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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Nov 29. 2023

잊었다. 책도, 글도-

핑계도 명분도 많아서-

둥글 동글한 원도 계속 구르다 보면 울퉁 불퉁 모가 나고 각이 진다.

자꾸만 각이 진다.

패이고, 꺽이고, 찔리고, 찌그러져 정체를 알 수 없게 된다.


바쁨을 핑계로 삼아본다.

잊었다. 책도, 글도.


동글 동글 원 안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던 시절을 잊었다.

모가 난 각 안에서 낯선 이를 마주한다.


' 당신은 누구인가? '


상처를 명분으로 삼아본다.

책도, 글도 다시 옆에 둔다.


어디로도 굴러가지 못하는 각 안에서

마주한 낯선 이만 쳐다보았다.


모가 나서 각이 진 인생이 정 맞아서 둥글어지면

그것만큼 다행인게 없다.

둥글 동글한 인생이 모가 나서 각이 지고 보니

바닥이다. 바닥이었다.


' 당신의 바닥은 이런 모습이구나. '


감정의 바닥이, 마음의 바닥이

삶의 바닥으로, 인생의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보니,

이것 조차도 자연스럽구나.


' 지금, 여기가 나의 바닥이구나. '


주어진 격한 감정의 파동을 이제는 겪어 내었다.

그 순간의 최악을 그동안의 최선으로 겪어내었다. 


또 한번 겪어 내고 보니, 바닥까지 내려 앉아 있는 나는

드디어 청소를 시작한다. 

내가 두 다리 뻗고 누울 그곳을, 깨끗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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