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봇 Sep 13. 2020

튀니지의 튀김만두, 브릭

서촌에서 떠나는 튀니지 여행

당분간 해외여행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방학을 기다리고, 연차를 모아두었다가 여행 갈 비행기표 일정을 알아보던 우리의 일상으로는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비록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은 어렵겠지만, 외국에 있는 다양한 만두를 한국에서도 먹을 기회가 있으니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만두 한 접시로 튀니지 여행을 떠나봅시다. 서촌의 어느 골목에 ‘꾸스꾸스’라고 하는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큼지막한 튀니지 국기가 걸려있는 이곳은 튀니지에서 3년을 거주하고 돌아온 사장님이 운영하고 있는 튀니지 가정식 전문점. 가게 안은 램프, 접시, 낙타 조각상 등 튀니지에서 가져온 소품이 가득해 이국의 가정집에 방문한 기분이 듭니다. 가게 이름처럼 양고기나 닭고기를 올린 푸짐한 꾸스꾸스(couscous, 단백질이 풍부한 좁쌀 모양의 파스타)는 물론이고, 고추와 토마토를 빻아 만든 샐러드인 슬라따Slata, 흰살생선과 토마토로 만든 수프인 쇼르바Shorba까지 맛볼 수 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메뉴는 브릭Brik이라는 것입니다. 브릭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삼각형 모양의 만두이지만 만두피와 만두소 모두 특별합니다. 


우선 피는 페이스트리처럼 얇고 바삭합니다. 묽은 반죽을 팬에 얇게 펴 구워 바삭함이 살아있습니다. 이 얇은 페이스트리를 말수카malsouqa라고 부르는데, 브릭의 재료이기도 하지만 이 자체로도 하나의 빵 같은 요리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것을 꼽자면 중국의 춘권, 아니면 프랑스의 밀푀유millefeuille나 중부 유럽의 스트루델strudel 정도이겠군요. 다양한 식문화의 영향을 받은 중동 지역인 만큼 정확히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바삭한 피 안에는 갖은 양념과 함께 치즈, 감자와 계란이 들어갑니다. 튀니지 현지에서는 참치를 넣는다고도 합니다. 갓 튀겨내었으니 속이 퍽 뜨겁지만 그렇다고 식어서 먹으면 맛이 없기 때문에 적당한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레몬즙을 뿌리면 산미가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상큼함을 더합니다. 맛있는 재료를 모아 넣었으니 그 큼직했던 한 조각이 입안에서 눈 녹듯 사라집니다.


 브릭에 대해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브릭은 전통적으로 튀니지의 결혼식 요리인데, 신부의 어머니가 브릭을 만들어 신랑에게 주면 신랑은 그 안의 반숙 계란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도록 먹어야 신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막상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계란을 줄줄 흘리면 어떡하지? 하고 짓궂은 생각을 해봅니다. 장모님에게 하나만 더 구워달라고 하나? 흘린 노른자까지 핥아먹어버리나? 하기사 어머님께서 진짜로 사위가 싫었다면 반숙이 아니라 아주 날계란을 넣어놓고, 만두피 한쪽에 구멍을 뚫어 흐를 수밖에 없게 만들지 않았겠습니까. 한편 사위가 마음에 들었다면 새로운 브릭을 몇 개라도 더 구워주겠지요. 


 글로만 접한 외국의 풍습이지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니 괜히 피식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이런 재미난 풍습을 여행 가서 실제로 볼 수 있는 날이 언젠간 오겠지요?

작가의 이전글 땀으로 간을 한 만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