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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Apr 22. 2023

그럭저럭 알약을 삼키게 되었다

누구나 가진 각자의 시간을 믿어.

어린 그때에 나는

알약을 전혀 삼키지 못하였다.

기억이라는 걸 할 수 있을 무렵부터 그랬다.

그러니까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어린이였다.


모든 알약은 가루가 되어 삼켜지기 일쑤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약을 삼키는 일은 참 어려웠다.

어릴 적의 트라우마? 약을 먹는다는 두려움?

뭐- 그런 것 어디쯤이겠지 생각했다.


알약을 못 삼키는 건 인생에 있어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저 사소한 불편함 정도일 뿐-


오늘이 되어

그럭저럭 알약을 삼키는 나를 발견하고 보니 깨닫는다.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 의지가 생기고 그러면 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꾸준히 알약을 먹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의지가 생겼다. 그렇게 그럭저럭 알약을 삼키는 법을 이제야 터득하게 되었다.


알약을 삼키기 위해 과하게 애를 쓰던 예전 모습은 이제 없다.  그렇게 애를 써도 어렵던 일이 이제는 큰일이 아니다.






그래.

굳이 애를 쓴다고 다 이루는 것은 아니다.

애를 쓴다는 건 어느 정도의 강요 혹은 억지도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필요에 의해서 의지가 생길 때 꼭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자연스럽게 터득을 할 수 있는 순간도 반드시 온다.


마흔이 넘어 인생의 자연스러움을 다시 한번 배운다.


젊은 날에 피는 꽃이 꼭 젊은 시절에만 피지는 않는다는 걸.

늦게 피면 늦게 핀 만큼

좀 더 오랫동안 꽃 피울 수 있을 거라고.

누구나 각자의 시간이 있는 거라고.


깨달았다. 나는 오늘 그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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