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력이라는 형태의 '번뇌'

살아가는 게 너무 숨이 차서 그러는데......

by 천사의 시
나의 발목을 잡고서, 나의 손목을 잡아 끄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첫 번째, 신경전.

아직은 발이 묶였으나, 나는 계획이 다 있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분명하게 세워져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 계획의 준비단계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었고, 조금씩 팽팽하게 당겨지는 고무줄의 한쪽 끝을 잡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만의 묘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이유 있는 가스라이팅에 그것이 가스라이팅임을 인지하고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수용했다가 나는 내가 너무 안쓰러워진다. 표현되지 않는 묘한 긴장감을 잔뜩 안고서 상대의 가스라이팅을 거부하기로 한다. 온전하게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상대와 나의 강렬한 긴장감 속에 내가 나와 잔잔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나는 아직 발이 묶였으나, 나의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두 번째, 번뇌.

나에게는 선택권도, 결정권도 없었으나 상대가 요구하는 '책임감'으로 인해 불필요한 선택과 결정에 개입을 하였고, 그 결과 더 단단하게 발이 묶여버렸다. 나는 팽팽하게 당겨지는 고무줄의 한쪽 끝을 여전히 잡고 있다가 '책임감'으로 대표되는 가스라이팅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상대는 '책임감'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부담감'이었고,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책임감을 가질 이유도, 필요도 나에게는 없었지만, 자꾸만 주어지는 '부담감'이 결국에는 번뇌가 되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할 것인가에 대한 확고했던 나의 계획을 자꾸만 무너뜨리고 있다. 상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강렬한 긴장감이 쓸데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 번뇌로 인해 증명되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가스라이팅을 거부하기로 한다.


세 번째, 혼란.

나의 손목을 잡아끄는 나의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었다. 묶인 발목과 잡아 끌리는 손목 사이에는 장력이 존재하고, 그 장력을 '번뇌'라고 나는 부르기로 한다. 이성적으로 '번뇌'와 함께 감성적으로 '혼란'이 한꺼번에 찾아온다. 상대는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삶을 내 손바닥 위에 얹어 놓고, 나의 선택으로 누군가의 삶이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육하원칙에 근거한 명확했던 나의 계획은 진행될 수 있는 것인가? 다른 누군가의 삶을 결정할 권한이 나에게 있는 것인가? 나는 그 누군가의 의지와 노력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나는 왜 무겁기만 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인가? 묶인 발목과 잡아끌리는 손목 사이에 존재하는 '번뇌'라는 장력으로 인하여 나는 온통 소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네 번째, 방황.

완전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의 한쪽 끝이 장력이라는 형태의 '번뇌'로 변형이 되어버렸다. 외부와 내면 모두 온통 소란함으로 멍석말이를 당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흠씬 두들겨 맞았지만 여전히도 어떤 결론에 도달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가스라이팅은 거부하기로 한다. 육하원칙에 근거한 명확한 계획이 실행 중이든, 그저 상당히 주체적인 방황이 진행 중이든 상관없이 현재는 분명 결론이 아닌 과정의 시간이다. 어떤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주관적이고 독립적인 결론이길 바라며, 지금은 상당히 주체적인 방황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다섯 번째, 깊은숨.

옆도 뒤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가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이고 보니 여기서 거기까지의 거리를 시속 130킬로 혹은 140킬로로 달린다. 죽음의 공포로 인해 세상이 무섭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니 살아가는데 숨이 찰 수밖에. 나의 패턴, 나만의 속도를 찾는다. 들숨을 쉴 때는 코로 천천히 깊게 들이쉬고, 날숨을 쉴 때는 입으로 천천히 뱉어 낸다. 한숨은 아니지만 한숨처럼 들이쉬고, 내쉬며 몇 번의 반복을 하다 보면 뇌 깊숙이 전달되는 신선한 공기의 감각이 온몸의 전율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숨이 턱까지 찬 내 하루의 반성은 깊은 한숨이었다.


'살아가는 게 너무 숨이 차서 그러는데 잠시만 쉬어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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