 난 이후에 들으려고 아꼈다가 듣지 못한 채 넘겨버렸다. 타이틀곡인 관둬를 들으니 그때 들었다면 울었겠구나 싶어서 지금 듣고 있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9년 12월 31일에 송승현은 계약 종료로 팀에서 탈퇴했고, 최종훈은 떠들썩했던 그 게이트에 의해 탈퇴 및 연예계 생활까지 다 접은 채로 가게 되었다. 이 이후로 냉정해진 나는 누구 하나 찾은 적이 없었다.


현재 FT아일랜드는 이홍기, 이재진, 최민환 셋만 남아있으며, 2021년 12월 10일에 LOCK UP 앨범을 발매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말이 안 돼는 이 글을 쓰면서 처음 듣게 되었다. 왠지 애처롭고 쓸쓸해 보이는 노래가 홀로 남겨진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이상했다.


뜨겁게 좋아했던 열정과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진 냉정은 순간에 변한다는 걸 쓰면서 느꼈다. 그 사이를 서서히 좋아하기 시작하며 올라가는 온도와 서서히 사그라들며 식어가는 온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늘 시작과 끝은 생각했지만 시작하고 절정으로 올라는 과정, 끝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은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까먹고 있다가 글을 쓸 때쯤이 되어서야 꺼낸 굿즈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멤버가 바뀌기 이전의 FT아일랜드 졸업 포토북이다. 미용실에 갔다가 받은 건데 FT아일랜드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고갤 끄덕이며 좋아한다고 했던 내가 받아온 것이다. 그땐 참 행복해했는데 지금은 책꽂이에 꽂혀 방치된 채로 놔두고 있다.


덕질의 열정과 냉정 사이는 결국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게 되는 이유를 찾은 순간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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