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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Dec 19. 2022

여행기 같지만 출장기입니다

주말에 출장을 가본 적 있나요?


황금 같은 주말이었고 나는 업무차 출장을 가야 했다.  그 귀찮음을 아는 듯 하늘에선 더러운 쓰레기가 예쁘게도 많이 내렸지만 나의 출장길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경상북도에서 전라남도까지의 먼 여정이었다. 살아오면서 내 여행 기억에 전라도는 없었다. 경상도에서 전라도로의 여행은 쉽지 않은 길이었고 그래서 나는 전라도를 여행한 적이 없었다. 어차피 이번 출장길도 업무차였기 때문에 여행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전라남도 여기저기 둘러보는 계기 되긴 했다.



담양 죽녹원이 첫 방문지였다.

날씨는 추웠고 그래서 관광지에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대나무는 푸릇푸릇하다. 추운 날씨에도 초록 푸릇한 대나무들이 빼곡한 곳이다.


오래전 일본 교토 아라시야마 여행 생각났다. 그곳에도 대나무가 빼곡한 여행지가 있.

 '치쿠린 숲'이었던 기억이 난다. 죽녹원과 그곳은 유독이나 닮아 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의 대나무 숲은 을씨년스러웠다. 옛날부터 절개(節槪)를 의미하는 대나무는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싶은 사람들의 의지가 대나무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는데 그 흔적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유명 맛집의 식당 벽체와 살아 숨 쉬는 대나무의 줄기는 에게는 같을 수가 없었다.



출장 첫날의 숙박지가 있는 목포에 도착했다.


목포에서 해양케이블카를 탄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하기에는 너무 추웠던 기억만 난다.


그럼에도,

목포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틀째 날 첫 코스는 천사 대교를 경유하여 퍼플 섬이었다. 

무려 1004개의 섬을 가진 신안의 들 중 한 곳이다. 착장 아이템에 보라색이 있으면 입장료가 무료라고 했다. 그런데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참 어설펐다. 일단 날씨가 너무 어설펐고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그냥 보라색을 칠해놓은 조용한 시골 동네일 뿐이었다.


차가운 바닷바람 덕분에 내내 추웠다. 이 빠진 갯벌의 휑함이 더욱 추위를 느끼게 만들었다.


옷을 무려 다섯 겹으로 껴입고 걸었다. 바람은 차가웠고 손 얼어버렸어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동네를 끝까지 걸었던 이곳 퍼플 섬이었다.



추위를 무릅쓰고 해남까지 도착했다. 이틀째 날의 숙박지가 있는 곳이었다.


해남에 있는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 전시관에서 만난 명대사다.


영화 "명량"이 생각이 났다. 대한민국에게 있어 이순신은 영웅이자 전설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명량해전은 세계 7대 해전사에 올라 있다고 한다.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씨 탓에 배가 뜨지 않아서 가장 기대했던 보길도는 갈 수가 없었고 대한민국 땅끝마을인 해남에서 전망대에 올랐다.



여정의 마지막 날.

눈이 쌓인 날씨 탓에 준비한 일정은 모두 버려야만 했고 대체 일정으로 부랴부랴 강진에 있는  다산 정약용 박물관으로 갔다.


온 세상이 하얗다. 예쁘지만 예쁘게만 보이지 않는 풍경이었다.



길은 미끄러웠고 바람은 차가웠고 바다는 우리에게 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한 카페에서 차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할 뿐이었다.



담양에서 떡갈비 정식 먹고



목포에서 회정식(with. 홍어) 먹고



해남에서 삼치 요리 코스로 먹고



순천에서 꼬막 요리 정식 먹고


여수에서 기념품으로 갓김치 사고 돌아오니 늦은 저녁이었다. 나는 지금 감기 기운에 힘겨워하는 중이다.


나에게는 출장이었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여행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 그럴 만도 하지만,


' 담양-목포-해남-강진-순천-여수 '


한 곳을 진득하니 둘러보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3일 동안 6곳을 도는 이번 출장은 확실히 여행 같지는 않았다. 돌아와서 이렇게나 피곤한 걸 보면 나는 분명 일을 한 것이다.




전라남도에 있는 대교(大橋)를 무려 7개를 넘었다고 한다. 2박 3일 드라이브 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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