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사의 시 Jul 25. 2022

속 시끄러운 하루

나의 진심이 존재하긴 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는 개새끼일 수 있다.



북적거리던 집안이 적응이 되지 않는다. 집을 떠나 있던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는 없던 일이었기에 나의 공간이 침해당하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것들을 오랜만에 다시 겪게 되면서 내가 제주도라는 먼 곳으로 도망을 쳤던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그래, 나는 이런 게 싫었지. 엄마와의 기싸움도 싫었고,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던 내 주변도 싫었고, 확인되지 않은 내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떠돌다 내 귀에까지 들어오는 상황들이 싫었고, 내 한 몸 조용하게 뉘일 공간이 없다는 것이 싫었지.'


'집'이라는 곳으로 돌아온 지 정확하게 한 달 만이었다. 내가 돌아온 것을 후회하는 시간이-


참 어려운 감정들이다. 혼자 살았던 7년이란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이었는데 그 외로움이 싫어 돌아온 집에는 관계의 '적당한 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피곤함이 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보면 집을 떠나기 전에도 분명 이러한 이유들이 있었다. 혼자 살면서 잊어버리고 있었을 뿐인 거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참 많이도 참고 살았던 내 삶이 보여서 좀 쓰리다. 예의와 매너를 이유로 나에게 참을성을 강요했던 엄마와 아버지의 모습을 내가 닮아 있는 것도 같아서 그것도 너무 싫다. 본래라면 이런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을 텐데 그러고 보면 나도 변하긴 변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여전하다. 조금은 솔직해지고 싶어도 그 솔직함으로 인해 생겨날 소란이 불편해서 예전과 다름없이 참고 만다. 


예전에는 참으면서도 당연히 참아야 한다 생각했으니 이렇게 속 시끄러울 것까지 없었지만 이제는 참으면서도 참고 있는 내가 너무 억울해서 자꾸만 속이 시끄럽다. 7년을 내가 나만 생각하고 살다가 다시 주변의 눈치를 보고 살펴야 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고 보니 너무 많은 생각들이 스쳐서 결국 나는 화가 많은 사람이 되어 있다. 


7년 동안의 개인주의가 이렇게 화가 되어 남았다. 그저 이 화가 타인에게 까지 뻗어나가지 않길 바라지만 솔직히 어디로 어떻게 튀어나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나의 하루하루가 평온하기만을 바라는데 그렇게 되기에는 이미 글러먹은 것 같아서 하루 종일 시끄러운 속을 달래는 것도 버겁다. 




'지금까지의 상황과 말들에서 나는 진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나는 참기만 해야 하니 억울하다 생각이 들었을 테고 그럼에도 참아야 한다 생각했으니 화가 났을 거고. 이러한 마음으로는 뭘 해도 진심일 수가 없다.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나 자신을 너무나 선명하게 지켜보아야 하는 내가 느껴야 하는 자괴감도 만만하지 않은 상처로 자리 잡았다.


내가 나를 미워하는 일이 얼마만큼의 상처인지는 너무나 잘 알아서, 이러고 있는 내가 또 한심해서 지금 나의 속은 말이 아니게 시끄럽다. 그래서 늘 그렇듯 이번에도 극복보다는 내려놓기로 마음을 단순화시켜본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개새끼일 수 있다. 그럼 그러라지 뭐. 다만 나를 개새끼로 보는 그 누군가가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단골 카페와 아이와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