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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Jan 03. 2023

[새해 영화] 따뜻한 세상, <굿 샘>

세상에는 대가 없는 나눔도 있다

세상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행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 <굿 샘>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굿 샘>은 2019년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로, 'Dete Meserve'라는 저자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에서는 이 작품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 <노팅힐>의 작가가 합쳐졌다," 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노팅힐>의 작가와는 다르지만 <굿 샘>은 <노팅힐>에서 풍기는 부드러운 로맨스의 느낌을 살짝 갖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 선행이 확산되었던 이야기를 주로 한다.


영화 <굿 샘>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잘 아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영어로는 'Good Samaritan'을 줄여서 'Good Sam'이라고 부른다. 영화의 배경은 뉴욕이다. 뉴욕은 멋진 낭만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범죄가 빈번하고 물가가 높기 때문에 선행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뉴욕에서 누군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람들에게 나눔을 베푸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따뜻한 기적일 것이다.




기자인 케이트의 변화

<굿 샘>에서는 뉴욕에서 벌어진 그 따뜻한 기적을 다룬다. 주인공 '케이트 브래들리'는 '채널 12 뉴스'에서 커다란 사건만 특종으로 쫓아다니며 취재하는 열혈 기자이다. 그녀는 화재 현장, 폭발 현장 등에도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취재하며 단독 보도와 특종을 얻어낸다. 특히 사건을 취재하면서 감이 발달한 기자답게 케이트는 '모든 선행에는 저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케이트도 '굿 샘'을 만나면서 변화한다. 때로는 대가 없이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뉴욕에서 한 사람이 익명으로 10억 달러를 '8'자가 그려진 같은 봉투에 넣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기부라 생각했지만 점차 수혜자가 늘어나고, 10억 달러를 받은 사람들은 금세 4명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없고 CCTV에도 얼굴이 찍히지 않았으며, 수혜자들은 모두 동떨어진 지역에 살고 그중에는 부유한 사람도 있었다. 기부자가 단순히 가까운 거리에 사는 빈곤층을 돕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세간에 알려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이 기부자는 퍼블리시티를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두 명의 남자와 로맨스의 기미

기부자는 금세 굿 샘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케이트는 취재에 나선다. 이 영화는 로맨스가 주가 아니기 때문에 로맨스와 관련된 내용은 매우 적지만, 굿 샘 취재 과정에서 케이트는 두 명의 남자를 만난다. 먼저 첫 번째는 상원의원인 아버지의 정치적 후원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잭 핸슨'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소방관 '에릭 헤이스'이다.


이 에릭 헤이스라는 소방관과 케이트의 첫 만남이 인상적이다. 케이트가 화재 진압 사건을 위험천만하게 취재하다가 에릭이 케이트를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인 케이트답게 케이트와 에릭의 진짜 첫 만남은 취재를 하다가 벌어진다. 케이트는 굿 샘이 기부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던 중 패트릭 헤이스라는 인물에 닿게 되었는데, 그의 동생인 에릭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잭은 성공한 금융인이자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후원자이고 에릭은 왠지 모르게 계속 끌리는 온화함을 갖고 있다.



선의를 악용하는 사람

한편 '굿 샘'의 이야기는 바이럴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사람들은 굿 샘에 영향을 받아 작은 선행을 스스로 베푼다. 세상이 온화해지는 듯할 때 헤지펀드 매니저인 잭이 자신이 굿샘이라고 자발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를 잘 알고 있던 케이트가 단독 보도를 내면서 굿 샘 특종은 대박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케이트가 잭의 거짓말을 알아보기까지 여러 추리의 과정이 나오는데 이것은 영화를 통해 관객 분들께서 직접 보시길 바란다.


결국 잭은 선의를 악용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선한 행동에 영향을 받아 기부를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 선의를 악용해 사칭하고 명성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잭도 마찬가지로 정치에 출마할 목적으로 8번의 기부 중 마지막 4번의 기부만 하는 '카피캣'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잭의 거짓말을 통해 진짜 굿 샘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잘 드러난다. 진짜 굿 샘은 처음 4번의 기부를 실행한 사람인데 그는 잭이 굿 샘이라고 거짓말을 해도 언론에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즉 그는 자신이 선행의 주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굿 샘은 진정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의를 베푼 사람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진짜 굿 샘

관객 분들의 재미를 위해 진짜 굿 샘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수혜자들은 어떻게 뽑힌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겠다. 영화에서 추리의 과정이 꽤 자세히 나오니 재미있게 흐름을 따라가시길 바란다. 다만 굿 샘의 추리 과정은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떠올리게 한다. 열차에 탑승했던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와 관련해서 각자의 스토리와 동기가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짜 굿 샘은 그가 기부한 4명의 사람들과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공통점이 단순히 학교, 협회, 자선단체, 태어난 장소 등 일반적인 인구통계학적 공통점이 아니라 진짜 굿 샘만 아는, 그가 살아오면서 생긴 사람과의 관계라는 점이 반전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 사람이 진짜 굿 샘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선행의 확산

진짜 굿 샘이 사람들에게 기부한 이유에는 별 것이 없다. 그저 굿 샘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을 뿐이고,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돈을 줘야 그들이 빚졌다는 느낌 없이 돈을 편안하게 쓰고 더 나아가 그들도 선행을 할 계기가 되기 때문에 돈을 준 것이다. 끝까지 굿 샘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그가 진짜 굿 샘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누가 기부를 했는지보다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굿 샘 덕분에 삭막한 뉴욕에도 선행은 확산된다. 이러한 익명의 기부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 배후를 궁금해하고 이러한 미스테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이다. 한 사람이 3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그것이 세상에 퍼진다는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처럼 말이다.


케이트의 진짜 변화

그리고 굿 샘을 취재하면서 특종 뉴스만 쫓던 케이트도 변화한다. 그녀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사건들을 찾아 보도했지만, 굿샘의 정체를 알고도 특종을 내보내지 않는다. 특히 그녀가 "더이상 뉴스가 중요하지 않아요," 라고 굿 샘에게 말하는 대사는 상징적이다. 결국 케이트는 굿 샘을 익명으로 처리하고, 더이상 기삿거리에 얽매이지 않고 굿 샘을 통해 그녀도 치유를 받는다. 세상에는 대가 없이 벌어지는 선행도 있다는 것, 폭력적인 일들만 있는 세상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이다.


선행은 계속된다

영화는 굿 샘에게서 그치지 않고 열린 결말로 끝나며 또다른 선행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굿 샘 소식 이후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상징하는 은색 동전을 남겨두고 수많은 대학생 새내기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준 것이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또 어떤 영향력을 불러일으킬지는 나오지 않지만 굿 샘뿐 아니라 선행은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연말연시 나눔에 대한 영화가 보고 싶다면 <굿 샘>은 딱 맞는 영화인 것 같다. 가족 영화로도 무방하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선행에 대해 깊고 자세하게 그린 작품이기 때문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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