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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Apr 24. 2024

방금, 런던(20240422)

14시간의 비행

지구과학적 측면의 '시차'라는 개념이 참 신기하긴하다.


분명 22일, 월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20시간 가까이 이동을 했음에도 여긴 다시 22일, 월요일 저녁이 될 뿐이었다. 시간만 놓고 보면 그저 '여기서 저기' 혹은 '거기서 여기' 정도의 거리감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 생경함이지만 나는 방금전에 런던에 도착했다.





정확하게 10년전 런던에서 한 달을 살았던 나는 그때와 지금의 감정변화를 실감한다.


호기심, 의욕, 활력, 자신감, 두려움, 불안 등으로 설레었던 10년전의 내가 지금은 그저 피곤함으로 무장하여 숙소를 찾아가는데 비싼 택시를 이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으로 편안함을 사고 보니 이만큼 좋은것도 없다. 10년전의 설레임이 10년후에는 조금은 피곤함으로 변해 있었다.


나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무엇에 대한 관심과 설레임이 사실은 게으름과 피곤함을 무릅써야지만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기때문에 설레임이 피곤함이 되는 건 나에겐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일뿐이었다.


변하지 않은 건 그때나 지금이나 혼자라는 거.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외로운 건 마찬가지지만,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을 좀 더 터득했다는 건 또 하나의 변화겠.


아! 나의 변화도 변화지만 여행의 방식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10년전에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영국 런던으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입국심사 없이 런던 공항을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자동입국심사' 덕분에 빠르게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결국 2번에 걸친 나의 런던행에서는 악명높다는 영국의 입국심사를 경험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우버'라고 하는 정확한 이동 서비스를 처음으로 경험해 보았다. 미리도 말했지만 본래 나는 여행지에서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대중 교통과 도보로 여행을 하는 내가 피곤함을 이유로 비싼 돈을 들여 편안함과 안전함을 구입해 본 결과 돈이면 뭐든지 되는 자본주의의 세상을 사랑하게 되는 짧은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또, 한화 30만원정도를 파운드로 환전해서 런던에 도착했는데 지금의 런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카드사용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현금을 쓸 일이 없다. 런던 교통카드인 오이스터 카드 충전도 대부분 카드로 진행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준비해 온 현금이 남을 것 같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교통카드가 그대로 런던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남는 파운드는 다시 환전을 해야할거 같다.


숙소에 짐을 대충 내려놓고 인근에 슈퍼가 있는지 확인하러 나가는 시간이 저녁 9시가 좀 넘었다. 다행인건 도보 5분거리에 COOP이 있다는 사실. 제일 저렴한 물 2병을 구입하는데 2파운드를 지불한다.


이번 여행 궁극의 목적지는 포르투갈이다. 아마도 거기서 한 달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장기여행을 할때는 모든 여행을 완벽하게 계획할 수 없기 문에 여행을 하면서 다음 여행지를 계획하는 경우가 흔하다. 현재 나는 포르투갈 리스본과 포르투까지만 계획을 세워놓았다. 포르투갈 남부를 여행할지, 언제 포르투갈을 떠날지, 그 다음은 어느 나라로 갈지,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지 등등 결정된 사항이 아직은 없다.


그래서 숙소에 인터넷 사용여부는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데,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나의 숙소에서는 지금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와이파이가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뭔가 나의 생각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 이 상황에 한참을 당황해 보지만 와이파이가 연결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니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그나저나 현재,

대한민국은 정오이고 런던은 늦은 새벽이다. 많이 피곤함에도 잠에 들지 못하는 건 '시차' 때문이라고 여기며 뜬 눈으로 런던의 아침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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