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글을 지웠다. 내게만 보이는, 내게서 자란 마음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어긋난 레코드판처럼 잡음이 탄다. 귀에 닿는 모든 소리. 뱉지도 삼키지도 허락되지 않은 얄팍한 목소리가 거슬린다. 그래, 웅얼거리는 내 탓이다. 갈라지는 목을 풀어내기 위해 몇 번이나 마른기침을 한다. 그것이 나의 안전장치라 믿는다.
소화되지 않은 비곗덩어리가 위액을 견딘다. 가을이라 그렇다. 겨울이라 그럴 테고, 누군가 좋아한다던 푸르게 피어날 봄 여름이라 그렇다. 시선 머물 곳 찾는 여유 없는 바다에 가고 싶다. 떨리는 왼쪽 눈꺼풀이 불쾌하다. 기다림에 길들여진 하루가 머리맡에서 물든다.
취하지 않아서 알코올향이 역하다. 놓친 한 장면에 미련이 닿고 나는 이면이 늘 궁금하다. 뱉은 말은 결국 이뤄지고, 꺾이지 않는 고집을 올려다본다. 주인 없이 떨어진 말이 내 것이라 역정 낸다. 다만 내 것이었으면 한다. 그러지마. 그러지마. 그럼 어디에 집착해야 할까. 숨소리와 새벽의 유영. 한쪽이 고장 난 이어폰 선만 배배 꼬는 밤. 미안해. 오로지 나의 탓. 이해 없는 밤은 길고, 아침은 이리도 쉽게 부딪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