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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망 Oct 02. 2023

단 한 방에 무너지지 않는 법

이기기 위한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저기... 왜 이렇게 멀쩡하세요?


두 번째 수업 시간, 진행되는 운동 강도와 뒤따르는 고통을 알고 있기에 도망가고 싶었지만 어쨌든 문을 열고 들어가서 출석 체크를 했다. 또다시 고통을 느낄 생각에 겁이 났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포기하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게 더 무서웠다.


나는 아직 준비 운동으로 해야 하는 팔 벌려 높이뛰기 50번이 버겁다. 워밍업으로 하는 운동부터 호흡이 가빠지니, 오늘 하게 될 운동 강도를 생각하기만 해도 막막하다. 하지만 두 번째 수업까지는 코치님에게 개별 코칭을 받기 때문에 여전히 다른 사람들보다 운동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도 오늘은 중간에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운동을 해냈다. 남들보다 약한 강도의 운동이었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약 40분가량의 체력 운동이 끝나고 마무리 유산소 운동에 들어갔다. 500m 전력 질주.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라 마무리 운동으로 제격이다. 가볍게 마음을 먹고 러닝머신에 오르는데 바로 옆 러닝머신에 오늘 진행하는 운동이 계속 겹쳐서 눈에 띄었던 여성분이 올라탔다. 혼자 뛰는 것보다는 역시 누군가와 함께 뛰면 더 열심히 뛰게 된다. 그렇게 나 혼자 유대감을 느낀 운동 메이트와 함께 500m를 달리고 러닝머신에서 내려왔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숨이 넘어갈 듯 헉헉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은 나와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는 여성분 되시겠다.


단 한 방에 무너지지 않는 법


체육관에서 하는 운동은 늘 힘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운동은 코치님과 함께하는 킥복싱 훈련이다. 체육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칠판에 적힌 그날의 운동을 혼자 진행하다가 코치님이 부르면 킥복싱 훈련에 들어가는데, 정말.. 정말... 힘들다. 쉴 새 없이 미트를 가져다 대는 코치님과 그것을 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내 팔다리는 이미 체력 운동으로 지친 상태에서 완전히 조져지곤 한다.


사실 킥복싱 실력을 늘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총 1시간의 운동 시간 중에 50분을 체력 운동에 쓰고 남은 10분으로 킥복싱 훈련을 하는 이유는 결국 가장 기본자세인 '가드'를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함으로써 상대방의 주먹 한 방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위처럼 무거워지는 손을 계속 들어 가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위한 강력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본기가 튼튼한 사람은 절대 한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지는 법이 없다.


무너지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

킥복싱 훈련이 끝나갈 때쯤, 이미 바닥난 체력으로 마지막까지 주먹을 뻗기 위해 이를 악물고 스텝을 밟고 있는데 코치님이 내 어깨를 붙잡고 스텝을 멈추라고 하셨다. 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미 없이 제자리에서 스텝을 밟는 것은 연비도 좋지 않은 차가 기름을 바닥에 들이붓고 있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맞다. 나는 오래 버티기 위해서 체력의 총량을 길러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가지고 있는 체력을 아끼면서 사용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부자가 되기 위해 더 벌기 위한 생각은 끊임없이 하면서, 소비를 줄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결국 세상의 모든 법칙은 다 비슷한 원리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그걸 너무 어렵게 따로 생각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결국 우리가 링에 오르는 이유는 상대방보다 더 오래 서 있기 위해서이다. '가드'만 올려서는 결코 상대방보다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만으로는 절대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가지고 있는 체력의 총량을 알고, 적절히 분배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리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 과정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지겹고, 어려운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실실 웃음이 나는 이유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하루가 언제 끝나는지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 끝까지 서 있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의 땀방울 덕분에 바깥 온도보다 조금 더 뜨거운 체육관 바닥에 드러눕는 것이 이기기 위한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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