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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May 10. 2021

<더티댄싱-하바나 나이트>

원작의 분위기에 다시 빠지다

1988년 개봉했지만 지금도 뛰어난 로맨스 명작으로 꼽히는 <더티댄싱>. 사랑을 춤으로 승화시키고, 낭만적인 두 댄서의 로맨스를 담아 아직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를 이어 2004년 개봉한 <더티댄싱 - 하바나 나이트>는 일종의 속편으로 제작되었다. 평점은 1편보다 낮지만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더티댄싱- 하바나 나이트>는 원작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원작에서 ‘베이비’와 ‘자니’의 로맨스는 (지금껏 수많은 멜로 작품들이 나왔지만)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로맨스였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비와 자니가 나무 위에서 맘보 스텝을 연습하고, 고양이처럼 서로에게 기어가며 사랑의 댄스를 추는 명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자니가 베이비에게 춤을 가르쳐주고, 베이비가 까르르 웃으면서 춤을 배웠던 장면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다.


한편 <하바나 나이트>의 주인공들은 원작만큼 뜨거운 사랑을 보여주진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하바나 나이트>는 틴에이지 로맨스로 각색되면서 하이틴 로맨스물의 분위기를 특징으로 삼았다. 여기서 주인공은 ‘케이티’와 ‘하비에르’이다. 문학을 좋아하던 조용한 소녀 케이티가 우연히 하비에르의 더티 댄싱을 보면서 무엇보다 열정적인 더티 댄싱에 빠진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조용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더 큰 목표를 이룬다고, 집에서 조용히 공부를 하리라 기대했던 케이티가 부모님께 말도 하지 않고 라틴 댄스 대회에서 하비에르와 뜨거운 춤을 펼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열정과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은 1편과 비슷하다. 1편에서도 호텔에 손님으로 온 베이비가 우연히 더티 댄싱을 보면서 호텔의 댄스 튜터인 자니에게 춤을 배웠다. <하바나 나이트>에서도 케이티가 등굣길에 우연히 하비에르의 라틴 댄스를 보면서 더티 댄싱에 매료된다. 이후 케이티와 하비에르가 점점 가까워지고, 베이비와 자니가 그러했듯 두 사람도 몰래 만나며 춤을 배우고 댄스 파트너로서, 그리고 연인으로서 가까워진다.


특히 인물 관계도 비슷하다. 주인공 두 사람 사이에는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존재했다. 베이비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고 그녀가 자니와 사랑을 나누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이때 베이비가 다른 사람들의 선입견에 반대하며 춤을 사랑하는 자니를 사랑한다고 용기 있게 고백했었다. 케이티도 마찬가지이다. 시대가 흘렀기 때문에 베이비와 자니와는 달랐지만, 부유한 댄서 부모님 출신의 자녀로서 학업을 이어가리라 예상했던 케이티가 낯선 나라에서 레스토랑의 웨이터인 하비에르를 만나는 식이다. 사회적 지위나 선입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춤’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연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반영되었다.


그리고 <하바나 나이트>에서는 부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국적인 라틴의 분위기가 추가되었다. 쿠바라는 공간적 배경, 라틴 댄스라는 설정을 통해 춤의 이미지에 더해지는 열정의 강도를 심화한 것이다. 그래서 <더티댄싱- 하바나 나이트>는 1편보다는 스토리라인이 덜 열정적이지만, 춤이라는 소재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은 못지않게 강하다.


춤과 관련하여 1편과 마찬가지로 <하바나 나이트>에서도 하비에르가 케이티를 코칭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다만 1편에서처럼 맘보나 차차차를 연습하는 특징적인 장면들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특징적 장면들은 없지만 라틴 국가를 배경으로 해 ‘라 로사 네그라’라는 클럽에서 라틴 댄스 파트너로서 춤으로 소통하는 케이티와 하비에르의 모습은 역시 인상적이다.


결말은 전편과 비슷하다. 전편 후반부에서 호텔 공연장에서 베이비가 자니와 댄스 파트너로 무대에 오르고, 베이비가 최종적으로 리프트에 성공했었다. 이번 후반부에서도 케이티와 하비에르가 대회 결선에 올라 뜨거운 라틴 댄스를 펼치는 장면이 펼쳐진다. 다이내믹한 포인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라틴 댄스라는 설정 자체만으로 관객들에게 이국적인 열정을 전달한다.


<더티 댄싱>을 좋아했던 관객 분들이라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순 없지만, 원작이 끊어지지 않고 다시 탄생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쁠 작품, <더티댄싱 - 하바나 나이트>이다. 특히 라틴 댄스로 사랑을 나누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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