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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Dec 12. 2022

삶의 처절함을 모르는 인생이 나쁜가요?

생각의 편협함에 대하여

" OOO 씨는 삶의 처절함을 모르는 것 같아요."


분명 비난은 아니었으나 나에게는 참 불편한 말이 되었다.




삶은 왜 처절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 치열하게 혹은 절실하게 삶을 살지 않는다고 비난을 하면 나는 그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과연 내 삶의 '치열'과 '절실'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그저 사소함에 만족하는 삶을 사는 거라고 나름의 방식을 이야기해 보지만 소용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처절한 혹은 치열한 혹은 절실한 삶을 모르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렇다면 삶의 처절함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인생에서 바닥을 친 경험을 말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인생에서의 바닥은 또 어딘가?


상당히 주관적이고 판단기준이 서지 않는 질문을 던져 놓으면 답은 한 가지로 귀결되지 않는다.


다만 공통적인 답은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안쓰럽고 불행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는 거. 그런 순간이 되면 자신의 삶이 처절하다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면 나는 내가 안쓰럽고 불행하다고 분명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 인생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물론 기간 한정의 처절함이었다.


이런 이유로 삶의 처절함을 모르는 것 같다는 그 말이 나는 참 불편했다.




나이가 먹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삶의 치열함과 처절함을 알아야만 인생을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삶의 처절함을 인생의 훈장쯤으로 여기는 인식 말이다.


그저 굴곡 없이 평안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절실한 삶이라는 걸 모르는 무지함을 지닌 체 말이다.




나에게 삶의 처절함을 모른다고 말을 했던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은 처절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이 안쓰럽고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자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내가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자신만 아프고 자신만 상처받았다는 생각에 갇혀있는 그에게 지금 당장 내가 해줄 말을 찾지 못했다.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자신이 안쓰럽지 않을 만큼의 상황이 온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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