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별거 없네

0~4주 아기

by 덤보아빠

출산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가면 길고 장대한 산맥이 눈 앞에 나타난다.

바로 육아다.

넘는데만 20~30년 정도가 걸리는 이 산맥은 중간 중간 높은 봉우리와 절벽 그리고 깊은 계곡 등 수많은 난관이 있다고 들었다.

각 봉우리를 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높든 낮든 가야한다.

하지만 전략을 잘 짜고 좋은 등산로를 고르면 비교적 편하게 오를 수는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우리는 미운 세살이라는 출산 이후로 가장 높은 봉우리를 오르고 있다.




아기가 태어난 직후의 2주는 첫 봉우리를 넘으면 나오는 짧은 평야에 비교할 수 있다.

육아 중 가장 쉬운 단계에 속한다.

수시로 깨서 우유를 먹여야 하기 때문에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만 빼면 어려울 것도 없다.

울면 젖을 맥이고 그래도 울면 눕히면 잔다.

깨어 있는 시간이 매우 적기 때문에 따로 뭘 해줄 것도 없다.

한국의 산후조리원의 기본 상품이 모두 2주로 구성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씻기는 것도 간단하다.

몸에서 노폐물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물로만 그것도 얼굴과 머리만 씻기면 된다.

방법도 간단하다.

아기를 럭비공 같이 안은 상태로 뒷목을 받친 후 나머지 손으로 씻긴다.

조금 더 크면 아기를 해먹이 달린 목욕통에 눕혀놓고 부드러운 거즈 등을 이용해 씻기면 된다.

세상은 좋아졌고 육아는 장비빨이다.

역시나 물로만 씻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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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할머니 손길 (우) 한 달 형아의 목욕




아기들은 우유만 먹기 때문에 변이 묽다.

색깔로 초록색이다.

때문에 아기들은 수시로 변을 보는데 마치 우리가 속이 안좋으면 자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것과 같다.

어른 변 같은 똥은 나중에 고형식을 시작하고 나서야 볼 수 있다.


아기가 배변을 봤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기의 것이라고 아침 숲속에서 나는 상쾌한 냄새가 날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실상은 전날 술을 잔뜩 마시고 본 어른의 그것과 비견될 정도의 흉험한 냄새가 난다.

그리고 똥을 쌀 때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힘을 주는데 똥싸는 티가 난다.


묽다보니 변이 엉덩이에만 묻어 있는 것도 아닌데다 기저귀 사이로 새기도 하고 엉망진창이다.

또 닦아주려고 기저귀를 벗기는 순간 쉬를 하는 일도 잦다.

갑자기 집에 분수 호수 공원이 생긴 느낌이 든다.

그 모든 난관을 뚧고 아이의 뽀얀 궁딩이를 닦고나서야 새 기저귀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반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별 것 없다.




아기들은 빠르면 2개월, 늦으면 생후 5~6개월까지 모로 반사라는 것을 한다.

소리에 반응하는 원시 반사로 무언가에 놀라면 팔다리를 쭉 뻗으며 손을 폈다 오므린다.

굉장한 사실은 놀라서 모로 반사를 한 것인데 되려 그 모로반사에 아기 본인이 더 놀라게 된다는 것이다.

자다가 모로 반사를 하게 되면 깨서 울거나 뻗는 손에 얼굴이 긁히기도 하는 등 작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그 모로 반사를 억제하기 위해 우리는 속싸개를 하는 것이다.


또 아기들은 체온 조절이 미숙하기 때문에 몸을 잘 감싸서 체온을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더워지면 태열이 올라오기 때문에 공기는 춥게 유지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우리가 여름에 에어컨을 16도로 해놓고 겨울 이불을 덥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속싸개를 싸는 방식은 부리토 랩을 싸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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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부리토


그런데 우리 아기는 속싸개를 가만히 하고 있는 아기는 아니었다.

아무리 꽁꽁 싸매도 시간이 지마면 팔을 빼고 자고 있었다.

얼굴 긁지 말라고 손싸개를 해놓는데 어떻게 했는지 그 손싸개 마져도 벗고 얼굴을 긁는다.




2주가 지나면 슬슬 난이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깨어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우는 일도 잦아진다.

어떤 날에는 하루 종일 울기도 했다.

먹고, 자고, 울고 이 것을 24시간 반복했다.

잠도 잤고 배도 채웠는데 울면 답이 없다.

그냥 안아주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때까지도 꽤나 괜찮다.

이 시기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잠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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