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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Sep 10. 2020

경증의 불안장애를 겪는다

간혹 불안이 찾아온다. 오늘처럼-

나는 나의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基因)된 것인지 모른다.

몇 년 전 어느 순간에 찾아왔고, 지금도 간혹 찾아온다는 것만 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눈 앞의 모든 것들이 새로워지고 진땀이 나고 손이 심하게 떨리고 온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지고 숨이 가빠지던 첫 만남이 너무나 강렬했었다.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제대로 발목이 잡혀버렸던 그때의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살면서 한번 가보지 않았던 병원을 가고. 먹고 싶지 않은 약을 처방받고. 멀리 있는 친구를 붙들고 하소연하고. 혼자서 열심히 울기도 하고. 하지 않던 운동도 하면서. 또 책도 열심히 읽으면서. 본래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들을 붙들고 버텼다.  그냥 그 한 달 정도의 시간은 거의 악을 쓰며 살았던 시기였다.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이 역시도 살면서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일이었다. 내가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냥 조용히 스스로의 마음을 생각하라고. 그리고 그 생각의 끝까지 따라가 보라고. 그렇게 생각의 끝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을 읽어보라고. 그 마음이 불안의 원인이자 해결책이 될 거라고 누군가가 알려주었다.

나는 서툴렀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마음을 읽어 내는 것도. '불안'이라는 두 글자에 사로잡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연습이 필요했다. 일단 조용해지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여타(餘他)의 생각들을 꺼내고 나의 마음을 집어넣는 연습 말이다. 이후에는 그래도 조금은 수월했다. 마음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져갔다. 신빙성과 정확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 끝 지점에서 만난 건 나의 외로움이었다.


나는 그냥......

그러니깐 나의 외로움이 두려움이 되었고 두려움이 불안이 되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며 인생의 변화를 신뢰한다. 나는 안전하다.




한창 불안에 떨던 시절에 읽었던 책, 루이스 L. 헤이의 '치유'.

나는 그 시절에 이 책을 만난걸 천운(天運)으로 생각한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내가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했다면 나는 그 시기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 확신한다.

 

이제는 그러한 시기도 한참은 지나갔다.


너무나 뜬금없었던 나의 변화에 스스로도 참 당황스러웠고 그래서 더 힘들었던 불안의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강도가 약해졌다. 하지만 여전히도 이유를 모르겠는 불안의 증상들은 간혹 찾아온다.  오늘처럼-


약간의 긴장. 약간의 두근거림. 약간의 아득함. 약간의 두통. 약간의 떨림.


이제는 익숙해진 터라 이것이 불안의 증상이라는 걸 인지하고 당황하지 않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루이스 L. 헤이가 알려준 저 문장을 습관처럼 몇 번이고 되새긴다. 신기하게도 나의 마음은 고요해진다.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은 내 마음의 믿음이 가져다준 심리적 효과라고 할 지라도, 나는 그렇게라도 괜찮아졌다.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나니 나는 점점 나만 생각하게 되었다. 이기적인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점 개인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모든 상황에서 나를 더 위하는 선택을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이타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사람으로 그런 삶을 살아가려 한다.




이곳이 제주도라고 해도 삶은 삶일 뿐이라는 걸 생각지도 못하게 배우면서 나는 좀 더 초심으로 돌아간다.

이 모든 문제, 상황, 감정, 슬픔이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 된다.




그 시절에 이런 글을 썼다.

그래.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다. 찾아보면 나만 이렇게 살아가는 건 아닐 거라고. 21세기의 세상에는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그들도 잘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나도 잘 겪어 내고 잘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그 사실이 큰 위안이 된다.


불안장애.

나를 들여다 보고 그렇게 발견한 내가 어떤 모습이라 할 지라도 인정하고 그런 나를 사랑해주고. 변화가 필요하다 느껴지면 변화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되는 거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겪어내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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