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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봇 Sep 20. 2020

우리 만두도 하나 시킬까?

여럿이 나눠먹는 곁들이 메뉴 만두

만두를 사이드 메뉴로 내놓는 식당이 많습니다. 만두로 유명한 중식당이나 이북식 냉면 맛집이라면 만두는 조연이 아닌 또 하나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지 아닌지를, 그 가게에서 만두피부터 만두소까지 모두 만들었는지 여부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많은 식당에서의 만두는 식사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곁들이의 역할을 맡습니다.


 만두를 곁들이로 파는 식당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만두가 여기저기에 잘 어울리는 팔방미인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새빨갛고 매콤한 만두는 입맛 당기는 밥반찬이 되지요. 만두피와 만두소의 비율이 적당히 맞는 만두라면 그 자체로 배를 두둑이 채우는 식사가 됩니다.


 하루는 회사 동료들끼리 설렁탕집에 갔습니다. 흔한 점심시간이었지만 팀장님 중 한 분의 마지막 근무일이어서 뭔가 특별한 걸 먹고 싶기도 했지요. 팀장님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메뉴 선택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점심시간부터 수육이나 보쌈 같은 거한(?) 요리를 먹기는 애매한 상황. 고민 끝에 팀장님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우리 만두도 하나 시킬까요?”였습니다. 설렁탕과 함께 나눠먹는 만두 한 판. 달짝지근한 갈비만두는 담백한 국물과 생각보다 잘 어울렸습니다. 설렁탕에는 없는 단맛을 만두가 톡톡히 챙겨주었지요.


 여럿이서 곁들이 만두 한판을 나누어먹는 모습은 꽤 푸짐하고 훈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애매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기 딱 좋거든요. 한 판을 나누면 모두가 1~2개씩 맛볼 수 있어 부담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모종의 애매함은 역시 개수에 관한 것입니다. 4명의 인원이 8알의 만두를 나누어 먹는 이상적인 상황은 현실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만두 개수가 홀수이던가, 사람 수가 홀수이던가 해서 항상 마지막에 딱 한 개의 만두가 남곤 하죠. 마음씨 좋은 누군가 훈훈하게 만두를 권해주지 않으면 마지막 만두는 그렇게 모두의 눈치만 받다가 그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채 접시에 남아버릴지도 모릅니다.


 ‘더치페이’가 일반적인 오늘날 이 곁들이 만두의 계산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갈비만두 가격은 5,000원, 나눠먹은 사람은 3명. 인당 만두 값은 1,666.666…원. 설렁탕 값과 만두 1/3 값을 합쳐서 인당 9,667원을 계산해달라기도 참 곤란합니다. 이런 1원 단위의 각자내기까지 보편화되는 일상이 언젠가는 올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먹을 땐 참 좋았던 만두였는데 계산할 때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셋이서 나눠 먹은 만두를 둘러싼 숱한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그 고민은 처음 만두를 제안한 팀장님이 “만두는 제가 살게요.”해주시면서 눈 깜짝할 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이날 다짐했습니다. 나도 앞으로 모두가 나눠먹을 수 있도록 곁들이 만두 한판을 사주는 상사가 되어야지, 이왕이면 개수에 대한 부담도 없도록 딱 맞춰 주문하고, 한두 개가 남는다면 먼저 후배들에게 권하는 그런 상사가 되어야지,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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