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와 스티브 카렐의 특급 호흡, 이토록 재미있는 Almighty라니
브루스 올마이티
올마이티 시리즈는 하나님이 평범한 인간 두 명의 앞에 나타나면서 그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내용이다. 첫 번째 <브루스 올마이티>는 짐 캐리 배우가 맡았고, 두 번째 <에반 올마이티>는 스티브 카렐 배우가 맡았다. 공통적으로 신의 역할은 모건 프리먼 배우가 맡았다.
더 알려진 작품은 <브루스 올마이티>일 것이다. 하나님이 브루스 앞에 나타나 그의 이기적인 행태를 변화시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코미디 영화답게 관객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만한 장면들이 대거 등장한다. 공통적으로 주인공들은 올마이티의 손이 닿으면 독특한 일들을 해내는데.
대표적으로 브루스가 올마이티를 영접한 후 입에서 스푼을 내뿜는 장면이 있다. 원하는 것들이 그의 앞에 딱딱 나타나는 것이다. 소금이나 후추통도 눈 앞에 등장하고, 문도 손을 대지 않아도 열린다. 심지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속담처럼 쓰는 “별도 달도 따다 줄게” 라는 말은 더이상 브루스에게 어려운 말이 아니다.
그뿐 아니다. 브루스의 방송사 라이벌 에반 백스터가 방송에서 헬륨 가스를 마신 듯한 목소리를 내고 방귀를 뀌게 해서 브루스는 앵커 자리를 꿰차기에 이른다.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여기서 나온 에반이 2편의 주인공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브루스는 늘 자신을 앞세우는 캐릭터이다. 자신의 니즈가 가장 우선시되는 인물인 것이다. 그의 약혼녀 그레이스는 프러포즈를 기대했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브루스는 자신의 앵커 승진을 축하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첫째로 브루스가 변하는 계기가 등장한다. 올마이티를 영접한 후 그가 밤을 새가면서 사람들의 기도를 하나하나 다 들어주었더니 마을 폭동, 소행성 충돌, 모두의 복권 당첨 등 여러 에피소드가 생겨난다. 소원의 결과보다도 중요한 것은 브루스가 사람들의 소원을 다 들어주려고 애썼다는 것. 그 소원을 이뤄줌으로써 브루스가 직접 얻는 것은 없지만, 올마이티의 능력을 받은 대가로 사람들에게 그 능력을 환원하기 위해 브루스가 처음 보인 희생일 것이다.
그리고 둘째 그레이스의 희생적 사랑이 브루스를 변화시킨다. 그레이스가 브루스를 떠난 후 브루스는 늦게 그레이스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녀의 기도를 보게 되는데. 늘 그만을 위해 기도했던 그녀를 처음 보는 것이다. 앞서 브루스가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여기서 브루스가 그레이스의 기도를 보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레이스가 기도한 것은 브루스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여러 어려움을 이겨 내면서 정신을 차리길 바라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알고 브루스는 잘난 앵커 자리도 내빼고 폭동 속에서 그녀를 찾는다.
결국엔 브루스는 올마이티가 부여한 능력을 더이상 쓰지 않고 인간의 힘으로 사람들을 돕는다. 차를 밀어주고, 노숙자의 팻말을 바꾸는 등등. 노력한다면 인간의 의지를 통한 기적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래서 브루스는 신의 능력을 다시 위임하고 신께 기도하기에 이른다. 그의 팔찌가 상징인데, 이것은 이제 브루스도 그레이스를 위해 기도한다는 뜻이다. 결국 신이 브루스를 한 번 살려주면서 사랑을 깨닫게 한 것이다.
사랑에는 여러 범주가 있다.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이웃간의 사랑 타인에 대한 사랑도 결국 사랑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귀결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때 진정한 사랑이라 한다.
이제 브루스도 그레이스를 위해 기도하며,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여기서 할 수 있듯이 브루스는 더 이상 자신의 욕구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과 함께 하지 않더라도 그의 행복을 바라는 진정한 사랑에 도달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 소개했던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원하는 기도를 들어 주기 위해서 애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의 형태일 것이다.
여기서 영화는 끝나지 않고 놀라운 반전을 소개하는데, 알고보니 브루스를 살려준 게 그레이스의 피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영화 초반에서 헌혈을 왜 하느냐고 물었던 브루스와 상반되며 수미상관의 소재가 등장한다. 결국 인연은 돌고돌아 상대방에게 선의의 형태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알고보니 팻말 든 남자가 신이었음을 통해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누군가도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가까이, 스쳐 지나간 누군가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남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찾우라는 것이 브루스가 깨달은 핵심이다. 앵커 대신 자신이 잘하는 대로 웃음을 주는 뉴스를 전하는 브루스. 외적인 조건보다 그를 응원해주는 그레이스가 있고, 잘하는 일을 하는 브루스의 모습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공감되는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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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 올마이티
올마이티 후속작에서는 1편에 잠시 등장한 에반이 아나운서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하는 스토리가 이야기의 막을 연다. 그의 공약은 change the world였다. 이번 후속작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차용하였으며 여기서 에반이 노아로 선정된다. 그리고 우연히 그에게도 세 아들이 있었다.
역시 에반 앞에 올마이티가 나타나는데, 그가 방주를 지으라는 모건 프리먼의 첫 번째 시그널은 창세기 6장 14절이었다. 이것은 영어로 하면 Genesis 614인데, 이것이 알람, 자동차 번호판, 비서의 내선번호 등 에반의 주변에 관련된 숫자로서 계속 등장한다.
다음으론 동물들이 계속 에반을 따라온다. 암수 한 쌍씩 각종 종류의 동물들이 나타나고, 처음엔 새부터 나중엔 곰 기린 알파카, 심지어 어항의 물고기도 에반이 앉은 자리를 따라 계속 그를 따라간다.
더군다나 계속 잘라도 길러지는 머리와 수염, 꼭 입어야 하는 성의(robe) 등 코믹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성경 속의 노아처럼 에반이 변화한 것이다. 만약 그가 성의 대신 정장을 입고 밖에 나가면 현관에서는 그도 모르는 사이에 벗겨져 있다. 그때 우편 배달부의 한 마디 , 춥죠? 가 기억에 남는다.
결국 에반은 점점 도인같이 변화한다. 방주를 짓다가 내려오는 에반에게 빛이 비춰서 봤더니 그는 어느새 백발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변화에 처음에 아내 조앤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조앤에게 모건 프리먼이 나타나 하는 말이 있다.
“신에게 가족의 화목을 기도하면, 신은 사랑을 주실까요, 사랑할 기회를 주실까요?”
이말에 감명을 받아 조앤은 에반이 방주를 짓는 것을 가족의 화목을 위한 기회를 얻은 것이라 생각하고 에반과 함께한다.
그렇다면 극중 홍수는 무엇일까. 진짜 비가 내리는 홍수는 아닐 것이다. 극의 빌런은 롱 의원으로서, 그는 건축법 위반으로 국립 공원도 없애고 댐을 지은 인물이다. 결국 그 댐이 무너져서 홍수가 나 뉴욕 시에 에반이 있던 지역은 잠기게 되고, 에반이 지은 방주 덕분에 그는 모든 사람들과 동물들의 목숨을 구한다.
그렇게 에반은 자신이 세상을 구하는 데 기여했음을 알게 되고 가족과 평화를 찾는다. 1편보다 종교적 내용이 강해 평은 갈리는 편인데, 이번 후속작도 올마이티 시리즈로서 만약 신이 인간 앞에 나타나 새로운 삶을 살 기회가 온다면 그에 따라오는 책임감을 무릅쓰고서라도 변화하겠는가, 하는 지점을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두 코미디의 거장인 짐 캐리와 스티브 카렐이 주연을 맡은 영화이니 새로운 코미디를 접하고 싶다면 찾아볼만한 시리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