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0 PM 19:00
나의 다이어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행복해질 시간이야.'
지난 주말 정말 오랜만에 '서울'을 다녀왔다. 웬만해선 서울을 잘 가지 않는데 B형 독감까지 서둘러 이겨내고서 서울로 향했다. 사실 서울행 당일까지도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서 갈까, 말까를 열심히 고민했는데 결국에 나를 서울로 이끌었던 건 금전적 아까움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 내 서울행의 목적은 대한민국 유명 밴드의 콘서트 공연을 보기 위함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밴드 'Nell'의 공연을 종종 보러 다녔었다. 몇 년 동안 열심히 다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잊고 살고 있었는데 오래전 함께 공연을 보러 다녔던, 미국에 있는 친구의 이야기에 불현듯 마음이 동하여 2025년도 밴드 'Nell'의 서울 공연 티켓을 구입하고 말았다. 옛날 그 밴드의 공연을 보러 다닐 때와 비교해 보면 공연장의 사이즈도, 티켓의 가격도 천지차이가 되었고, 시대도 많이 변하였고, 무엇보다 공연을 즐기는 세대도 바뀌었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의 콘서트를 기대하며 기다린 이유는 20년 전의 나와 내 친구가 즐기고 느꼈던 그 느낌 혹은 기분이 생생하게 되살아 났기 때문이었다.
콘서트행 1주일을 남겨놓고 나는 B형 독감에 걸렸고, 병원에서는 열이 내릴 때까지는 격리를 하라고 해서 회사인에게는 황금과도 같은 연휴를 격리하는 시간으로 모두 보냈다. 지금까지 살면서도 독감을 경험하지 못했던 나의 신체는 맥을 추지 못했고, 5일 동안 열심히 앓고 나니 열이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콘서트행이 피곤으로 다가오는 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콘서트를 선택했다.
오랜만에 서울행으로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탄다. 생소한 도시에 홀로 덩그러니 놓였더니 이곳이 분명 대한민국임에도 혼자서 유럽을 여행하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상당히 이방인이었다.
낯선 도시, 낯선 공간.
혼자서 카페에 가고, 혼자서 저녁을 먹고, 혼자서 공연장을 찾아간다.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도 외로움 혹은 쓸쓸함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혼자라는 사실인식이 무조건적으로 외로움이기만 한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파고들어 나의 존재에 대해 잠깐이지만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분명 필요했다.
나의 생각 속에서 잠시 나를 멀리하고, 그들 혹은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
참으로 홀가분한 순간이 나에게는 분명 필요했다.
20년 전의 공연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내가 상상했던 스타일의 공연은 완벽하게 아니었다. 스탠딩도, 완벽한 헤드뱅잉도, 시원시원한 떼창도 가능하지 않았다. 공연 내내 방방 뛰면서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머리를 흔들어대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연이 아니었다. 조용하게 보컬의 목소리를,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등의 악기 소리를 고스란히 감상해야 했다. 전혀 역동적이지 않고 오히려 너무 차분한 공연이었다. 그랬더니 20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라이브'라고 하는 생생한 사운드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연장의 사운드가 완벽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았다. 드럼이 심장을 두드리고, 베이스 기타의 묵직함이 귀에 들어오고, 보컬의 목소리가 더없이 완벽한 악기라는 것이 하나, 하나 나누어 너무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사실 오래 전의 공연에서는 악기소리, 보컬의 미세한 목소리까지 하나하나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때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밴드와의 교감이 더 큰 쾌감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사운드로 인해 전달되는 선명함에 감동을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더니 텔레파시가 통한 것 마냥 진짜 그 노래를 불러준다. 그 순간의 생생함으로 피곤함도 스트레스도 모두 사라졌다.
'나'라는 번뇌에서 잠시 벗어나 그들에 의지해 '행복'이라는 도파민을 과다 분비시킬 수 있었던 시간.
2025년 05월 10일 저녁 19:00. 내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었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