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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May 02. 2021

존중받지 못하는 나의 운동성향

헬스 트레이너와 회원 사이의 간격

작년까지 스피닝을 하다가 올해 들어 생애 처음으로 헬스장 회원권을 구입했다. 바이러스가 극성이라 생활 동선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운동은 해야 할 것 같았다. 또 경제적인 여건이 나빠지면서 스피닝보다는 조금 저렴했던 헬스로 운동 종목을 변경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운동은 걷기나 달리기 또 자전거와 요가 같은 유산소 운동이 전부였다. 요가의 경우에도 너무 정적으로 느껴져서 금세 싫증이 났다. 좀 더 격하고 숨이 차고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을 선호하는 편이라 스피닝을 하게 되었고 헬스까지도 하게 된 것인데 중요한 점은 헬스장에서의 운동 방식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운동을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하길 원하지만 이런 나의 운동 성향이 헬스장과는 굳이 맞지 않는 모양이다. 헬스장을 다닌다면 1:1개인 PT를 하고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지 않을 거라면 동네를 걷고 달리면 되지 굳이 헬스장을 다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하는 운동이니 목표를 명확하게 잡고 거기에 맞춰서 개인 PT를 하고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헬스장을 똑똑하게 이용하는 좋은 예라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살을 많이 빼고 싶다거나 근육을 만들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목표가 아니라 몸의 건강을 위하여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몸을 움직여 소화력을 높여주고 땀을 내어 몸에 열을 내어주고 그렇게 지금의 몸을 유지하는 정도면 만족한다. 그러니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만들고 살을 빼야 한다고 하는 헬스장 트레이너들의 방식과는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헬스 초반에도 개인 PT의 압박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받고 있다. 전문 트레이너들이 있고 여러 운동 기구들이 많은  헬스장이 낯설어서 나에게 익숙한 기구들로만 운동을 하고 있는데 트레이너들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헬스장 이용의 나쁜 예 정도로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트레이너들의 그러한 요구가 불편하기만 하다. 날을 맞추고 시간 약속을 잡고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맞춰진 운동 약속 시간을 잘 지킬 수 있다 자신할 수도 없고 그럴 때마다 약속시간을 변경하고 죄송해야 하는 상황도 싫고 무엇보다도 트레이너가 하라는 데로 해낼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헬스장을 다니면 안 되는 운동 성향을 지닌 걸까?


나는 그저 외부에서 운동을 하는 것보다 운동 기구가 있고 좀 더 안전한 내부에서 운동을 하길 원한다. 미세먼지에 황사가 가득한 현대의 날씨를 버텨가며 외부에서 운동을 하길 원하는 사람은 없으며, 또 운동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도 않고 불특정 사람들의 눈이 너무나 많은 외부에서 불안하게 운동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헬스장을 이용하면 안 되는 것인가?


헬스 초반에는 나에게 개인 1:1PT를 강조하던 트레이너와의 한 시간에 가까운 실랑이로 피곤했는데 오늘은 또 다른 트레이너가 나에게 "유산소만 할 거면 동네를 걷지 헬스장을 왜 다니는 거냐?"라고 한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그 트레이너의 이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했고 운동을 하겠다고 등록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1:1 개인 PT는 하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이야기했고, 나의 운동 성향을 한 시간 가까이 설명을 했다. 그러면 그다음은 내 의지대로 운동을 하는 것만 남은 것이다.


트레이너들은 회원관리를 위해서라고 말 하지만 회원이 굳이 원하지 않는다는데도 강요를 하는 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영업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은 1:1 개인 PT의 효과를 부정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멍청하게도 나는 편한 운동방식을 선호하다 보니 거부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


헬스장을 등록하고 이용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1:1 개인 PT를 무조건적으로 받는 것도 아닐 것이고 대한민국 모든 헬스 트레이너들이 그것을 강요하는 것도 아닐 것이며 이 상황은 나에게만 벌어진 것일 수도 있으나 이러한 운동 성향을 가진 사람이 나 한 사람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조용하게 나만의 방식으로 운동을 하고 싶은 것뿐이니 트레이너들이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존중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 오늘 그 트레이너의 말은 나에게는 억울한 말이자 상처가 되는 말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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