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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Apr 24. 2024

지금, 런던(20240423)

손흥민과 토트넘

새벽 늦게 잠들어서 3시간 정도의 짧은 잠을 자다가 아침 8시에 깬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그칠 거라고 알려주었지만 런던 날씨는 역시나 어디 가지 않는다. 런던은 아직 겨울에 가깝다. 목도리와 패딩이 필요한 날씨에 비까지 오니 정말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일어나서 숙소 와이파이를 다시 연결시키고 샤워를 하고 짐가방을 다시 정리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봄 옷을 걸쳐 입고 오늘의 목적지인 토트넘 홋스퍼 굿즈샵 'TOTTENHAM EXPERIENCE'로 향한다.


목적지에 가기 전 숙소 근처 언더그라운드(지하철역)에 들러서 런던 교통카드인 오이스터카드를 충전한다. 혹시 몰라 챙겨 온 10년 전 오이스터카드가 여전히도 사용이 가능하다.


숙소 위치가 확실히 애매해서 근처 언더그라운드들이 도보 20분에 가깝다. 그나마 가까운 'HOXTON' 지하철역으로 가서 교통카드 충전 기계 앞에 섰다. 10분 넘게 기계와 눈싸움을 하다가 30파운드를 지불했다. 그중 20파운드는 기계가 삼켜서 날려먹고 결국 10파운드만 충전할 수 있었다. 오이스터 카드 충전 시 가장 먼저 오이스터 카드를 기계에 태그 하면 카드 잔액이 뜨고 충전할 금액 버튼이 화면에 나타난다. 충전 금액을 선택 후 현금을 기계에 주입하고 기다리다 화면이 바뀌면 오이스터 카드를 한 번 더 기계에 태그 해야만 충전이 완료가 되는데 마지막에 오이스터 카드를 기계에 태그 해야 한다는 걸 몰라서 20파운드(한화 34,000원)를 버리고 보니 점심은 굶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부터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까지는 버스를 이용한다. 한국에서도 시내버스 타는 걸 상당히 두려워하는 편인데 런던의 빨간색 2층 버스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매력이 있다. 2층 버스라는 생소함이 한몫을 하는 거지만. 무엇보다 구글 지도가 있어서 버스 타기가 두렵지 않다는 건 10년 여행과의 다른 점이긴 하다.


10년 전에는 어디를 가도 가장 먼저 여행자 센터에 들러 종이 지도를 받아서 여행을 시작했었는데 이제 종이 지도는 나의 손에 없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무서우면서도 참으로 유용하다.



빨간색 2층 버스를 타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까지 가면서 생소한 북런던 거리를 즐긴다.



포르투갈로 가기 전 런던을 방문한 이유는 오로지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런던에 머무는 기간 동안에는 토트넘 경기가 없어서 경기 직관은 하지 못하고, 굿즈샵만 볼 계획으로 런던에 들렀다. 처음 생각은 굿즈샵에서 손흥민 홈경기복을 구입하려 했으나 막상 굿즈샵에 들러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100파운드(한화 17만 원)의 홈경기복을 포기하고 30파운드(한화 51,000원)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투어에 참여했다. 예산이 궁한 여행자로서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었다.



스타디움 투어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셀프 투어로 진행되었다. 홈구장을 가이드 없이 둘러보았다. 솔직히 웬만큼 영어를 잘하지 않으면 가이드가 있어봐야 소용이 없다. 유창한 가이드의 영어 설명은 아무리 들어봐도 들리지가 않으니 말이다. 나 같은 여행자에게 셀프 투어가 더 좋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략 한 시간 정도였을까? 감개가 무량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생동감을 경험하는 일이 이렇게나 감격스러운 일인건지 나 스스로도 새삼스럽게 놀랍다. 손흥민이 좋아서 토트넘 경기를 보았던건데 이번 투어를 통해서 내가 토트넘을 애정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투어만 하고 굿즈는 일절 구입하지 않았다. 나의 자제력에 박수를 보낸다.


런던의 날씨가 너무 춥다. 봄 옷은 아직 가능하지 않은 날씨였다. 숙소에 들러서 겨울 패딩을 꺼내 걸치고 다시 나간다. 북유럽을 갈 생각으로 유일하게 하나 챙긴 겨울패딩이 이렇게나 유용할 줄이야......



버스를 타고 런던 브리지로 간다. 거기서부터 웨스트민스터 다리까지 대략 40분 정도는 걸었다. 10년 전의 기억이 그렇게나 생생할 수가 없다. 버로우 마켓, 사우스 워크, 탬즈강, 셰익스피어 극장, 테이트 모던, 밀레니엄 브리지, 런던아이, 국회의사당과 빅벤까지. 변한 듯 변하지 않은 그 길을 구글 지도 없이 다리가 아프도록 걸었다.



어제의 불안과 피곤함이 오늘 설렘으로 바뀐다. 멀리까지 와서 그저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하루 2만보를 걸으면서 런던에서의 여행 의지를 다시 불태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10년 전의 기억이 참으로 생생하다.


퇴근길 지옥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길을 좀 헤매긴 했지만 여행은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걸 그때나 지금이나 실감한다.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런던에서의 둘째 날이다.


그런데 TESCO 마트에는 왜 컵라면이 없을까? 내가 알고 있는 컵라면이 없어서 맥주만 샀다.


다리가 전반적으로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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