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 - 영웅의 성장
<홈커밍>을 이어 <파 프롬 홈>의 시점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이다. 이전의 앤드류 가필드 버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도 그러했듯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도 매 편마다 빌런이 바뀌는데, 새로 등장한 빌런 '미스테리오' 또한 1편의 '툼즈'를 잇는 새로운 빌런이라고 볼 수 있다.
'미스테리오'는 이유 있는 빌런으로 '제이크 질렌할' 배우가 맡았는데, '쿠엔틴 벡'이라는 가상의 이름과 '미스테리오'라는 히어로 이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극중 미스테리오는 평생 발명한 홀로그래픽 시스템이 토니 스타크에 의해서 외면받자 스타크와 어벤져스에 대항하기 위해 모든 판을 설계한 것으로 나온다. 원래 오리지널 <아이언맨> 시리즈에서도 토니 스타크가 막대한 부와 뛰어난 지능, 그리고 첨단 기술력, 다소 괴팍한 성격 때문에 많은 빌런들을 상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스테리오 또한 어벤져스 팀을 비판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리고 피터가 그에 맞선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부제목이 '홈'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피터가 영웅의 무게에 가까이 가는 것을 상징한다. 그래서 <파 프롬 홈> 또한 의미가 있는 상징적 제목이다. 피터는 MJ와 행복한 연애를 이어가려다 점점 원래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생활에서 멀어지고, 점차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의 일에 가까워지며 영웅의 책임감의 무게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것을 나타내는 제목이 <파 프롬 홈>이다.
특히 시리즈는 계속 피터가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번 영화에서 핵심 중 하나는 피터의 심리이다. 그는 크게 두 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는 아이언맨이 사라진 후 토니에 대한 죄책감이고, 둘째는 토니가 사라진 후 느껴지는 영웅으로서의 부담감이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정이 없는 편으로 나오는 토니가 유일하게 믿은 인물이 있다면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그리고 토니는 피터를 차기 아이언맨이라 생각했다.
특히 토니가 첨단 글라스인 이디스를 피터에게 이디스를 맡겨주며 피터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피터는 더욱 큰 부담감을 느낀다. 동시에 피터가 미스테리오에게 잘못된 믿음을 가지면서 이디스를 넘겨주었기 때문에 피터는 더 큰 후회에 빠진다. 그리고 세 번째로 피터는 네드와 MJ를 지켜야 하고, 그들을 위험에 끌어들였다는 불안감도 느낀다. 이 모든 것은 피터가 새로 극복해야 할 감정들이다.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빌런인 미스테리오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모호하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믿고 싶은 대로 믿기 때문에 미스테리오는 그러한 심리를 악용한 캐릭터이다. 그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엘리멘탈'이라는 가짜 악당을 만든 후, 희생심리를 가진 영웅을 창조한다. 미스테리오가 스스로 희생하는 영상을 띄워 사람들의 환심을 산 후, 실제로는 민간 피해를 신경 쓰지 않고 어벤져스를 꺾는 차기 영웅을 만들려는 의도이다.
동시에 미스테리오라는 캐릭터는 '실재와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표현한다. 중간에 피터가 처음 미스테리오와 공사장에서 싸우는 장면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멀티버스 장면을 잇는 CG가 활용된 블록버스터적인 장면이다. 이때 실재와 허구의 선이 모호한 가상 현실이 가장 전면적으로 나오는 동시에, 피터가 토니에 대해 가진 죄책감, 그리고 미스테리오가 친구들을 해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여기서 피터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며 미스테리오에게 당하는데.
그러나 이를 딛고 피터가 영웅으로 거듭나는 시퀀스를 통해, 1편에 이어 2편에서 피터가 히어로로서 한 단계 성장을 이룬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종적으로 피터가 런던의 타워브릿지에서 미스테리오와 맞서 싸우는 장면이 그것이다. 1편에서 피터가 수트 없이 툼즈를 체포했듯이, 2편에서도 피터는 더이상 보이는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앞서 공사장 전투 시퀀스와 대비되는 장면이다.
미스테리오가 하는 대사 ‘사람들은 내가(벡이) 보도록 의도하는 것을 믿어’라는 것은 그의 심리가 드러난 대사이다. 하지만 피터는 눈을 잠시 감고 감각에 의존해 미스테리오에 맞선다. 이는 남이 보도록 의도하는 것이 오히려 허구일 수 있고, 자신이 믿는 마음의 소리가 실재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피터의 영웅됨을 보여주는 시퀀스이기도 하다.
그래서 피터는 자신의 감각을 믿으며 보이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투명 드론과 가상현실을 찾아내 미스테리오를 이긴다. 정리해 보자면 피터가 표면에 보이는 사실만 가지고 적인 미스테리오를 아군이라 믿어 이디스를 준 시퀀스, 그리고 피터가 공사장에서 미스테리오의 가상현실에 당한 시퀀스 등은 모두 일맥상통한다. 결국 실제와 가짜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 흥미로은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것이다.
후반부에서도 닉 퓨리가 알고 보니 변형 외계인이었다는 사실도 위 시퀀스들과 일맥상통한다. 관객들이 영화 내내 실제 퓨리라 믿었던 사람도 반전이 있었던 것이다. 이는 보이는 것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만들고, 동시에 때로는 보이는 것을 의심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제작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쿠키 영상에서도 사람들이 표면적인 정보를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비판하는 듯한 시퀀스가 나온다.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 피터가 미스테리오를 없애기 전에, 미스테리오가 영상을 짜깁기해 마치 피터가 그를 공격한 것처럼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것을 믿으며 스파이더맨을 빌런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구체적인 사실보다 표면의 정보에 따라 의견을 자주 바꾸는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가짜 정보를 사실처럼 짜깁기하는 것 또한 비판하는 제작진의 의도를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 전반에서 미스테리오는 빌런이었지만 그의 캐릭터 설정을 볼 때 마블도 어느 정도는 어벤져스라는 존재에 대해 다양한 각도를 제시하는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마블 세계관, 특히 <시빌워>의 소코비아 협정에서도 나왔듯이, 어벤져스 팀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토르는 알코올 중독이 되거나 윈터 솔저는 하이드라를 위해 일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고 스파이더맨은 10대라는 점 등을 볼 때 그들 모두 완벽한 히어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스테리오 또한 지나친 영웅 중심의 사회, 때로는 무책임한 부분도 있는 어벤져스의 실수에 대해 대항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마블이 위처럼 어벤져스 캐릭터를 설정한 이유는, 오히려 그들이 인간적인 마음씨를 가지고 세상을 도우며 선의 편에 선 캐릭터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어벤져스 중에는 다수가 초능력자거나 외계인도 있지만, 사람들도 결점이 많듯이 그들도 결점을 팀워크를 통해 극복하고, 히어로 심리가 아니라 사람을 더 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와 상통하는 인물이 바로 피터이다. 1편 <홈커밍>에서 그가 슈트 없이 툼즈 일당을 잡고 최종적으로 아이언맨이 선물한 슈트를 거절했듯이 그는 스스로 어벤져스 팀이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고, 영웅 심리가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움직이는 인물이다. 이와 달리 미스테리오는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홀로그래픽 시스템과 드론을 통해 영웅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만 힘쓰기 때문에, 스파이더맨 및 어벤져스 팀과 다른 빌런의 축에 속한다.
특히 마블 세계관에서 빌런과 선한 역할을 가르는 가장 큰 잣대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희생을 감수하는 마음, 상대가 누구든지 한 사람이라도 더 도우려는 마음, 그리고 피해 규모에 대해 양심의 가책과 책임감을 지려는 태도가 그것이다. 가령 아이언맨이 <엔드게임>에서 희생하고, 스파이더맨 1편과 3편에서 피터가 빌런인 인물들도 구하려고 애쓰며, <시빌 워>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이 민간인 피해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스토리 등이 그것을 보여준다.
어쨌든 이번 영화에서도 피터는 한 단계 성장을 이루며 세 번째 영화에서 또 어떤 성장을 이루게 될지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그가 영웅의 세상으로 더 깊이 들어가며 가지게 될 책임감에 대해 3편에서 다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