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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Feb 19. 2024

[아마존 프라임] <내가 예뻐진 그 여름 2>

시즌 2


스토리 리뷰 


벨리의 사랑

시즌 1에서 벨리는 콘래드를 기다리다가 그와의 관계에 확신을 갖지 못해 데뷔탕트 무도회에 제러마이아를 데려가고 그와 몇 번 키스를 나눈다. 그래서 제러마이아는 벨리와 사귀는 사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결국 벨리가 무도회 직후 선택한 파트너는 바로 콘래드였다. 이처럼 사랑에 솔직하지 못했던 콘래드와 벨리, 그리고 어긋난 타이밍 때문에 제러마이아는 상처를 받는다. 여기에 수재나의 일까지 겹치며 벨리의 사랑은 더욱 어렵기만 하다.


콘래드와 벨리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무한대 목걸이이다. 이것은 시즌 1에서 콘래드가 벨리의 생일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어린 시절 벨리가 콘래드에게 무한대의 개념을 처음 배웠던 것에서 착안한 선물은 콘래드와 벨리가 서로를 오래 전부터 아껴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시작과 끝이 없는 무한대는 계속 관계의 트랙을 돌고 돌지만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벨리와 콘래드의 관계를 닮았다.


결국 모두의 정신적 버팀목이었던 수재나가 사라진 후 벨리와 콘래드 또한 서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결국 연을 놓는다. 먼저 시즌 1 여름에 벨리와 콘래드는 잠시 사랑을 확인하지만 제러마이아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헤어지고, 콘래드가 겨울 즈음 벨리를 찾아오며 두 사람의 사랑에는 다시 불이 붙는다. 그러나 콘래드는 프롬 파티에서 벨리의 파트너로 가지만 벨리를 실망시키며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이듬해 수재나의 상실 이후 장례식장에서 둘은 크게 다투고 커플은 다시 헤어진다. 이처럼 헤어지길 반복하는 두 사람과 다시 자신만의 생각 속에 갇힌 콘래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뫼비우스의 띠 같은 주인공들의 사랑의 종착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특히 콘래드는 회피형 성향의 애정을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관계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정면 돌파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한편 벨리는 앞뒤 따지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인물이다. 이러한 성향이 반대되면서 둘이 어떻게 관계의 매듭을 지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벨리와 제러마이아, 콘래드가 그리는 삼각형

커즌스 비치의 수재나와 콘래드, 제러마이아는 서로를 완성시키는 존재였다. 하지만 수재나의 부재 이후에도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즌 2에서 콘래드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 후 갑자기 잠적하고, 그를 찾기 위해 일년 만에 벨리와 제러마이아가 함께 힘을 합친다. 영화에서는 소설보다 더욱 두 사람의 균열과 상처가 강조되었다. 데뷔탕트 무도회 이후 벨리에게 크게 실망한 제러마이아는 콘래드를 찾기 위해 벨리와 다시 균열을 좁혀가는 관계 회복 과정을 겪는다.


이렇게 벨리와 제러마이아는 가까워지지만 콘래드가 잠적한 곳이 바로 커즌스 비치의 여름 주택이었고 주택이 팔릴 위기에 처하면서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다시 진행된다.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결국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라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시즌 1은 하이틴 로맨스의 정석처럼 밝고 설레는 분위기였다면 시즌 2는 인물들의 심리적 상처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더욱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소설 원작자인 제니 한 작가가 <내사모남> 시리즈를 집필할 때에도 하이틴 로맨스라는 소재 위에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서 어머니의 부재를 더했던 것처럼 이번 드라마도 비슷하다. <내가 예뻐졌던 여름>에서도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다르게 작가의 성향이 더해져 이러한 가족과 친구 간의 상처가 자세히 다뤄진다.


먼저 제러마이아와 콘래드는 어머니 수재나의 부재를 힘겹게 소화해 나간다. 이 두 형제는 상처를 직면하는 방식도 다르다. 제러마이아는 늘 밝은 듯 보이지만 사실 콘래드에게 벨리를 양보하면서 괜찮은 척 해야 했던 아픔을 갖고 있다. 수재나는 그런 아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한편 콘래드는 벨리와의 관계에서 서툰 모습을 보이지만, 수재나의 상황을 가장 먼저 알고 있었음에도 장남이라는 이유로 모든 문제를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부담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콘래드는 벨리를 좋아함에도 수재나와 제러마이아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벨리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이러한 스토리를 보면 시청자들은 두 형제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다.


한편 상처를 극복하는 것은 주인공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즌 2는 커즌스 비치의 집을 팔려는 콘래드와 제러마이아의 이모 '줄리아'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그녀는 수재나의 이복동생으로서 가족에게 느낀 소외감을 다루는 캐릭터이다. 항상 집안에 소속되었던 수재나와 달리 줄리아는 이복동생이기에 수재나의 어머니에게 홀대받았고, 수재나와 아버지도 줄리아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며 그녀는 큰 소외감을 느꼈다. 그녀는 이러한 감정적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커즌스 비치의 집을 팔아버리며 과거의 상흔을 치우려 한다. 이러한 그녀의 태도는 콘래드의 회피형 성향과 중첩되면서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을 때 그 상실감은 꽤나 오래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변 인물들의 로맨스

이처럼 드라마는 다소 진지한 주제를 다루지만 여전히 사랑이 작품의 메인 키워드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스티븐과 테일러도 서브 커플로서 로맨스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들은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다루는 커플이다. 둘 사이에는 과거가 있다. 벨리의 오랜 친구인 테일러는 스티븐을 짝사랑해왔고 시즌 1에서 스티븐과 테일러는 우연히 키스를 나눴다. 그러나 당시 셰일라에게 빠져 있던 스티븐은 키스가 실수였다고 말하며 테일러에게 상처를 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히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지만 한 해가 지나 더욱 성숙해진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를 바라보고, 특히 스티븐이 테일러에 대해 새로운 감정을 깨달으면서 둘의 관계도 변화한다.



스토리를 보완하는 사운드트랙


시즌 2의 주된 이야기는 벨리와 제러마이아가 갑자기 사라진 콘래드를 찾기 위해 로드트립을 떠나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한 번 감정을 쏟아낸 후 절친으로서 관계를 회복하지만, 여전히 로드 트립 와중에도 연출상 계속 제러마이아와 콘래드가 오버랩되면서 벨리가 여전히 콘래드를 그리워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독특한 점은 바로 영화의 스토리에 적재적소에 쓰인 음악이다.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에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히트곡들이 포함되어 있다. 시즌 1에서 콘래드를 원하지만 그에게 다가갈 수 없는 벨리의 짝사랑을 표현할 때에는 <1 step forward, 3 steps back>이 쓰였다.


또한 시즌 2에서 벨리가 스티븐의 졸업 파티에 참석했다가 오빠로부터 콘래드, 제러마이아와의 관계를 모두 망쳤다는 소리를 듣는데, 이후 벨리가 혼자 차를 운전하며 망가진 관계를 반추하는 장면에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메가 히트송 <driver’s license>가 쓰였다. 해당 노래는 화자가 사랑했던 이와 운전 면허를 따기로 약속했지만 결국 헤어지고 혼자 면허를 딴 후 차를 운전하며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는 노래이다. 이러한 가사는 드라마에서 콘래드와 헤어지고 제러마이아와도 관계가 틀어지며 과거를 추억하는 벨리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극에 분위기를 더한다.


이후 그녀가 제러마이아와 콘래드를 찾는 로드트립을 떠날 때에는 계속 콘래드와 제러마이아가 오버랩되는 연출 위에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e ja vu>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해당 노래는 헤어진 연인이 새로운 여자를 만나면서 과거 화자에게 해줬던 모든 것들을 다시 해주는 내용이다. 그래서 노래 속 화자는 옛 연인에게 자신과의 추억으로 인해 데자뷔를 느끼고 있는지 되묻는다. 이 노래 또한 드라마 속 벨리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녀는 제러마이아와 함께하지만 정작 콘래드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데자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운드트랙 덕에 드라마는 십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도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들었다. 아마존 프라임의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은 추후 시즌 리뉴얼을 앞두고 있고, 제작 상황에 따라 공개 일정은 미정이다. 그러나 내용이 궁금한 시청자 분들은 아마존 킨들의 전자책을 통해 제니 한 작가의 원작 소설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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