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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Jan 22. 2022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인생은 모험이예요"

원제 <We bought a zoo>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벤자민 미'라는 아버지가 두 자녀와 함께 동물원이 있는 부지를 샀고, 그곳을 '다트무어 동물원'으로 만들어 365일 사랑받는 동물원으로 재개장한 실화이다. 이 스토리를 넘어 영화는 가족, 동물, 사랑 등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서 개봉 10년이 지난 지금도 명작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핵심 줄거리는, 제목 그대로 미 가족이 동물원을 사면서 그곳을 재개장하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벤자민 미는 아내 캐서린을 보내고 큰아들 '딜런,' 그리고 작은 딸 '로지'를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딜런도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며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때 그들이 발견한 곳이 오래 전에 기준 미달로 문을 닫은 '다트무어 동물원'이었다. 그래서 벤자민은 멸종 위기 동물들의 우리와 3만 평 정도의 부지가 포함된 대저택을 구매하게 된다. 


이러한 선택은 실화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선택이었다. 일반적으로 동물원이 포함된 집을 사는 것은 큰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자민은 더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동물을 보고 기뻐하는 딸 로지의 모습을 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특히 그가 전직 모험 칼럼니스트였다는 점에서 동물원을 사는 것은 그의 이전 커리어와 매치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화 내내 그는 동물원을 재개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페리스' 씨라는 사람의 허가를 받아야 동물원을 오픈할 수 있기 때문에 그는 낡은 동물원의 대부분을 유지, 보수하며 남아 있던 유산마저 쓰고 만다. 특히 영화 중간에 동물원 직원들 중 '론다'라는 총무가 벤자민의 재정 상태를 문제로 들며 그를 사기꾼이라 폄하하는데, 이처럼 벤자민은 직원들의 신뢰도 잃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내 캐서린이 남긴 유산이 있었고, 8,000만원을 넘는 그 자금을 바탕으로 동물원 허가를 내기 위한 최종 보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특히 벤자민은 론다와 동물원 직원들이 모두 모인 앞에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는데, 이 장면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장면의 초반부에 벤자민은 자금이 없어 동물원을 더 맡기 어렵게 되었다며 포기하는 듯하지만, 분위기가 전환되어 그는 아내가 남긴 자금으로 동물원을 보수할 비용을 모았다고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전이 있었던 장면에서 벤자민 미는 특별한 사람임이 드러난다. 이전에 동물원 부지를 샀던 사람들은 조금 도전해보다 자금이 사라지면 금세 포기해 헐값에 땅을 팔았다. 동물원 직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벤자민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벤자민은 모든 재산을 동물원에 쏟아부어 끝까지 동물들과 직원들을 책임 지기 위해 애쓴다. 이전에 동물원을 거쳐간 사람들과 그의 모습이 대비되며, 다트무어 동물원의 재개장에는 벤자민의 포기 않는 도전이 있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위 장면에서 벤자민이 한 대사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인생은 모험이다" 라는 것. 그는 모험 칼럼니스트로서 폭풍의 눈에도 들어가보고 분쟁 지역도 취재했지만 사실 그것은 관찰자의 시점이었다. 그러나 그가 직접 동물원을 사서 재개장하기 위해 울타리를 보수하고, 낡은 시설을 교체하며, 동물들과 교감해 그들에게 먹이를 주는 법을 배우기까지 거친 과정은, 관찰자가 아니라 실제 모험의 주인공으로서 해낸 일이었다. 즉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낸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느낌을 준다. 특히 벤자민의 이야기에서는 사랑이 중요한 부분이다. 작품의 배경은 동물원이지만, 사실은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영화 후반부에 다트무어 동물원이 성공적으로 재개장한 첫날, 동물원 사육사 '켈리'의 조카인 '릴리'가 켈리에게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이 좋아요, 동물이 좋아요?" 라는 질문이다. 이에 릴리는 자문자답을 하는데,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대화는, 동물도 소중한 존재지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정서적 교류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벤자민은 아내 캐서린을 보낸 상실감에 사람들과의 교류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동물원의 시설 관리인인 로빈, 맥크레이, 에네스토 등을 포함해 사육사인 켈리, 식당에서 일하는 릴리 등과 친밀함을 쌓는다. 벤자민이 늦은 밤 켈리와 테라스 흔들의자에 앉아 나누는 대화 장면이 있다. 그가 캐서린에 대한 추억을 말하는 장면인데, '누군가를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면 (love hard) 그런 사랑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런 사랑은 인생에 한 번뿐(once in a lifetime)' 이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벤자민은 노트북으로 캐서린의 사진을 다시 보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하지만 그가 켈리를 만나면서 점차 변화하는데, 그도 동물원의 주인으로서 그곳의 곰, 솔로몬이라는 사자 등을 무서워하지 않고 먹이를 주는 법을 켈리로부터 배우면서 그녀와 점차 가까워진다. 이렇게 그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마음을 열게 되는데, 이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가 노트북으로 캐서린의 사진을 다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후 영화의 후반부에 그는 아들 딜런과 딸 로지를 데리고 아내를 처음 만났던 카페로 간다. 그곳에서 벤자민은 처음 그가 아내를 만났던 장면을 재현하는데, 영화 초반부에 그가 그 카페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워했던 것과 대비된다. 즉 그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자녀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 "Why not?"은 벤자민의 사랑뿐 아니라 모험을 상징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벤자민이 처음 아내에게 말을 걸었을 때, '왜 당신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처럼 별 볼 일 없는 남자와 이야기를 하나요?' 라고 묻자 아내가 그에게 "why not"이라고 대답했었다. 이 대사는 영화의 초반부에서도 등장한다. 사람들이 벤자민에게 왜 이 쓰러져 가는 동물원을 샀냐고 묻자 그는 "why not"이라고 대답한다. 즉 제작진이 말하고자 하는 모험은 여러 이유를 따지지 않고 그저 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안 될 거 뭐 있어,' 라는 마음가짐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는 일을 하다 보면 그것이 보람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뜻이다. 


마치 벤자민과 자녀들이 함께 동물원을 개장하자, 그곳이 세계 동물원의 모범이 되고 오랜 세월 1년 365일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된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영화의 후반부에서 다트무어 동물원은 깐깐한 기준을 통과해 재개장에 성공하는데, 개장 첫날부터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손님들이 동물원을 찾는다. 오래 전 가족들과 동물원에 갔던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트무어를 재방문했기 때문이다. 한때 벤자민의 물건을 계산했던 마트 직원은 시댁 식구들까지 모두 데리고 10명이 넘는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을 찾기도 한다. 


이처럼 다트무어의 재개장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다. 하루 종일 동물을 관리하며 워라밸 없이 사육사 일을 했던 켈리, 박봉에도 동물원을 떠나지 않은 시설 관리인들, 검수를 통과하기 위해 군말 없이 시설을 보완한 맥크리디, 그리고 익숙한 지역을 떠나기 싫었지만 새로운 곳에 와 적응했던 벤자민의 아들 딜런까지. 그들 모두가 존재했기에 다트무어 동물원은 성공적인 재개장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다른 작품보다 큰 감동을 준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모험을 누군가가 실제로 했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는 것, 사람들과 가족 같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 등의 이야기도 담았다. 이처럼 많은 스토리가 담긴 영화는 지금도 명작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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