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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Jul 11. 2023

4화 - 간절히 믿으면 최애는 괜찮다

간절하게 믿고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내 최애를 위해서 그런 적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2005년에 데뷔한 SS501이다.

출처 : SS501 홈페이지 (정민, 규종, 현중, 영생, 형준 순)

암욜맨으로 불리는 U R Man과 꽃보다 남자라고 하면 아-! 할 것이다.


SS501이 데자뷰로 활동할 때였다. 그전에도 스치듯이 티비로 본 기억이 있지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이때부터다. 노래의 가사처럼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이끌린 귀가 좋아한 사람은 이 팀의 메인보컬, 영생오빠였다. 맑고 깨끗하면서도 힘이 있는 목소리가 단번에 내 귀를 사로잡은 것이다. 외모는 말할 거 없이 당연했다. 미소년의 어린 왕자 같았다는 설명 하나면 충분할 것 같다.


U R Man으로 활동할 때는 사실 사람밖에 안 보였던 것 같다. 겉옷을 팔에 걸칠 정도로 내렸다가 입는 안무나 손으로 옷을 탁탁 터는 안무 그런 것도 잘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잘 보였던 건 한 사람이었다. 특히 중반부에서 I'm your man 하고 고개를 딱 들던 구간이다. 그 구간은 유독 직캠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2009년에 방영됐던 꽃보다 남자는 안 본 친구가 없을 정도로 모두가 좋아했다. 사실 나도 흰 천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해주는 키다리 아저씨 느낌의 지후 선배가 좋긴 했다. 더 좋았던 건, 드라마에서 OST로 흘러나오던 목소리였다. 바로 SS501이 두 곡을 불렀기 때문이다. 내 머리가 나빠서는 슬프고 눈물이 나야 하는 장면에 삽입이 되었고, 애인만들기는 데이트를 하거나 행복해하는 장면에 삽입이 되었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랐다. 그 OST 덕에 지금도 노래를 들으면 장면들이 떠오른다.


다시 음악방송으로 보게 된 건 다음 해의 Love Like This로 활동할 때였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SS501의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중심이었던 것 같은데, 손으로 L, O, V, E, ♡를 만들며 각각 화면에 비칠 땐 숨을 참았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되는 무대가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내가 처음으로 시간을 느끼게 된 덕질이었다. 3분의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채 삭제된 것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고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에 티비를 바라봤지만 이미 끝난 무대를 다시 볼 수가 없었다. 그 사실에 슬퍼하다가도 내일 또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날이 되자 올블랙으로 위아래 모두 까맣게 입은 채 무대를 하는 SS501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도 왠지 꽃보다 남자의 소이정처럼 보여서 좋았다. 그래도 어제 보고 오늘 또 봤다고 생각하니 짧아서 아쉬웠던 마음이 덜어졌다.


2010년도의 활동이었던 Love ya는 헤어스타일이 충격이었어서 기억을 하고 있다. 다행이었던 건 전과 별 차이가 없던 최애의 머리였다. 덕분에 조금은 편히 들었던 것 같다.


그 후로는 각자의 길에 들어서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게 계약만료 이후였을 것이다.


2011년, 영생오빠의 솔로곡인 Let it go가 나왔을 때였다. 3분 내내 한 사람을, 그것도 최애의 목소리를 듣고 최애만 볼 수 있다는 거에 설레하며 봤었다. 바람둥이처럼 보이는 듯한 가사의 노래가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지금 보니 가사를 다 이해하진 못했어도 곡 분위기로 모든 걸 다 이해했던 것 같다.


2012년, Crying이 나왔을 때는 타이틀곡보다도 수록곡이었던 Maria(눈물나무)를 더 좋아했다. 5분 20초의 긴 노래이기도 했지만 목소리가 더 잘 드러나는 곡이어서 더 좋았다. 발라드로 시작되면서도 록의 감성까지 살아있는 노래가 카랑카랑하면서 높은 목소리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작업의 정석이라는 노래로 활동했다. 그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더 빠져들었고 시간이 지난 뒤에도 가끔씩 찾아 들으며 행복해했다.


군대에 가기 전에 나왔던 몸이 약한 아이는 노래도 슬펐지만 한동안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더 울면서 들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의경으로 전역한 영생오빠는 더블에스301로 멤버들과 함께 활동하기 시작했다. Pain은 U R Man이 느껴지는 노래였다. 그들의 숨어서 듣는 명곡이었던 노래를 향수처럼 입힌 노래 같았다. 그게 너무 좋았다. 보고 싶었던 모습으로 변하지 않은 채 다시 활동해 준 게 고마웠다.


아하와 Remove로 활동한 뒤, 다시 활동은 멈춰지게 됐다.


다시 최애의 노래를 듣게 된 건, 문명특급의 숨듣명 콘서트였다. 규종오빠와 함께 U R Man을 추고, 내 머리가 나빠서를 부르던 그 모습은 모든 걸 그 시간으로 돌려놓는 것 같았다. 여전히 그때의 그 목소리,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걸 보게 되니 가슴이 벅차면서 눈물이 났다.


솔로활동은 2018년부터 재개되었지만 그 이후의 노래들은 지금에서야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夢;날다'부터 'Don't Forget You'까지 8개의 앨범을 듣는 동안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夢;날다의 타이틀곡인 '지구가 멸망해도'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처럼 이 노래를 듣고 있을 것 같은 내가 떠올랐다. 'Fly Away'는 이 앨범의 수록곡이자 전부처럼 느껴졌다. 설명글이 없어도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앨범의 전부 말이다.


Moment의 타이틀인 'Moment'는 TV로 삶의 순간들을 다시 돌려 보는 느낌이었다. 낮에서 밤으로 시간이 바뀔 때까지 돌려 보며 마음껏 아파하고 좋아하고 슬퍼하는 어느 사람의 모습이 파도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니가 뭘 알아', '너라서', '사랑받고 싶었어'는 헤어짐을 말한 사람의 심정이 변해가모습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둔 것처럼 보였다.


디지털 싱글인 '조금만 사랑했다면...'은 목소리에 귀가 가는 노래였다. 조금만 듣고 말 수 없을 정도로.


'소파'는 왠지 혼자 남겨진 사람이 소파에 누워 뜬눈으로 지새우다 따뜻해진 햇살에 겨우 잠이 들듯 슬프게 느껴지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이 노래를 들으며 잠들고 싶어 진다.


'MI CASA SU CASA'는 청량한 샴페인이 떠오른다. 바다의 모래사장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듣는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수록곡인 '종이여자'는 타이틀곡과는 다른 분위기로 금방이라도 바다에 빠져들듯 위태롭고 애처롭게 느껴진다.


'YourS Christmas'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온 캐럴로 디즈니 ost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을 밟는 기분이 들었다. 폭신하고 알 수 없는 행복이 차올라 가슴 따뜻해지는 감각이 비슷했다.


'Don't Forget you'는 작년에 나온 앨범이다. 나무의 그늘 같기도, 산들바람 같기도 한 노래가 꿈결처럼 들리는 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음색에 다시 한번 반한 것 같다.


위에서 얘기하지 않았지만 뉴스에서 계속 보도될 정도로 많은 논란이 있었고, 멤버들 각자에게 말 못 할 일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최애는 매년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고, 유튜브까지 다. 최근에 방송에서 봤던 건 국가가 부른다에서였다. 혼자서 한 'Snow prince', '이미 슬픈 사랑'을 부르던 영생오빠는 모든 게 여전했다.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목소리에서 묻어난다는 게 정말 너무 좋았다. 그리고 역시 록과 잘 어울렸다. 아니, 트로트 느낌의 노래도, 댄스, 발라드, 록까지 안 어울리는 게 없어 보였다.


가끔씩 생각나면 찾아서 꺼내보는 사진첩처럼 추억으로 가슴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늘 그랬듯이 간절히 최애를 믿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분명 최애만은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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