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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Feb 19. 2024

<OTT 한국 드라마 결산>

<무빙>부터 <살인자ㅇ난감>까지

1. 무빙


강풀 작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해서 작년에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한국형 판타지 히어로 시리즈 <무빙>은 공개된 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다소 폭력적인 장면들은 있었으나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통해 한국의 드라마를 더욱더 세계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무빙>은 최근 마블이나 DC 코믹스의 히어로 작품들이 예전처럼 성공하지 못하는 요즘 한국형 히어로를 내세우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SF 장르가 성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히어로물은 서양 영화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을 고려할 때 <무빙>의 성공은 가히 고무적이다.


<무빙>은 뛰어난 한국의 연출력도 있지만 결국 스토리의 탄탄함으로 승부를 본 작품이다. <이터널스>나 <토르>, <더마블스> 등 작품들의 연이은 흥행 부진을 고려해 보면 스토리의 유약함이 주된 원인이다. <노매드랜드>의 감독이 맡은 <이터널스>는 히어로물에 맞지 않은 느슨한 전개 속도와 액션의 부재로 시청자들에게서 실망을 샀다. <토르> 또한 산만한 연출과 미약한 스토리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고 <더마블스>도 스위칭 액션과 여성 히어로라는 매력적인 소재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무빙>은 남북한 관계와 안기부 등을 포함하여 한국 사람들이 잘 아는 외교 및 정치 상황, 전직 국가 요원들의 액션, 독특한 십대 히어로와 초능력 등의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남북한 관계를 활용한 것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스토리상 차이점이 되었다.


더 나아가 십대 히어로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는 히어로만 활동하는 서양의 영화들과 다른 점이다. 전직 국가 요원이었으나 일상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장주원, 이미현, 김두식 등의 이야기는 모성애와 부성애라는 키워드를 극에 더하며 한국식 감정을 스토리에 추가하였다. 또한 부모들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 장희수, 김봉석 등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는 회차 전개 방식은 시청자들이 스토리에 지겨워하지 않도록 했다. 부모들의 이야기, 특히 김두식과 이미현의 로맨스는 자칫 히어로물에 부족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요소를 세심하게 녹여내었고 장주원의 이야기는 다소 폭력적이지만  마치 느와르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전직 안기부 요원이었기에 첩보 에이전트 드라마의 느낌도 풍긴다. 이처럼 판타지 히어로물 이상의 장르적 다양성도 <무빙>의 흥행 요인 중 하나이다.


2. 비질란테


<비질란테>도 작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다크 히어로 스릴러물로서 사회 고발적인 성격을 띤다. 남주혁, 유지태, 이준혁, 김소진이 주역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었다. <비질란테>는 <무빙>보다 짧은 8부작으로 전개되었는데 제목인 '자경단'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스스로 정의를 실천하는 다크 히어로의 이야기이다. 또한 분노 사회라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주제를 웹툰으로 그려내어 많은 호응을 받은 웹툰 원작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초반부부터 드라마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개했지만 <무빙>과 달리 뒷심이 부족하고 결말이 다소 허무한 감이 있다. 남주혁 배우가 맡은 '김지용' 캐릭터도 인상적이었고 '유지태' 배우가 증량하여 만들어낸 위압감 있는 '조헌' 캐릭터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마치 <비밀의 숲>의 '서동재'처럼 가벼움을 추가하며 캐릭터 변신을 시도한 이준혁 배우의 연기와 김소진 배우의 강력한 '최미려' 역도 좋았으나 스토리 전개 방식이 후반부로 갈수록 루즈해지면서 평가 또한 갈렸다. 전반적으로 드라마 초반부에 힘이 집중된 드라마였던 듯싶다. 그러나 비질란테 '김지용'이 그간의 처단에도 발각되지 않으면서 경찰대를 수석 졸업할 때 경례를 하지 않은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가 여전히 비질란테로서의 자아를 버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데, 시즌 2가 제작된다면 그의 심리 변화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3. 킬러들의 쇼핑몰

*스포일러 있습니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이라는 키워드에 걸맞는 작품이다. 강지영 작가의 <살인자의 쇼핑몰>이라는 소설 원작 드라마인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재가 매우 독특하다. 전반적으로 작품은 느와르 액션의 느낌이 강하다.


우선 시작부터 삼촌이자 유능한 킬러였던 '정진만'이 죽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조카 '정지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정진만 역을 맡은 이동욱 배우는 과거 회상 형식으로 드라마에 등장한다. 전체 드라마가 하루 이틀 사이의 내용을 8부작으로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삼촌이 킬러들을 대상으로 코드를 부여하고 그들에게 무기를 판매했던 쇼핑몰 운영자이자 갑부였던 사실을 몰랐던 지안은 삼촌이 죽은 후 수많은 킬러들에게 쫓기는데, 이에 맞서 집을 지키고 목숨을 구하는 내용이다.


결국 정진만이 진짜 죽은 것이 맞는지, 정진만은 무슨 일을 해오고 있었는지, 정진만의 가족이자 지안의 부모님과 할머니는 왜 모두 죽었는지, 지안이 누구에게 쫓기는 것인지 모두 극중에서 하나씩 공개되면서 미스터리 추리극으로서의 느낌을 더한다. 그리고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베일'이라는 인물로 귀결되는데 베일과 정진만의 과거 용병 시절 악연이 드러나면서 지안은 비로소 어떤 적을 상대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전반적으로  '킬러들의 쇼핑몰'이라는 소재 자체가 워낙 독특할 뿐만 아니라 킬러 세계에 문외한인 조카 지안이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진만의 동료들과 협업하는 좌충우돌 이야기도 기존 액션 영화들과 다른 점이다. 특히 진만의 과거가 계속 공개되는 것이 시청자들을 락인하는 떡밥이 된다. 스토리상 반전이 거듭될 뿐 아니라 모든 윤곽이 드러나고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에 최종화의 라스트 씬에서도 반전이 드러나면서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소설 원작을 확인해 보신다면 이 반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동욱 배우가 죽은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애초에 공감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민혜 역을 맡은 금해나 배우와 파신 역을 맡은 김민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라서 드라마를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4. 살인자ㅇ난감

*스포일러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로 손석구 배우와 최우식 배우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각각의 배우가 '장난감'과 '이탕' 역할에 매우 잘 맞으며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이번 드라마는 제목부터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살인 장난감'으로 읽는다면 드라마 후반부에서 결국 살인을 하게 되는 형사 장난감이 떠오르고, '살인자 ㅇ 난감'으로 읽는다면 갑자기 살인자가 되어 난감해진 평범한 청년 이탕의 모습도 떠오른다.


<살인자ㅇ난감>은 마치 <비질란테>를 연상시킨다. 한 가지 차이점은 <비질란테>의 김지용은 의도를 가지고 자경단이 되었다면 <살인자ㅇ난감>의 이탕은 우연히 살인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이탕 또한 김지용처럼 의도를 가지고 살인하는 다크 히어로처럼 변화한다. 우연히도 이탕이 죽인 사람들이 모두 사회적으로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탕을 도와주는 '노빈'은 과거 부모님이 살해당한 사건 때문에 법 밖의 다크 히어로를 믿는 인물이고 어떻게 보면 김지용처럼 이탕을 살인 자경단처럼 만드는 주연급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노빈이 자주 하는 대사로서 '이탕의 능력'은 이탕의 극중 캐릭터 설정과 연관되며 극에 아이러니를 더한다. 극중 이탕은 희한한 방식으로 살인의 증거가 자연적으로 인멸되어서 법망에 잡히지 않는다. 비가 온다거나 결정적 증거가 오토바이에게 소매치기를 당하는 식이다.


이처럼 5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음에도 법에 잡히지 않는 이탕, 그리고 그가 독특하게도 범죄를 저질렀으나 죗값을 치르지 않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노빈은 이탕이 나쁜 놈들을 감별하는 능력이 있다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인식한 것이다. '신이 내린 영웅인가, 심판받을 악인인가'라는 드라마 포스터 상의 문구도 이러한 이탕에 대한 노빈의 시선을 담고 있다.


한편 그를 심판받을 악인이라 생각하는 인물이 바로 손석구 배우가 맡은 장난감 형사이다. 이름부터 범상찮은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인물들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가 쫓는 인물은 바로 과거 경찰이었으나 연쇄 살인마로 전향한 '송촌'이다. 이 송촌 또한 이탕과 생각을 같이 하는 인물이다. 그가 하는 대사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다. "세상에 해로운 인간들이 너무 많아, 아무나 붙잡고 죽여도 이로운 거 아니야?"라는 대사는 극중 그의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준다. 마치 <어벤져스> 시리즈의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 무작위로 지구상의 절반을 없앴듯이 송촌 또한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해로움을 믿고 그들을 스스로 벌하기로 결심한 비뚤어진 비질란테인 것이다.


그러나 결국 장난감에 의해 살해당하는 송촌은 자경단으로서 그의 이야기가 허용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드라마는 <비질란테>처럼 여지를 남겨둔다. 노빈이 이탕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살인 혐의를 받고, 결국 이탕을 한 번 풀어주는 장난감의 모습은 마치 잡히지 않은 김지용 같다. 또한 송촌이 과거 열심히 사는 인물이었으나 비리 경찰이었던 이탕 아버지에 의해 망가졌다는 전사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민준국'처럼 이유가 있는 악역 서사를 형성한다. 이처럼 <살인자ㅇ난감>은 제목부터 스토리까지 여러 생각할 거리를 남기면서 철학적인 메세지와 세련된 연출을 결합해 K-드라마의 위상을 알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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