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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윤 May 09. 2018

어떻게 울면 되나요

네 눈물을 애정해, 그리고   


울음
[명사] 우는 일. 또는 그런 소리.


운다. 눈물을 흘린다. 펑펑 운다. 울부짖다. 슬피 운다. 기뻐서 운다. 소리없이 운다. 서럽게 운다.

어떻게. 왜. 울까.


큰일이에요. 나도 참 답답한데 안 고쳐져서. 픽하면 눈물부터 나와요

 



어떤 이야기는 사람을 울린다. 문자 그대로 눈물 날 만큼 슬픈 이야기도, 비참한 자신이 투영되는 잔혹한 이야기도, 때론 가슴이 따뜻해져서. 우리는 운다. 아, 나는 제외다.


잘 우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뭘 잘했다고 우냐고 묻는다. 생각해보니 딱히 잘한 건 없다. 그렇게 참는 법을 배웠다.



"보면서 펑펑 울었다니까. 너는 안 울었어? 도대체 언제 우냐"


영화를 보고 온 친구. 영화 줄거리를 줄줄이 늘어놓으면서 한 마디 소감을 얹었다. 눈물이 났다고 한다. 그것도 펑펑. 자주 눈물을 흘리는 마음 따뜻한 친구였기에 딱히 대수롭지는 않았다. 함께 영화를 보다 보면 내겐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에서 눈물을 훔치던 일도 종종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저 좋은 영화였구나, 싶었다.


우울하거나 무거운 스토리를 좋아해서일까. 내가 고른 영화를 함께 보는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았다. 나는 마음에 든 이야기를 타인에게 권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거 해봐, 저거 해봐 하며 추천하는 영화, 게임, 노래들. 그중 어떤 것들은 마음을 흔들고 울린다. 누구보다도 자주 그리고 잘 흔들리는 나는 정작 무덤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치열한 삶도 느끼고, 세상은 아름답다는 문구를 이해시켜 줄 이야기들도 내 몸에 열이 오를 정도로 느끼는데. 나는 아직 슬픔을 이해하기엔 부족한가보다.


똑같은 이야기 안에서 나만 가져오는 것이 적은 건가, 문득 불안해졌다.

타인슬픈 사연글썽이며 금방 공감하는 그들을 보며 부러웠다.

공감 없는 머쓱한 입꼬리만 꼼지락.

남을 위해 울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나를 위해서는 울지 않는다. 


봐요 또 이렇게 눈물 나잖아 맨날 이래


많은 눈물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무서워서 눈물이 났단다. 억울해서 울었다. 서러워서, 힘들어서, 미안해서, 고마워서 울었다고 했다. 꼭 고치겠다고 다짐했다지만 그래서 해결될 문제였다면 내 앞에서 울고 있진 않았겠지. 오해에서 비롯된 사소한 다툼. 흔한 이야기다. 문제를 해결할 말보다 먼저 터져버린 눈물때문에 하지 못한 말이 억울해서, 또 운다. 우는 것이 싫어서, 더 운다.


타인의 앞에서 눈물 흘린다는 건 내겐 상상조차 힘든 일이라 위로도 쉽지 않다. 앞서가는 훌쩍이는 소리를 뒤따라 걸으며 토닥일 뿐이다. 그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걸 상기시켜주고, 곧 구겨질 화장지를 건네주는 일, 또 어떤 공감과 위로를 건네야 했을까. 미련한 나는 불안한 강아지처럼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그치기를 기다린다. 솔직한 눈물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직 남은 훌쩍이는 소리가 그칠 때까지 계속되는 어설픈 나의 위로.


흔들리는 눈동자로 마른 눈 밑을 지켜보고 돌아오는 길. 이젠 괜찮다며, 괜찮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눈과 코보다 어깨가 가장 오래 운다는 것을 나는 그 날 알게 됐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공기 빠지는 소리를 내는 문 너머로 우리는 갈라졌다. 솔직한 너를 태우고는 멀리.



가끔 그 날을, 그 눈물을 추억한다. 울먹이던 솔직함. 스스로를 위한 눈물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아름답다. 날 선 타인의 시선보다 오직 자신을 위한 애틋함을 가진다. 많았던 눈물보다 더 많이 웃는 사람. 감추지 않는 모습이 좋았고, 타인에게 비치는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서 좋았다. 진솔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너는 꼭, 너였다.


바보같은 난 아직도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다. 아직도 잘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에게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던 네가 얼핏 떠올랐다. 모든 순간과 감정에 솔직했던 네가, 애정어린 눈물을 벅벅 닦아내던 모습. 단점이라며 언젠간 꼭 바뀌겠다던 네가 흘리던, 그 솔직함을 애정한다. 그리고 질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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