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챙겨서 자존감 지켜
넌 참 못생겼다.
엄마는 예쁜데 너는 왜 그래?
이모는 못생겼어.
자신감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건 참 피곤한 일인걸 알지만 자신감이 없는 어른으로 성장해 버려서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였다. 거짓을 볼 줄 모르는 어린 조카의 눈에도 나는 그렇게 보이는구나, 더 큰 상처를 받았어도 애써 괜찮은 척 웃어넘겼던 경험까지 더해져서 나는 나를 점점 더 기피하기만 했다. 상처받을까 겁이 나서 시작도 하지 않았고, 포기는 일상이었다.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나를 지킨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자신감 없는 사람의 자존감이라고 여겼다.
나보다는 너를, 당신을 더 생각하고 더 다정하게 챙겨야지만 나를 좋은 사람으로, 괜찮은 사람으로 봐줄 것 같아서 늘 그렇게 행동했고, 그때는 그래야지만 내 마음이 편했다. 보이는 것으로는 내가 매력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던 시절에는 그렇게 행동으로라도 보여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외면의 아름다움 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외면의 아름다움은 진즉에 포기하고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도 키워보자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기준도 방법도 모르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만 의식해서 그저 착한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에게 강요했다. 내면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데 말이다. 결국에는 내가 나의 목을 옥죄는 결과를 만들었다.
자기주장이 없는 삶, 사랑받지 못하는 삶, 사랑하지 못하는 삶, 용기라고는 없는 삶-
누가 봐도 잘 살고 있지 않았다, 나는.
인격을 형성하게 되는 어린 시절에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는 건 성장단계에 있어서 참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은 스스로가 만들고 지켜내야 하는 거지만 자신감은 외부적인 요인으로도 충분히 형성될 수 있는 듯하다.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칭찬 한 마디, 행동하나에도 자신감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단계에서 형성되지 못한 나의 자신감은 뒤늦은 일탈로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모하게라도 용기를 내었고, 자기주장을 내세웠고, 원하는 것을 해보기도 했다. 사람들의 질타도 받았지만 응원도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보기도 하고, 완벽하게 혼자이기도 하면서 내가 나를 신뢰할 수 있는 기회,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비판하며 조용하게 자기 객관화를 하고, 때로는 상처받은 나를 위해 자기 위안을 하기도 하고, 적어도 스스로는 속이지 말자고 생각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나로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이만큼 되고 보니 내가 나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순간들도 생겨났다. 나에게 있어 그건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는 지금도 예쁘지 않다. 예뻐지기 위해서 병원을 다닌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건 그저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못생겼던 나는 나이까지 먹어 더 볼품이 없다. 그럼에도 어릴 때의 나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던 예쁨 들을 간혹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한 번씩 자괴감에 빠져드는 순간들도 분명 있다. 아직까지는 스스로에게 완벽하게 솔직해지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나의 며칠을 휘감았다. 지금에서야 다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흩어진 자신감을 다시 주섬주섬 주워 모아 나의 자존감을 지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또 반복이 될 상황들이지만 이렇게 면역을 키워놓으면 다음번엔 조금은 더 손쉽게 나아지겠지.
못생긴 사람이 못난 사람까지 되는 건 정말 못 봐줄 것 같으니까 못난 짓은 여기까지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