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 속에 빛은 없어.

나와 너를 위한 기도

by 천사의 시


입이 가벼워 거친 말을 내어 뱉은 후 마음이 무거워 오래된 사찰로 도망을 쳤다. 이게 여유가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느긋하게 그곳을 걸었다.



오래된 사찰에는 조용함이 없지만
바람에는 달콤함이 묻어나서
걷는 내내 나의 마음이 달콤함으로 물든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어
잔뜩 주름이 졌던 나의 얼굴이 더욱 찡그려지지만
어디에 붙어있는지 알 수 없는 내 마음은
유독이나 빳빳하게 다려진다
이런 여유가 오랜만이라
여기가 어디든 거기가 어디든
얼굴이 피고 마음이 핀다

여전히 달콤한 이 바람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얼마간의 기간 동안 나에게 없던 여유를 만끽하면서 거칠게 내어 뱉었던 나의 말들을 후회라는 핑계로 주워 담으면서 한참을 걸었다. 산속 깊숙이 걸어 들어가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바람이 달콤하여 마음까지 달콤해지는 신선함을 몸소 체험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 달콤함은 어디에서 불어오는 것일까? 경로가 어찌 되었든 그 순간 나를 감싸는 달콤함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우울함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볼 수 없는 나의 얼굴이지만 나는 내가 자연스럽게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한창 상처를 받고 슬픔에 빠진 친구의 전화를 받고서, 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까 통화 내내 생각을 했지만, 공감에 둔하고 위로에 서툰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시간이 지나야 해!'라는 흔하디 흔한 말 뿐이었다. 사실 현재 그녀의 상태로 봐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한들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었다. '상처', '아픔', '슬픔', '괴로움' 등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정점을 찍는 순간에 있는 사람들의 흔한 증상 중 하나가 입은 열리고, 귀는 닫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들어주기만 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들어주기만 해!'를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 뭐라 해 줄 말을 찾지 못하는 순간이 되자 자연스럽게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는데, 내 친구는 한창 나빠지고 있다. 그런 그녀를 위하여 나는 다시 오래된 사찰을 찾아가서 그녀의 평안을 위한 기도를 했다. 겨울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어 내가 바라는 기도가 이루어질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겨울이 너무 따뜻하여 이상하다가 마음이 시린 누군가를 떠올리며 겨울임을 확인한다. 그녀는 아마도 한동안 슬프고 아플 것이고, 나는 다만 그 시간들이 길지 않기를 바란다.


밝음 속에 빛은 없어. 그것을 찾으려면 어둠 속으로 가야 해.


지금은 컴컴한 흑백의 공간을 부유하고 있겠지만 곧 바닥에 가라앉을 수 있을 거라고. 일어날 힘이 없다면 한동안 바닥에 머물러도 좋다고. 잔뜩 어두워진 어둠 속에서는 한 줄기 빛을 찾기가 훨씬 쉽다고. 한 줄기 빛만으로도 마음의 세상이 밝아질 수 있다고. 그러면 바닥을 짚고 두 다리를 뻗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 빛이 동아줄이 되어 줄 거라고. 그러니 너무 오래 아파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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