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의 전쟁

1달 아기 잠

by 덤보아빠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는 잠과의 전쟁에 돌입한다.

아기를 재우는 것도 힘들고 우리가 자는 것도 힘들다.


처음 2주간은 비교적 쉽다.

우유를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기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는데 할애한다.

애써 재울 필요도 없이 눕히면 자기 때문에 크게 어른이 할 일이 없다.

가장 쉬운 2주가 지나고 깨어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본격적인 어려움이 찾아온다.




아기는 밤낮 없이 깨어나 운다.

놀라서 깨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우유를 달라는 것이다.

갓 태어났을 때는 규칙성 없이 수시로 깨어나지만 점차 횟수도 줄고 규칙적으로 변한다.

밤낮 없이 깬다는 것은 잠을 이어 잘 수 없다는 뜻이다.

꽤나 힘들다.

밤중 수유는 약 4개월에서 1년까지도 한다고 한다.


밤중수유는 우유를 먹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울면 기저귀를 먼저 확인해야한다.

기저귀를 벗기면 차가운 공기가 닿으면서 아기가 놀라서 우는데 이때 잠이 깨버린다.

그러니 먼저 기저귀를 확인한 후 교체가 필요하면 교체를 하고 놀라 우는 아기를 우유로 달랜 다음 재우는 것이 더 쉽다.


우유를 다 먹었다고 끝이 아니다.

트림을 시켜야한다.

트림을 하지 않으면 우유를 마시면서 삼킨 공기 때문에 분수 토를 하거나 배앓이를 하기 쉽다.

또 트림을 하면 속이 편해져서 아기가 더 편하게 잠드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트림을 빨리 안하면 반쯤 졸면서 계속 아기 등을 두드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기는 트림을 시키다보면 토를 하기도 하는데 감사하게도 덤보는 토를 자주하는 아기는 아니었다.

트림을 잘 시켜도 분수 토를 하는 아기도 많다는데 덤보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다시 한 번 우리 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트림을 하면 입을 닦아주고 젖은 턱받이를 갈아준 후 아기 침대에 눕힌다.

바로 잠에 들어주면 감사하지만 보통은 한참을 엉덩이를 두들겨야 잠에 든다.

그 모든 과정을 마쳐야 우리의 임무가 마무리 되는데 만약 아기가 토를 했다면 옷을 벗고 어께를 닦은 후 새 옷을 입어야해서 조금은 더 고생이다.


트림.jpg 트림




한국에서 초음파를 찍었을 때 의사가 우리 아기는 머리 숱이 적고 위가 작은 아기라 수유가 잦겠다고 했다.

두 분 할아버지가 모두 4단계 대머리시니 우리 아들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또 우리 아기는 밤중 수유를 4번 했으니 위가 작다는 말도 틀리지 않았다.

흐릿한 초음파 사진으로 이 모든 것을 파악하신 것을 보니 아주 용한 의사분이셨다.

인도네시아 의사는... 할많하않이다.


어쨌거나 일반적으로 1달 아기는 밤중 수유를 2~3번 정도 한다고 하니 덤보는 조금 잦은 편이었다.

그래도 이론적으로는 자면서 4번만 깨면 된다.

번갈아가며 수유를 한다면 2번 정도만 깨어도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우리는 초반에 직접 수유에 실패를 해 유축기를 사용해서 모유를 먹였다.

그러다 어느순간 부터는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기가 젖을 잘 빨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유축기를 쓰다보니 아기를 먹이는 시간과 유축을 하는 시간 사이에 이격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내는 종종 유축을 하기 위해서 깨야만 했다.


피로함이 점점 쌓이자 나는 아내에게 돌아가면서 하자고 했다.

어짜피 유축된 우유를 먹이니 누가 되었든 한 명만 일어나면 되었다.

아내는 유축도 해야하니 너무 자주 깨어야만 했다.

내가 우유를 조금 더 먹이고 아내는 중간에 유축을 하고 하면 더 편할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덤보가 통잠을 자는 그 시점까지 계속 함께 깨어났다.

원인은 아내였다.

아내는 아기 우는 소리를 듣고도 계속 누워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내만 계속 깨고 나는 한 번 걸러 한 번 깰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도 계속 같이 일어났다.

우리는 밤을 함께 지새우며 전우애를 기르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다.





2주가 지나자 덤보를 재우는 것이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면서는 재우는 것이 주 의제가 될 정도로 빡세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더 가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덤보는 잠이 많은 아기가 아니었다.

다행히 평균보다도 적게 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평균의 가장 하단 수준으로 잤다.


갓 태어난 아기는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낮밤이 바뀌기도 한다.

덤보도 그랬다.

밤과 낮을 확실하게 구분을 지어주는 것이 좋다 하여 낮에는 조금은 더 밝은 환경에서 재웠고 밤에는 암막 커튼을 쳐놓고는 온 가족이 숨을 죽였다.

2주 정도가 지나자 덤보의 밤잠과 낮잠의 경계가 뚜렸해졌다.


하지만 매번 재우는 그 순간은 항상 어려웠고 점점 더 어려워졌다.

우리는 덤보를 재우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어느것도 통하지 않았다.

등센서가 있어 눕기만 하면 울었다.

한참 안고 있다가 눕혀서도 엉덩이를 두들기다가 우리 손이 닳아 없어지겠다 싶을 때쯤 잠들곤 했다.


특히 낮이 끝나고 첫 밤잠을 잘 때가 힘들었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밤잠을 자기 전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덤보는 대성통곡을 했다.

영아산통인지 그냥 기분이 나쁜건지 그렇게 울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수면의식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아내가 생각한 것은 매일 6시 반이 되면 씻기고 우유를 먹인 후 눕히는 것이다.

수면의식이 정착되는데는 약 1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효과도 놀라웠다.


아기는 변화를 싫어한다고 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아기가 그 행위를 받아들이기 더 편해한다고 한다.


굉장히 효과적인 방식이라 우리는 아기가 두 돌이 된 지금도 같은 수면의식을 하고 있다.

이제는 많이 똘똘해져 해가 지면 양치하러 들어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비교적 순순히 따른다.

물론 더 놀고 싶어 양치하러 가기 싫다고 떼를 쓸 때도 많다.


1개월 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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