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사의 시 Nov 01. 2020

뜻밖의. 잉여의. 시간

무급휴가-하루

처연 앉아서 커피 원두를 갈고

두꺼운 책을 무히 읽다가 밑줄을 긋고

글이 써질 듯 말 듯 자판만 두드리다

그저 편히 드러누워 하루의 실망을 곱씹는다.


외로운 마음에도 그리운 사람이 누구인 건지

전화번호부 위에서 오르내리는 손가락

비틀 비틀하는 흔들 흔들마음

붙잡지 않으려다 되려 들러붙어버린 잉여

나에게는 득일까 아니면 실일까.


보글보글 담커피의 향

책 속 한 줄로 밑줄 그어지면

실망이 실패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 깨끗하게 아내어 자판 두드린다.


로운 마음은 그만큼 수선하

정착지 없는 가락은 여적 지도 오락 내리락

득보다는 실이 많은 시간의 잉여가

지난하게라도 흘러가기만을 바라며

요란하게 들러붙는 오늘을 조용히 떼어낸다.


초저녁 동네 개들이 울부짖는 자뷔의 온기가

시곗바늘 초침이 들려주는 억의 아날로그가

바다 한가운데임이 분명한 한 점의 불빛이 주는 아함이

너는 거기 있고 나는 여기 있는  감정의 리가

실인 듯 하지만 결국에는 득임이 확실한 이 모든 것이

참으로도 뜻밖이다, 아니 고맙게도 뜻밖이다.














작가의 이전글 눈물 흘려도 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