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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Jul 14. 2024

유일한 내 것은 없었어

나 조차도 공공재였어


이른 아침, 책상에 앉아 책을 읽기에 적당한 음악을 플레이하고 읽어야 할 책을 펼친다. 책을 읽기에 적당한 음악이라고는 하지만 그저 내 취향의 음악들이다. 내가 선호하는 나만의 리스트라고 생각했던 그런 음악들.


퍽이나 색다른 것, 나만의 것을 바라지만 사실 색다를 것도 그리고 나만의 것도 없었다. 음악도 책도 그림도 영화도, 그러니까 그 어떤 나의 취향들도.




유튜브나 인터넷을 뒤적이면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취향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나만 가졌다 생각했던 것들, 나만 아는 가수, 나만 아는 장소, 나만 아는 작가 등 그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나의 취향을 닮았든, 내가 그들의 취향을 닮았든 상관없이 오직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졌고 그 사실이 조금은 쓰라렸고 아쉬웠다. 나에게 있어 그것이 왜 쓰라리고 아쉬운 건지는 아직 정확하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지금은 오로지 나만 가지고 싶은 소유욕이 과하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나만 유일하게 가졌다' 거나 '나만이 알고 있다'가 지니는 가치는 스스로를 남들과는 다른 사람으로, 상당히 특별한 사람으로 평가하게 해 줄 거라는 우월감을 주기에 너무나 적당하다. 상품을 사고팔 때 '한정판매' 혹은 '리미티드 에디션' 딱지가 붙어있는 상품들이 마케팅에 효과적인 이유도 사람들이 가진 이러한 심리현상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로 인식되어진다는 것은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세상에 생겨나는 것들의 대부분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생겨나는 모든 것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 '그들'을 위해서 생겨난 것들은 '누구 하나'만을 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사람조차도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한다. 공인의 성격을 띠는 사람은 두말할 것 없이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고, 일반인들도 부모, 자식, 직원 혹은 직장상사, 형제, 친구, 지인 등의 수많은 공적인 관계에 놓일 때가 많다. 현실이 이러할진대 유일한 나만의 것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어릴 때부터 '네 것'과 '내 것'을 확실하게 구분 지었던 나는 생각만큼 소유욕이 컸다. 남의 것을 탐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것은 확실히 아까워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만 세상의 이치를 배워가면서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가끔 나의 취향껏 나만의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공유되어지는 나의 취향을 확인하면서 나만의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배운다. 그래서 지금은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어서 좋은 점들을 일부러라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속이 쓰라리고 아쉬운 와중에도 나의 취향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를 유튜브에서 발견한 순간 다행이다 싶었다. 손쉽게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시간절약과 더불어 편했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손쉽게 정보를 얻고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고, 나의 취향을 편하게 찾아내어 내가 원하는 대로 활용을 할 수 있어서 공공재로서의 취향 공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공공재들 사이에서 유일한 나만의 것을 가지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내가 직접 나만의 방식으로 유일한 내 것 하나를 만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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