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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Dec 06. 2020

마루가 있는 집

잊기 싫어 기록하는 기억_1


한여름의 무더위.

그곳에다 넉넉한 크기의 모기장을 친다.

가족 모두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월광독서(月光讀書)가 가능할 만큼의 밝음이 거기에 있었다.




어른들은 그곳을 '대청마루'라고 불렀다.


여름 더위에 지쳐도 그곳에 누워있으면 금세 시원해졌고, 동네 어른들이 여럿 찾아와도 그곳이면 다 둘러앉았고, 그곳에 서서 동네를 내다보면 일을 하는 엄마와 아빠가 보였다. 명절이나 제사 때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서있었고, 한여름 열대야에 잠을 못 잘 때면 그곳에 모기장을 치고 가족들이 같이 누웠다. 그때 알았다. 달 빛에도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물론 나는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간혹 그곳 아래에서 벌어지는 고양이들의 싸움 소리가 두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곳은 그렇게 동물친구들의 집이 되기도 했다.


오래전 우리 집에는 안방과 사랑방을 연결하는 대청마루가 있었다.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이 집에 없으면 그곳을 청소하는 일은 항상 나의 몫이었지만 청소가 귀찮았던 나에게 그곳은 너무 크고 넓기만 했다.


지금의 집으로 치면 거실의 역할을 했던 대청마루는 이제는 거의 사라져서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대청마루뿐 아니라 마루가 있는 집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민속마을 같은 관광지나 가야 볼 수 있으려나. 그래서 옛날 풍경이 되어버린 그곳은 이제는 나의 기억 속에서나 간혹 등장한다.


공부한다고 드러누워서는 잠들어버리기 일였고, 집 지키는 강아지마냥 부모님을 기다리던 그곳에서의 정취가 점점 낯설어진다. 그 낯섦이 싫어서 굳이 이렇게 되새김질을 한다.


옛날 우리 집은 큰 마루가 있는 집이었다. 어른들은 그곳을 '대청마루'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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