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사의 시 Feb 02. 2024

시간이 항상 '금'일 필요는 없어

다시 한 번 백수가 되어버린 내 인생의 격동기

세상이 역변하듯 내 시간도, 내 인생도 격동의 세월들을 지나간다. 

뭐 그렇게 대단한 삶을 살아간다고 이렇게도 출렁거리는 시간들을 겪어나가는지 솔직히 다 알 지는 못하겠다. 그저 살아지니 살아가는 나의 기준과 방식대로 살아가다보니 이렇게나 격한 파도 역시 만날 수 밖에는 없는 자연스러움인지도 모르겠다.


한겨울이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추위가 느껴지지 않은 것처럼, 격동기를 거쳐가는 나의 몸도 마음도 그다지 곤궁하지는 않다.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의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대변할 이렇다 할 말을 찾느라 머리에 지진이 일지만 사실, 굳이 이유나 변명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지금까지 꽤부리지 않고 요령 피우지 않고 살아온 내 시간들에 대한 위로와 위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소위 MZ들이 말하는 '파이어족'은 아니다. 그렇게 살아갈 능력도 없고, 그럴수도 없는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니까. 다만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일 필요도 없이 그냥 다시 한 번 맑은 공기를 들이 쉬고, 체내에 쌓인 노폐물들을 뱉어낼 수 있는 단지 그만큼의 시간이 지금 나의 시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시간은 '금'이 될 수 없다. 


꿈이나 희망을 가지기 보다는 그저 눈 앞에 쌓여 있는 책들을 읽어나가서 읽어야 할 책들을 줄이는 시간이 필요하고, 바쁘지 않게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은 색다른 풍경과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뿐만 아니라 80년 혹은 90년이라는 긴 시간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가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에게 멍하니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 무엇도 쫓아가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하겠다는 큰 계획이 없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심하기도 할 것이고, 무책임해 보이기도 할 것이고, 무능력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의 내 인생이 퇴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분명 똑바로 앞을 보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음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시간은 그저 들숨과 날숨 사이의 아주 잠깐의 공백 정도가 될 거라고 나는 다짐하고 있다. 단지, 그 공백을 조급함과 조바심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없어 호기롭게 여유를 부려보려고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지금 나의 시간에 너무나도 적확하게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이젠 안녕, 나의 아저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