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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May 15. 2021

제주도에서의 나의 5월이 사라졌다

뒷 목이 뻐근한 심리적인 요인

5월의 장마는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제주도에서 7년을 살아도 정말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아마도 육지에서 내려와 제주도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끼고 있을 거지만-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이것 때문에 제주도 생활을 접고 다시 육지로 가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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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날씨'이다.


육지에서 32년을 살면서 습기와 건조함을 모르고 살았던 것도 아닌데 제주도에서의 그것은 육지에서의 그것과 차이가 너무 크다. 장마철에는 너무너무 습하고, 겨울철에는 바람이 많아서 너무너무 건조하다 보니 이건 어째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내가 너무 싫어하는 습기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너무너무 건조하더니 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너무너무 습해진다.


어제, 오늘 이곳의 날씨는 내내 흐림이다. 잠깐 해가 나는 것 같다가도 금세 구름이 드리운다.


제주도의 5월은 내 마음이 피크인 유일한 달인데 올해는 그 마음의 피크가 사라졌다. 큰일 났다.




이틀 전 저녁부터 뒷 목이 뻐근하다.


나이가 먹고 건강에 예민해져서 운동도 하고, 건강보조제도 챙기고, 술도 많이 줄여보았지만 건강검진을 하루 앞에 두고 보니 여전히도 두려움이 찾아와서 긴장을 했나 보다. 지금은 건강검진도 끝이 나고 결과는 2주 후에나 나온다고 하는데 긴장의 여파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는가 보다. 여전히도 뒷 목이 뻐근한 걸 보면 -


나의 온 마음이 날씨를 닮아간다. 내내 흐림이다. 컨디션이 별로 좋지가 않다. 텐션이 전혀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했다. 지금 나의 뒷 목이 뻐근한 것은 우울에 빠져버린 내 마음이 원인이라고.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장마철의 과한 습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우울도 즐기면 그만이라지만 그건 마음의 흐림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의 얕은 감정을 경험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나는 우울 자체가 무섭다. 우울 속에 갇혀서 벗어나지 못하면 감당 못 할 불안이 찾아와 나는 두려움의 긴장감에 휩싸여 온 몸과 마음이 다 아프더라고.


부담스럽게라도 웃고, 억지로라도 즐거워야 한다고 반강제로 텐션을 올린다. 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책과 글을 읽고, 이렇게 글이라도 쓰면서 마음을 쓸어내려본다. 하지만 나는 이 불안의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불안의 긴장을 느끼며 터득하게 된 나만의 방법이 있긴 하다.


내 불안의 가장 밑바닥에 앉아 있는 마음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것.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세상 모든 일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고, 버텨내기에 지쳐버린 사람이라서 외로우면 외롭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살기 위한 이 선택이 막상은 참 좋은 방법이다. 감정을 솔직하게 소화시키는 과정은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불편한 감정도 반복적으로 겪다 보니 그 감정을 겪어내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나저나 날씨가 점점 더 어두워진다. 나의 5월이 사라진다.

이틀 전까지 돌아가던 가습기는 이제는 제습기로 바뀌고 곰팡이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온 세상이 눅눅해졌다고 내 몸과 마음까지 눅눅해질 필요는 없다고 다독이면서 또 한 번의 나의 불안을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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