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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Sep 16. 2020

내 삶의 관성의 법칙

위태롭고 아찔하고 두렵고 무서운 그것.

내가 진지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너무나도 설득력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자꾸만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주눅 들게 할 때,
 
자기 연민으로도 나를 합리화할 수 없는 순간이, 그래서
내가 하려는 모든 일들에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 기다렸다는 듯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초라하게 만들 때,
 
나는 그 한 숨의 길이만큼 현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 발 뒤에 현실을 두고, 한 발 앞의 이상을 쫓아가는 자.
내 삶의 관성은 딱 거기라는 사실을 발견한 오늘.




곧 입 밖으로 어떤 말이든 두서없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가도 삼켜버리기를 몇 시간째.

정리되지 않는 말들을 조합하기위해 머릿속 문장들은 논리를 찾느라 바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하여 심장은 내내 안절부절 두방망이질이다.

그렇게 하루 반나절이 지나갔다. 그제서야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라는 게 -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참 어이가 없다. 도대체 나는 무엇이 그리도 무섭고 두려운 걸까?


솔직한 감정을 꺼내 놓으려 하루 반나절을 마음 졸이는 사람에게 '관계'란

100M 높이에 묶인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이 위태롭고 아찔하고 두려운 것임을 절실하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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