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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의 영어 발화

13-14개월차에 시작한 영어 말걸기

by 노을의 시간

안다. 이게 얼마나 자극적인 제목인가에 대해. 특히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혹은 예비 엄마들의 입장에서는. 요즘 특히나 더 영어 유치원이 이슈고 ‘4세 고시’, ‘7세 고시’ 란 말도 이젠 낯설지 않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도맡아 가르치는 영어 전담 교사이다. 초등학교는 중,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담임선생님이 한 반의 모든 교과목을 가르치는 시스템이지만 담임선생님의 수고를 덜기 위해 나름 특수한 과목들 영어, 체육, 과학 같은 과목에는 전담 선생님이 존재한다.


영어 전담 교사로 영어를 가르치게 된 지 올해로 11년이 되었다. 초등교사 경력은 14년 차이다. 즉 나의 교직에서 3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전담교사였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꽤나 좋아하고 나 스스로도 영어 공부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내가 결혼을 늦게 하고 22년도 9월에 아기를 출산했다. ‘엄마’와 ‘영어 전담교사’는 내 삶에서 별개의 카테고리였다.


나는 육아가 버겁고 힘들었다. 3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아기를 낳아서일까, 아기를 돌보는 것이 힘들었고 나는 나를 더 돌보고 챙기고 싶은 아직은 철없는 미혼일 때의 모습이 다분히 남아 있었다. 나는 ‘영어 전담’이라는 내 커리어를 놓치고 싶지 않아 육아휴직도 쓰지 않은 채 출산 휴가 후 3개월 만에 복직했다. 차라리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이 보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까지 들어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된 육아를 1년 넘게 한 끝에 우리 아기가 드디어 ‘돌’을 지났고, 나도 ‘돌 끝맘’이 되었다.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긴 걸까. 나는 뒤늦게 육아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일반인 브이로그를 보다가도 일종의 의무감에 육아 유튜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육아 정보도 그다지 찾아보지 않는 게으른 엄마였다) 그날의 콘텐츠는 ‘영어’였나 보다. 아뿔싸. 큰일 났다. 육아 정보에 빠삭한 유튜버가 말하길 ‘돌’ 전에 영어를 습득해야지 아기의 뇌 속에 ‘영어 패치’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맙소사, 그 유튜브를 본 시점은 아기가 13~14개월 무렵이었던 것 같다.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우리 아기 이미 늦었다. 나는 어찌 영어교사라는 엄마가 우리 아기 영어 교육에 이렇게 손 놓고 있었단 말인가. 후회가 몰려왔다. 그날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아직 늦지 않았어! 란 마음으로 나 혼자 저세상 영어 말 걸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영어 전담교사이긴 하지만 이중언어를 쓰는 사람도 아니고, 해외 유학 경험은 단 1일도 없는 한국어가 세상 제일 편한 한국인이다. 그런 내가 그때부터 아기에게 영어로 말을 걸자니 세상 코미디였다. 나 스스로도 문법 다 파괴한 브로큰 잉글리시에 대한 우스움과 낯부끄러움이 계속 따랐다. 다행히도 내 주변인들은 나보다 영어를 더 못했다. 남편은 나보고 영어를 잘한다며 손뼉 쳤고 우리 아빠는 영어를 쓰는 내 모습에 갑자기 영어 공부 뽐뿌가 왔는지 영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아기에게 영어로 good, very good 하며 거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밖에서는 영어를 쓰지 않았다. 내 영어 실력이 그만큼 출중하지도 않았고 유별나 보이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 대답 없는 아기에게 영어를 쓰기 한 두 달이 흘렀을까? 아기가 영어를 알아듣는다.


“Stand up”, “Sit down”등에 맞춰 동작을 하고 “wa wa(water)”하기 시작했다.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서 그때부터 아기의 수용 영어 단어와 문장, 나중에는 발화되는 영어 단어 및 문장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기록을 남겨보면 다음과 같다.(어느 단어부터 아이가 수용하고 또 발화하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서이다.)


<수용 언어(듣고 이해하는 언어)>

1개월 차

· Do you want to go down?


· Do you want to go up on a bed?


· Do you want to sleep?


· Do you want to go to bed?


· Do you want to drink milk?


· Do you want to drink water?


· Stand up


· Sit down


· Rooster, cock-a-doodle-do


· Rabbit


· Hello, Good bye


· Toe



지금은 32개월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하는지 무척 궁금해할 것이다. 지금은 “How's the weather?”에 “sunny.”, “cloudy” 답하고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아기상어를 보면 “How are you today?” 정도 내뱉는 수준이다.


하지만 막상 원어민선생님이 있는 문화센터에 가면 원어민선생님에게 한국어로 조잘거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영어교사로서 실험 연구를 시작했고 우리 아기를 대상으로 한 그 연구의 결론까지 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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