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서 배가 되는 기쁨
<크루즈 패밀리>는 1편이 2013년도에 개봉해 어느덧 8년여가 흐른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이번에 어린이날을 맞아 2편이 <크루즈패밀리: 뉴 에이지>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주인공 ‘이프’는 엠마 스톤, ‘그루그’는 니콜라스 케이지, ‘가이’는 라이언 레이놀즈 등의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맡으며 화제가 되었다.
2편의 시작은 1편의 세계관과 연결된다. ‘텅크’의 애완동물인 ‘더글라스’와 검치 호랑이도 함께 등장한다. 전편에서 익숙한 동굴을 떠나 가이와 새로움을 찾아나선 크루즈 패밀리는 2편에서 더없이 용감한 모습이다. 그들은 더이상 갇힌 동굴이 아니라 세상을 탐험하고,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터전을 찾아 나선다.
2편의 핵심 스토리는 새로운 문명의 등장이다. 크루즈 패밀리는 ‘베터맨’ 가족과 마주치게 되는데, 베터맨 가족과 크루즈 패밀리의 대비가 이루어진다. 전자는 Better Man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문명을 개발한 인간이고 후자는 원시 인류로 묘사된다. 여기서 베터맨 구성원의 이름도 재미있다. 각각 아버지 필, 어머니 호프, 딸 던인데 이중 호프와 이프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베터맨 가족이 개발한 문명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일러스트와 소재로 묘사된다. 그들은 크게 의, 식, 주 모두를 발전시켰다. 먼저 그들은 동물의 가죽옷이 아니라 오늘날 옷과 비슷한 의류를 입고, 슬리퍼와 젬스톤 목걸이 등 옷을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용도만이 아니라 편의와 패션으로 사용한다. 옷을 다 입으면 위생 개념으로서 샤워나 변기 등 화장실 시설도 이용한다. 그리고 식에 있어서 그들은 경작 재배를 한다. 한마디로 다양한 과일들을 농사 짓는다는 뜻이다. 크루즈 패밀리가 처음 베터맨네를 발견한 것도 이 과일들이 줄지어 선 밭을 찾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돼지, 닭 등 가축도 키운다. 끝으로 주생활에 있어 베터맨 가족은 집을 만들었다. 방이 나뉘어져 있고 승강기가 있는 나무집을 만들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함과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챙기게 된 것이다.
여러 가지에 있어 이 프라이버시가 베터맨과 크루즈 패밀리 간의 갈등을 초래한다. 먼저 가이는 어렸을 적 베터맨네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사생활을 중시한다. 특히 그는 이프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둘만의 가정을 꾸리길 원한다. 반면 크루즈 패밀리의 모토는 ‘가족은 뭉쳐야 한다’이다. 특히 아버지 그루그는 가족이 한 팩(pack)으로 다니길 원하며 이프의 독립을 원치 않는다. 전편에서도 그루그가 가이의 새로운 기술들이나 동굴을 벗어난 모험을 두려워했음과 비슷하다.
이렇게 보면 베터맨네가 크루즈 패밀리보다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문명이 반드시 나은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두 가족 모두 장단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먼저 도구 등 기술은 베터맨네가 발전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생존 기술이 낮다. 특히 중간에 가이, 그루그, 필이 ‘펀치 몽키’라는 원숭이 떼에 의해 모두 사라지는데, 이때 호프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반면 크루즈 패밀리의 이프, 어머니 우가, 할머니 그랜 등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가족을 찾아 나선다.
여기서 펀치 몽키의 등장은 작품에 코믹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름 그대로 때리면서 소통하는 원숭이들인데, 이들이 베터맨네 터전을 공격한 이유는 관객들에게 생각할 지점을 주기 때문이다. 바로 인간의 환경 변화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원숭이들이 바나나가 많은 베터맨네를 공격한 듯 보이지만, 필이 산의 물줄기를 자신의 땅으로 틀었기 때문에 원숭이의 생활 공간에 물 공급이 끊겨 바나나가 사라진 것이었다. 이것은 인류가 문명을 형성하기 위해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펀치 몽키로부터 가족들을 구해오기 위해 여자 인물들이 나서는 것도 상징적이다. 현대 영화계의 흐름이기도 한데, 이것과 별개로 보더라도 원시 사회에서는 남자들이 주로 사냥이나 보호를 담당했다. 하지만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에서는 가이, 그루그, 필이 모두 펀치 몽키에게 끌려가고, 이프, 우가, 던, 그랜, 호프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나선다. 그들은 ‘소프트 파워’를 보여준다. 동시에 위 5명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이름을 지어주는데, 이로써 그들은 서로에게 역할과 유대감을 부여한다. 가령 ‘이프’가 ‘불의 심장,’ ‘던’이 ‘노을의 자매’인 것 등이다.
여기서 한 가지 코믹요소이자 반전이 드러나는데, 바로 그랜의 과거이다. 크루즈 패밀리의 최고령자이자 연장자인 그랜은 전편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사위 그루그가 특히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2편에서 제작진은 그랜 또한 왕년에 잘 나가던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별명 또한 ‘왕년의 여왕’이다. 동시에 그랜의 과거가 나오는데, 그녀가 ‘천둥의 자매들’ 소속으로서 힘센 전사였다는 것이다. 1편부터 봐온 관객들이라면 이 부분이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면서 웃긴 포인트는 그랜의 머리가 알고 보니 ‘위가수스’라는 이름의 날개 달린 동물이라는 것이다. 영어로 가발이 wig, 여기에 페가수스가 결합된 이름이라는 것에서 작가의 작명 센스가 엿보인다.
어쨌든 크루즈 패밀리와 베터맨은 힘을 합쳐 펀치 몽키들과 맞서게 되고, 여기서 펀치 몽키 이외에 더 큰 빌런이 나오며 영화에 반전을 준다. 관객 분들이 작품으로 직접 확인하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니 언급하지 않겠다.
영화의 마무리 부분에서도 제작진의 메시지가 나온다. 바로 ‘내일’에 대한 언급이다. 1편에서 가이가 크루즈 패밀리에게 내일의 개념을 가르쳤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2편 후반부에서도 내일의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전편에서 내일이 가이가 꿈꾸는 이상적인 보금자리, 즉 공간의 개념이었다면 2편에서 내일은 ‘함께 하는 사람’과 관련돼 있다. 그간 가이는 환상적인 터전을 꿈꿨지만 펀치 몽키들에 의해 이프와 잠시 떨어져 지내며 내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내일이 장소가 아니라 사람, 이프의 사랑임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2편도 애니메이션답게 훈훈한 마무리를 맺는다. 구체적인 결말은 스포하지 않겠다. 크게만 이야기하자면 베터맨과 크루즈 패밀리는 함께 잘 살아간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해, 가족은 뭉쳐야 해, 처럼 모토가 상충했던 두 가족이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의 문명, 생활력을 나누며 함께 윈윈하는 법을 배운다. 뭉쳐서 배가 되는 기쁨,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