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서적과 육아 방법론

빛 좋은 개살구

by 덤보아빠

본격 육아를 앞둔 우리는 출산 전 다양한 육아 서적을 읽었다.


임신중이던 아내가 그 이야기를 하자 먼저 육아를 시작한 내 아내의 친구는 아내에게 "그거 책대로 하나도 안된디~"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리석었던 나는 아내의 친구가 책대로 올바르게 수행하지 못해서 그랬으리라고 지레짐작했다.

육아는 잘 모르지만 책이 말하는 바는 얼핏 보기에 굉장히 논리적으로 느껴졌고 의지만 있으면 될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정독하고 익혀 엄정하게 따르기만 하면 하면 쉬운 육아는 보장된 셈이나 다름 없어 보였다.


다시 생각해도 참 순진했다.

육아는 변수가 너무 많았고 그 어느 것 하나 책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아기 기질이 제각각인데 하나의 정해진 방식이 통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한심했다.


결과적으로는 방법론을 말하는 육아 서적은 딱히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육아서적 하나로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아내가 육아 교과서 중 하나라고 알아온 책이다.

이 책은 똑똑하고 게으르게 육아를 하라고 말한다.

'똑똑하고 게으르게'라는 문구가 내 심금을 울렸다.


일단 이 책은 다 읽지는 못했다.

책을 꽤나 읽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책의 문장이 좀 어지러워 재미도 없고 읽기도 힘들었다.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를 여러가지로 표현을 하는데다 축어까지 사용하니 조금 거슬렸다.

게다가 했던말을 반복하는 느낌이라 이 책이 날 어디로 이끌려는 것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내용이 단순했고 핵심 이론과 방법론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되어 정독까지는 필요가 없다고 느껴 대충 훑고 끝을 내었다.

비록 문체는 나와 맞지 않지만 워낙 명성이 자자한 책이니 다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계획 수유를 하라는 것이고 그 순서는 먹고, 놀고, 자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몇주차에는 몇 번 수유를 하고 어떻게 놀리고 어떻게 재우는지도 알려줬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난다.


먹놀잠 계획표에 따르면 1~2주차에 하루 8~9번 수유를 하라고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놀고 먹는 것도 8~9번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있었다.

한국에서 초음파 검사를 했을 당시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기 위가 작으니 자주 먹여야 할 것이라고 하셨었다.

정확하게 보셨다.

덤보는 하루 12~13번을 수유해야만 했다.

한번에 충분히 못먹으니 자주 배가 고프고 자주 울고 자구 먹었다.

그때서야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물론 비록 수유 횟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잠을 수유 횟수와 같은 12~13번을 잤다면 먹놀잠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먹고 눕히려다 울고 또 먹고 재우려다 우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렇다고 먹놀잠 계획표에 맞추겠다고 13번 먹어야 할 아기를 8번만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교적 공신력이 더 있다고 느꼈던 '삐뽀삐뽀 119'의 저자 하정훈 선생님은 계획수유를 하지 말라고 한다.

아기가 달라는 대로 주고 충분히 주라고 한다.

몇주차에 몇미리를 몇번 이런 것들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재우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어떤 아기들은 등센서라는 것을 달고 나온다.

이 아기들은 눕히면 운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아동 학대라도 당한것처럼 운다.

우리 덤보도 그랬다.

물론 부모에게 아기가 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기는 한다.

하지만 갓 태어나 모든것이 혼란스럽고 괴로운 아기를 울게 방치하는 것은 좀 아내와 나의 정서에 맞지는 않았다.

그러니 수유를 8~9번만 하고 아기 혼자 누워서 놀다가 졸리면 잠드는 똑똑하고 게으른 육아가 우리에게는 맞지 않았다.

물론 어떤 것이든 어느정도는 우리 상황에 맞게 유도리를 발휘하는 것이 맞지만 너무 차이가 나버리면 그조차도 어려운 것이다.


우리 아이와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먹놀잠을 폐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책은 본인이 파는 상품을 팔기 위한 미끼상품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알려준 사이트에서 수유 시간표를 받으려고 하니 비싸게 팔고 있았다.

결국 상품을 팔기 위해 그럴싸한 이론을 세운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어지럽고 반복되는 내용은 부족한 필력과 깊이가 없는 이론을 커버하고 책의 두께를 늘려 책값을 더 받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아내가 고작 몇 분만에 만들어낸 시간표




위에서 언급한 '삐뽀삐뽀 119'는 아주 좋은 책이다.

눈에 잘 띄는 곳니 보관해두면 특정 상황이 발생하거나 궁금증이 생겼을 때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육아 백과 사전 역할을 한다.

그러니 흥미가 없는데 꾸역꾸역 다 읽을 필요는 없다.

글을 읽기 싫다면 저자 하정훈 선생님께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시니 그걸 보면 된다.

우리 부부도 많이 배웠다.


참고로 하정훈 선생님께서는 유튜브 채널 수익 창출을 하지 않으신다.

참 대단하신 분이다.


어떤 책과는 비교가 된다.





가장 좋은 책은 육아를 하는 마음가짐을 다루는 서적이라고 생각한다.

아기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는 올바른 마음가짐은 어느 아기에게나 동일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


아이, 특히 아들과의 불화는 부모의 불안에서 출발한다.

아이의 불안은 아이의 몫이다.

아이의 몫의 불안을 부모가 대신 느껴주면 아이는 불안을 느낄 필요성을 기지지 못하게 되며 오히려 부모와의 사이만 나빠질 뿐이다.


목수는 두 번 재서 한 번에 자른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를 목수가 나무를 다루듯 다루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다고 한다.

토양을 가꾸고 물을 주지만 식물이 자라는 것까지 관여하지는 않는다.

식물이 스스로 자라나는 것을 관찰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곤 한다.

식물이 그렇듯 아이도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들만 공급하고 살펴보다보면 각자의 방법으로 훌륭하게 자라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나으면 도를 닦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도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음에서 비롯한 화를 참는 도가 아닌, 내가 아이에게 나의 욕구를 투영시키지 않도록 참는 도여야만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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