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 소리를 들어도-
쌓아 놓은 책들을 뒤로하고 오늘도 새로운 책들을 입고 시킨다. 읽어 낸 책의 수량만큼 새로운 책들이 쌓인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좋은데, 나의 글은 언제쯤 써 질까?
오늘 아침 상쾌하게 일어나 점심 약속을 위해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내 차 뒤편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는 것이다. 내 눈으로 확인을 했을 때는 후방 카메라가 아래쪽만을 보고 있었고, 트렁크가 열리지 않을 만큼 차가 찌그러져서 처참했다. 이제 2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내 차의 뒤태를, 그것도 내 차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뒤태를 완전히 박살을 내놓은 장본인은 바로, 우리 아버지였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고 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집 앞마당에 가만히 서 있던 나의 차를 그저 살짝 긁었다 말하는 아버지에게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만다.
"퍽이나 살짝 긁혀서 트렁크도 열리지 않네!"
그리고 한마디를 덧 붙인다.
"아버지, 운전을 이렇게 하실 거면 면허증을 반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반납제가 운영이 되고 있고, 평소 아버지의 운전 습관을 생각해 볼 때 그랬으면 좋겠는데 사실 아버지는 면허증을 반납할 수 없다. 아직은 일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비소 몇 군데를 돌며 견적을 내어 보니 최소 160만 원 ~ 최대 300만 원까지 견적이 나온다. 그래서 오늘 하루, 나는 너무 화가 나고, 슬프고, 짜증이 나는 하루를 보냈고 남은 시간을 그렇게 보내게 될 것 같다.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잔잔한 책을 읽어도 마음은 전혀 차분해지지를 않는다.
유튜브를 보는데 지방직 공무원이자 유튜버의 퇴사 소식으로 세상이 시끄럽다는 숏츠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운영하던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많이 빠졌다는 소식까지. 한 개인의 퇴사 소식이 나라를 들썩일 정도가 되어야 하나 의문이 들지만, 유명인이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납득이 된다. 객관적인 상황은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이 소식에서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그의 퇴사 이유였다. 이유 역시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유독이나 무채색이 강한 공무원 세계에서 너무나 강렬한 유채색을 띠는 공무원이 되었으니 그가 속한 곳에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생성이 되었을 거라는 건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듣지 않아도 들린다.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동안을 공무원 세계에 몸담아 봤기에 경험칙상으로도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긴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앞날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형식적이고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공무원 세계의 이미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벗겨지지 못하고 있다. 도시는 그나마도 나은 편인지 알 수 없지만 농촌의 경우는 더욱더 그런 이미지가 강하다.
오래전 공무원 세계에 몸 담고 있을 때의 이야기인데, 신규 공무원의 업무처리가 미숙하다는 한참 선배 공무원의 하소연에 신입이라 모를 수 있으니 좀 알려주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나도 어렵게 배운 걸 왜 쉽게 알려주냐는 선배 공무원의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때 선배 공무원의 말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나 보다. 공무원 사회의 폐쇄성, 보수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그 당시의 나는 생각했다.
현재, 읍내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2km 정도의 지방도로가 급커브도 심하고, 주변 산에서 야생동물이 나오기도 하고, 저녁에는 너무 어두워서 가로등을 좀 세워달라고 민원을 넣었더니 돌아오는 공무원의 답변이 '걸어 다닙니까?'였다. 그래서 생각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공무원 사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이 역시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누구 하나가 변화시킬 수는 없는 이런 답답한 세계에서 유독이나 반짝이는 MZ들이 버티지 못하는 것 역시 어쩔 수가 없는 일이고, 강렬한 유채색을 띠는 그 역시 버텨내지 못해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는 걸 미루어 짐작해 본다.
나는 단지 이 말이 하고 싶다.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