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가 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인다'가 더 정확한 워딩이겠다. 나의 일상 조차도 확신이 없을 만큼 바쁜 나날들을 처음 경험하면서 정신을 못차리고 이리 저리 휘청거리다 보니,
건강검진이나 하는 순간이 되어야 여유가 생기는 구나-
혈압이 175까지 올라가는 지금의 나의 상황이 당황스럽다기 보다 '그럴 줄 알았다'고 인지가 가능할 정도였으니 어지간히도 하긴 했구나 싶었다.
일상에 지쳐 쌓여버린 감정들을 내어 비칠 명분과 방법을 찾다보니 나는 몸도 마음도 상당히 거칠어졌다.
어떤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이 거칠었고, 어떤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울었고, 어떤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폭력을 일삼았다. 그걸 나는 매번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매일 누군가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매일 스스로를 망가트렸고, 그래서 나는 매일 망가지고 있었다.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을.
이 나이를 먹었으니 그래도 된다고, 그래야지만 내가 나를 지킬 수 있고, 지옥의 구렁에서 버틸 수 있다고- 이것이 그동안 나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틀렸다.
차분하고 온화하지 못하여 평화롭지 못한 일상은 나를 병들게 만들었다. 내가 나를 병들게 했다.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소소한 재미들을 다시 상기 시키면서 본래의 나로 돌아가려한다.
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마흔이 아니라서 적잖이 당황스럽지만 나는 아직 선택의 여지가 있고, 내가 지옥에 있음을 실감하게 만들어준 이들에게서 벗어날 용기가 아직은 남아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