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집
새벽은 전조등 앞에 흐르고
집 앞 작은 사거리에는 밤이면 황색 점멸등이 켜진다. 신호의 의미는 주의와 서행. 한적한 도로에 잠 못 드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과신한다. 무책임한 뒷 번호판 세 대를 보낸다. 나는 몇 발자국 물러나 좌우를 몇 번이나 살피고 나서야, 횡단보도를 서행한다. 언제부터 혼자가 되는지, 언제 다시 색깔을 되찾는지 궁금해본 적은 없다. 그저, 노란불은 규칙적으로 깜빡인다. 불안한 노란불에 불안이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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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불엔 멈추면 되고, 파란 불엔 건너가면 된다. 어릴 때부터 익힌 지극히 단순한 규칙. 노란불은 경고이며, 준비의 시간이라 했다. 밤새 켜진 점멸등은 경고일까 준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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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빨간 불도, 파란 불도 보여주지 않는 네 앞에서 나는 늘 조심스럽다. 습관적으로 친절한 말들이 선을 그은 경고인 듯하면서도, 내게 놓아주는 준비인 것도 같다. 건너야 할 길을 망설이는 건, 혹여나 들떠버린 마음에 시야가 좁아질까 봐. 과신한 새벽에 치여 몇 번을 굴렀던가. 좌우가 늘 위태롭다.
이 밤도 너를 건너지 못하고 아침을 기다린다.
빨간불과 파란불이 내 망설임에 좋은 핑계가 되어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