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2편 판도라의 물의 길로
무려 13년만에 극장으로 돌아온 <아바타: 물의 길>은 <아바타> 시리즈의 후속편이다. 전체 시리즈는 아바타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5부작으로 편성되었고, 전체 시리즈에 걸쳐 판도라 행성에 사는 숲의 부족, 물의 부족, 그리고 재의 부족 등이 모두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흥행 성적에 따라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를 7부작으로 만들고 싶다고 넌지시 밝혔는데 과연 판도라 행성의 세계관이 얼마나 넓어질지 기대된다.
물의 부족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네이티리와 제이크 설리의 이주이다. 원래 할렐루야 계곡 속 숲의 부족이었던 네이티리와 제이크 설리 가족은 하늘 사람들, 즉 판도라 행성을 침공하는 인간들의 군대를 피해 물의 부족들에게 찾아간다.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된 할렐루야 계곡은 중국 후난성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독특한 자연환경이 판도라 행성의 신비함을 더한다. 설리 가족은 정든 숲을 떠나 새로운 정착지로 가게 되어 처음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그들은 점차 물의 부족의 생활양식과 바다의 광활함에 빠져든다.
물의 순환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물의 부족인 멧케이나 족이 처음 등장한다. 그들의 족장은 '토노와리'이고 그의 부인은 '로날'이다.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로날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두 사람의 딸인 '츠이레야'는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의 둘째 아들 '로아크'와 친해지며 '물의 길'에 대해 가르친다.
멧케이나 족이 생각하는 물의 길은 물의 순환성과 생명을 상징한다.
물의 길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
위의 말을 통해 츠이레야는 설리 가족들에게 물의 영원함에 대해 가르친다. 그리고 설리 가족은 물 속에서 복식 호흡을 통해 숨 쉬는 법을 배운 후 자유롭게 잠수하며 물 속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교감한다.
판도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판도라는 1편에서도 나왔듯이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이다. 1편에서 시고니 위버 배우가 맡은 인물인 그레이스 박사가 판도라의 놀라움을 발견했는데, 판도라의 핵심은 '에이와'이다. 에이와는 판도라 사람들이 믿는 자연의 여신과도 같고, 무엇보다 판도라의 각각의 숲은 에이와의 두뇌와 같으며, 모든 나무 한 줄기가 단일 뇌세포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판도라 행성은 마치 연결된 신경처럼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움직인다. 특히 나비족은 일종의 촉수를 통해 판도라 행성의 자연 생명체들과 연결되는데, 멧케이나 종족의 전사들이 타는 해양 생명체 '스킴윙,' 그리고 일반 멧케이나 사람들이 타는 '일루' 등도 모두 나비족의 머리카락 끝을 통해 교감한다. 이들뿐 아니라 나비족은 멧케이나 종족의 '영혼의 나무'와도 연결될 수 있는데, 여기서 그들은 과거의 기억이나 알지 못했던 진실 등을 발견한다. 극중에서는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양녀인 '키리'가 영혼의 나무와 연결되었고, 엔딩 씬에서 제이크와 네이티리가 영혼의 나무와 연결되어 장자인 ‘네테이얌’에 대한 기억을 되새겼다.
에이와뿐 아니라 이번 <아바타: 물의 길>에서 또 다른 판도라의 상징은 바로 '툴쿤'이다. 그들은 이번 영화에서 자연을 상징하는 핵심적 소재로서 마치 인간 세상의 고래와도 비슷하다. 극중에서 툴쿤은 나비족보다 더 높은 EQ, 즉 공감 능력을 갖고 있고 지능 또한 더 높으며 그들만의 노래, 언어를 가진 생명체로 나온다. 특히 그들은 살생을 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는데 그중 '파야칸'은 살생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벗어나떠돌이가 된 외로운 툴쿤이다. 이 파야칸과 제이크 설리의 둘째 아들 '로아크'는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툴쿤과 멧케이나 종족의 특별한 유대감이다. 그들은 서로를 영혼의 자매와 형제라고 부른다. 툴쿤과 멧케이나는 수화와도 비슷한 그들만의 바디 랭귀지로 소통하는데, 이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가족' 같다. 종의 차이를 넘어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 툴쿤과 멧케이나 족의 관계는 판도라 행성 자체가 거대한 유기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어두운 힘, 그리고 과학자의 양심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무력이 묘사된다. 때때로 인간 생태계를 파괴하는 자연의 어두운 면도 무섭지만,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들은 자주 잊어버리는 듯하다.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판도라의 숲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공격, 그리고 멧케이나 종족의 영혼의 형제자매인 툴쿤을 사냥하는 인간들의 잔악함이 묘사된다.
대표적으로 툴쿤 사냥은 인간의 탐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툴쿤들의 뇌 속 샘에는 '암리타'라고 하는 황금색 특수물질이 있는데, 이것은 인간의 노화를 방지해주는 물질이다. 아주 비싼 값에 팔리기 때문에 사냥꾼들은 툴쿤을 잡아 암리타를 추출하기 위해 잔인한 사냥을 범한다. 이것을 보면 마치 코끼리의 상아가 떠오른다. 코끼리 또한 밀렵꾼들이 상아를 얻기 위해 희생되고, 상아를 얻으면 코끼리는 버려지기 때문이다.
이 툴쿤 사냥의 팀원 중에는 '가빈 박사'라는 해양 생물학자가 등장한다. 그는 소극적인 과학자로서 툴쿤 사냥을 할 때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만,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리타를 추출하고 툴쿤 사냥에 동조한다. 비록 그는 적극적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툴쿤 사냥팀이 '파야칸'에 의해 공격당할 때 가빈 박사는 환호성을 지르며 툴쿤이 인간에게 행하는 복수를 본다.
설리 부부에서 그들의 자식으로
이번 영화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변화는 이제 아바타 시리즈의 이야기의 축이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에게서 그들의 자식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그들의 첫째 아들인 '네테이얌,' 둘째 아들인 '로아크,' 양녀인 '키리,' 그리고 막내딸 '투크'는 토노와리와 로날의 아들인 '아오눙'과 딸 '츠이레야'와 함께 지낸다. 그중 로아크와 츠이레야는 로맨스를 형성해가고, 네테이얌, 로아크, 그리고 아오눙은 처음에 힘을 겨루며 경쟁한다.
그러다 아오눙과 형제들이 로아크를 따돌려 외딴 바다에 홀로 두고 오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때 로아크는 조난될 위기에 처하지만 외로운 툴쿤 '파야칸'의 도움을 받아 그와 형제가 된다. 결국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셈인데, 이때 로아크는 아오눙의 잘못을 감싸며 서로 경쟁 관계를 멈추고 친구가 된다.
한편 네테이얌과 로아크는 형제의 아픔을 보여준다. 네테이얌은 완벽한 첫째 아들, 로아크는 아버지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천방지축 둘째 아들처럼 나오고 로아크는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자신에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 그가 아오눙의 잘못을 토노와리 족장에게 고자질하지 않은 이유도 '실망스러운 자식이 되는 기분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네테이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그는 늘 로아크를 챙겨야 하고, 동생을 잘 돌보지 않으면 만약 로아크가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 해도 제이크의 꾸중을 듣는 것은 네테이얌이다.
영화의 결말에서 네테이얌이 에이와에게 돌아간 것도 결국 네테이얌이 로아크와 키리, 투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뒤에 남아 싸웠기 때문이다. 이후 로아크는 자신의 과거 행실을 반성하고 네테이얌에게 미안함을 느끼는데, 아바타 3편부터 로아크가 철부지의 모습을 벗고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진다.
3편의 떡밥, 키리와 스파이더
한편 아바타 2편은 3편을 위해 열린 결말로 끝난다. 먼저 아직 친아버지가 공개되지 않은 '키리'가 있다. 그녀는 1편에서 희생된 그레이스 박사의 아바타가 낳은 딸로서 아직 키리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내내 키리는 다른 설리 가족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영혼의 나무와 교감하고, 손으로 해양 생명체들을 움직일 수 있으며 자연과 가장 적극적으로 연결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에이와의 목소리를 듣기도 하는 키리가 과연 누구의 자식이고, 어떤 운명을 타고났을지 궁금해진다.
또한 키리와 서로 좋아하는 '스파이더'도 3편의 단서를 던지는 인물이다. 그는 인간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설리 가족과 함께 자라 스스로 나비족이라 생각하는 자아정체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파이더는 결국 이방인이다. 스파이더는 나비족과 친하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만 다른 종 때문에 결국 나비족은 될 수 없는, 영원한 타자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파이더는 1편과 2편에서 인간 군대를 이끄는 빌런 '쿼리치'의 아들인데, 스파이더가 천륜을 저버리지 못하고 영화 후반부에서 쿼리치를 살려 내는 모습은 3편에서도 제이크와 쿼리치의 갈등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아바타: 물의 길>은 1편을 넘어 더 확장된 세계관과 발전된 CG, 그리고 자연에 대해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3편이 기대되고, 후속편들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아바타: 물의 길>은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