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7: 노 타임 투 다이>
십년 가량 ‘제임스 본드’로 살아왔던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에 인사를 했던 작품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의 ‘제임스 본드’를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일 것이다.
해당 작품에는 레아 세이두, 라미 말렉, 아나 디 아르마스 등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이전 영화였던 <007: 스펙터>와 직접적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역시 <노 타임 투 다이>에서도 빌런은 스펙터이다. 그러나 이 빌런은 영화 후반부에서 라미 말렉이 맡은 역할인 ‘사핀’으로 바뀐다. 결국 그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민준국’처럼 이유 있는 최종 빌런이었음이 드러나며 제임스 본드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를 지키기 위해 선택을 하게 된다.
이번 작품은 이전 판들처럼 액션이 화려하거나 하지는 않다. 오히려 제임스 본드와 그의 아내 ‘매들린(레아 세이두 분)’ 의 관계가 중점적으로 나온다. 본드는 평소 미션만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면, 이제 매들린과 딸이라는 지켜야 할 가족들이 생기면서 그는 미션 달성보다도 매들린을 먼저 생각하는 식으로 변화한다. 이런 인물의 변화 때문에 영화의 느낌도 이전과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007 시리즈답게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머니페니, Q, M 등도 여전하다. 벤 위쇼 등 배우도 여전히 등장하지만 M 역은 ‘볼드모트’로 유명한 영국 배우 ‘랄프 파인즈’가 새롭게 맡았다. 또 새로운 인물로는 아나 디 아르마스가 맡은 ‘팔로마’가 될 것이다. 극중 그녀는 3주 교육받았다는 설정인데, 실제 미션에서 본드가 무색할 정도로 화려한 발차기와 날라차기 등 액션을 선보이기 때문에 유머 포인트가 된다. 극중에선 짧게 나왔지만 이후 시리즈에서 더 길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2. <듄>
하반기 최고 기대작인 <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영화화 된 것도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드뇌 빌뇌브 감독의 연출과, 몇천억 단위의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가면서 역대급으로 스케일이 큰 <듄>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드뇌 빌뇌브 감독의 연출 특징처럼, 이번 <듄>은 sf임에도 아주 화려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차분하고 톤 다운된 분위기가 주를 이루며, 액션이나 전투 씬보다도 ‘아트레이데스’와 ‘아라키스’의 배경적 묘사, 그리고 ‘폴’이 아라키스의 프레멘 족의 일부로 흡수되며 예언자로 거듭나는 것의 서사를 묘사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는 파트 2를 위한 서사를 펼쳐주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파트 1 자체만으로도 이전에 어떤 영화들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던 스케일의 연출을 보여준다. 잠자리를 닮은 모양새의 우주 비행선, 아라키스의 사막에 있는 ‘스파이스’ 채집 공장, 그리고 쇠로 이루어진 엄청난 규모의 모래 벌레 등. 또 챠니가 속해 있는 프레멘족의 독특한 사막복 등의 의상이나, 아트레이데스 궁전 안의 인테리어 등 미술 부분도 탁월하다. 특히 ‘레베카 퍼거슨’ 배우가 맡은 예언자 집단인 ‘베네 게세리트’는 영화에서 폴이 예언자적 특징을 갖게 되는 것과 직접 연결되며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the voice’를 쓰면서 상대에게 명령하는 베네 게세리트의 능력은 폴의 정체성 중 하나인데, 이것이 영화 서사의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파트 2에서는 폴이 프레멘 족의 챠니와 연인이 되고, 베네 게세리트를 능가하는 예언자적 능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파트 1은 2를 위해 보아야 할 작품이다.
3. <이터널스>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전 마블 영화와 확연히 다르다. 이전 마블은 엄청난 규모의 액션이 위주였다면, 이터널스는 인물관계 빌딩이 2시간 정도 펼쳐진다. 특히 그들이 어떤 종족인지에 대한 묘사가 많다. 마블이 새로 선보이는 종족인 만큼,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이터널스는 극중 셀레스티얼의 수하이며, 몇천년간 지구에서 살아왔다. 특히 그들의 히스토리를 실제 세계사와 연관지었던 것이 재미있다. 바빌로니아 등 실존했던 고대 문명에서도 이터널스들이 ‘데비안츠’를 물리치려 했다는 설정이 그 예시이다.
그리고 그들은 몇천년간 가치관의 차이로 흩어졌다가, 데비안츠가 다시 지구에서 나타나면서 다시 모이게 되는데, 이들을 한 명씩 모으는 과정이 스토리의 주를 이룬다. 특히 각각의 인물들은 상징하는 바가 있다. 먼저 이카리스는 신념과 동료애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물이다. 그는 세르시를 사랑하면서도, 셀레스티얼의 이머전스를 위해 지구를 포기할 만큼 신념이 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가 반전으로 드러나며 극중에선 빌런으로 나온다. 이후 그의 결말이 인상적인데, 태양을 향해 날아간 이카루스가 생각나게 하는 결말이다.
또한 스프라이트는 영원히 어린아이의 모습인데, 이 또한 관객들에게 생각할 지점을 준다. 특히 극중에 나오듯이 <피터팬>의 비유처럼, 팅커벨은 피터팬을 좋아하지만 웬디처럼 사랑에 빠질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프라이트도 어린 모습 때문에 이카리스를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간 피터팬을 볼 때에는 팅커벨에 대해 쉽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스프라이트와 같은 상황이라면 팅커벨이 가졌을 고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네버랜드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도 전달하며 스프라이트 또한 의미가 있는 캐릭터이다.
이터널스는 앞으로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지, 궁금한 작품이다.
4.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양조위가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이전 중국 무협 영화와 비슷하긴 한데, 동시에 아콰피나 등 유명한 배우들의 등장으로 코믹함과 마블의 특징도 조금 들어간 작품이다. 전반적으로는 샹치의 어머니가 속했던 마을의 부족과 샹치, 그리고 샹치의 아버지이자 텐 링즈를 가진 ‘웬우’의 갈등 관계가 중점이다.
특히 샹치의 어머니 부족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나왔던 시수 등 드래곤 종족과도 비슷하다. 용을 중심으로 용의 수호를 받고, 용의 비늘로 악의 문을 수호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웬우는 악의 문을 열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빌런이지만, 동시에 샹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홀린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안타까움이 있다.
극중 샹치는 웬우의 그늘에 가려 다소 두려움이 많은 인물로 처음 나온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텐 링즈의 힘을 받아들이며, 어머니 부족을 수호하기 위해 아버지에 맞서는 에피소드는, 샹치 스스로의 성장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