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나는 자유로운 삶에 목말라 있었다. 철학 시간에 나올 법한 그런 개념은 아니다. 말 그대로 무언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당시를 회상하면 주변의 많은 것들이 속박처럼 느껴졌다. 오랜 세월 해온 공부와 일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그저 남들 보기 좋으라고 고민 없이 살아온 것의 대가였다. 어린 나는 어른들 말을 잘 듣는 꼬마였으니 말이다.
어렸을 때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뭘 하고 싶은지, 뭘 배우고 싶은지, 어떤 모습의 삶을 살고 싶은지 한 번쯤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단지 그때 미처 몰랐을 뿐.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진정 원하는 것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것을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의 방향성이란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면의 소망에 관심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 고등학생 때 깨달아서 대학생 때는 원하는 전공을 배우고, 대학생 때는 뭘 하면서 먹고 살고 싶은지 고민하는 것. 나의 인생은 남이 아닌 내가 살기에 진지한 고민은 '나'를 위해 꼭 필요하다.
난 이 사실을 늦게 알았고, 많은 것들을 의무감처럼 해내고 있었다. 하고 싶었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 남 보기 좋으라고 시도한 일이었고, 뭘 원하는지 그 마음의 목소리조차 잃은 사람이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경험이 부족했다. <나 혼자 산다>에 최근 안소희 씨가 출연했다. 어렸을 적 원더걸스로 활동하느라 평범한 일상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하시는 것을 봤다. 그래서 더 많이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고 있고 연기의 기반을 쌓는다고도 말했다. 그 분의 말이 그렇게 공감이 갔다.
나에게도 가장 부족한 것은 경험이었다. 여행 한 번 제대로 다녀본 적 없었고, 소설책 몇 권을 뭉텅이로 사서 밤새 읽어본 적도 없었다. 친구들과 밤을 새며 술 한 잔 마신 일도 없었고 크리스마스 파티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퍼졌다. 불필요한 것들을 하느라 소중한 것들을 놓친 기분이었다. 한참 나이 든 어른이 이런 일들을 못해 봤다니.
그때부터 나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나는 쫄보였지만 그때부터 용감한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작게나마 여러 일들에 도전했다. 당시까지 쌓아 온 커리어와 전혀 다른 일에 지원했고, 가족들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새로운 분야에 몰두했다.
일상의 습관을 바꾸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들였다. 조금이라도 걷는 것 위주로. 정신도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걸을 때 새로운 노래 하나씩 꺼내 들었다. 방송을 볼 때 나오는 팝송을 네이버 뮤직 찾기로 검색해서 다운받고 걸을 때 스트리밍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최대한 자주 친구들을 만났다. 주로 오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친구 좋다는 게 뭔가,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거지.
그랬더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도 내려놓았다. 지금까진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브런치북도 2달간 구상해서 쓰고 매거진 주소나 제목, 들어갈 글들도 몇 주씩 고민했던 결과였다. 글 한 편 한 편 쓸 때도 힘이 너무 들어갔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저지름이었다. 일단 하고 보자, 일단 쓰고 보자는 마인드가 중요했다. 결과는 그 다음 일이었다. 나는 그걸 배워야 했다.
그건 지금도 배워나가는 중이다. 이제 용기내서 살아갈래, 라는 결심을 한 지 꽤 오래됐다. 그 결심을 계속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