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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ug 17. 2020

인생이라는 배를 비추는 등대, 《줄리 앤 줄리아》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결승선을 끊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담백한 영화 요리》의 세 번째 애피타이저이다. 이전까지 한 명의 식당 주인이 다양한 손님들과 인생사를 나누는 《카모메 식당》과 《심야 식당》을 맛보았다. 이제는 롤모델을 따라서 요리를 배우다 삶을 새로이 살아가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맛보자. 요리가 보여주는 삶의 세 번째 이야기,《줄리 앤 줄리아》.  



 인생에 롤모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본받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밝은 등대가 망망대해 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등대가 비추는 것은 방향 없는 바다가 아닌, 인생이라는 배다. 배의 선장은 불빛을 따라가다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다. 처음에 사람들은 롤모델을 따라가더라도 어느새 그와 다른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걷기 마련이다.


 《줄리 앤 줄리아》의 '줄리 포웰'도 마찬가지였다. 인생이 막막하던 그녀의 삶 속에 세계적인 요리사였던 '줄리아 차일드'가 들어왔다.


 줄리 포웰은 줄리아 차일드와 이름도 비슷하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줄리는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제로였다. 주변 친구들은 성공한 CEO가 되어 값비싼 주얼리와 건물을 사는데 줄리는 그들과 모임을 가질 때마다 늘 비교되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들뿐 아니라 남편 에릭 또한 우울한 아내를 위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상이 말 그대로 'gloomy'하던 줄리에게 기적처럼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줄리 포웰 ㅣ 네이버 영화


 바로 과거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였던 '줄리아 차일드.' 그녀는 줄리와 다른 세기에 살았던 인물이지만 줄리처럼 요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줄리에게도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가 요리였고 그녀는 쿠킹이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줄리아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런 줄리에게 딱 맞는 말. '목표가 사람을 이끈다'는 문구이다. 아무 의지 없이 살아가던 그녀에게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법을 연구하는 것은 새로운 삶의 목표가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롤모델을 선정할 때 자신과 다른 사람을 고른다. 줄리가 줄리아를 롤모델로 삼았을 때에도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실제 둘의 삶은 많이 달랐다. 


 줄리아는 줄리와 달리 자신만을 바라보는 남편과 금슬 좋게 살았고 부족함 없는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줄리는 상담원으로 살며 요리에 대한 꿈을 펼쳐보지 못했지만, 줄리아는 제로베이스에서 요리를 배워 베스트셀러 요리책을 출판했다. 아마 이런 차점이 있기에 줄리가 요리사인 줄리아에게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극 중 줄리아 차일드 ㅣ 네이버 영화


 두 사람의 삶에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었든 줄리는 줄리아의 요리법을 연구하며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524개의 레시피를 365일 동안 다 만들어보겠다는 야심 찬 포부와 함께 줄리는 블로그에 'Julie & Julia Project'를 시작한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목표를 알리면 나중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력하게 되기 마련이다. 줄리도 블로그 구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퇴근 후 남는 시간을 쪼개 성심껏 요리를 연구한다.


 개중에는 어려운 요리들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줄리가 포기하지 않고 재료와 레시피를 연구해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은 생생하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이번 애피타이저에는 다른 요리 영화들보다도 많은 조리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줄리 앤 줄리아》를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특히 줄리가 레시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음식인 오리 요리를 할 때 기겁하면서도 꿋꿋이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흐뭇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Julie & Julia Project' ㅣ 네이버 영화


 영화의 주된 결말은 작품을 찾아볼 관객들의 재미를 위해 남겨두겠다. 줄리는 줄리아를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레시피를 시도하는 것만으로 무언의 에너지를 느낀다. 처음에 줄리는 줄리아처럼 요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시작도 전에 쉽사리 포기했던 자신의 성격을 고치고, 살면서 처음으로 목표를 끝까지 이뤄보겠다며 레시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러한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줄리는 줄리아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만의 삶을 찾았다. 


 줄리아의 레시피를 따라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줄리는 남편과 지인들에게서 응원을 받으며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그러졌던 인간관계도 개선되고 무엇보다 자신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행복을 찾은 줄리와 남편 ㅣ 네이버 영화


 이처럼 누군가가 롤모델을  꿈꿀 때 첫출발은 롤모델이 일군 것을 똑같이 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느새 그 사람은 롤모델의 삶이 아닌 자신만의 특별한 삶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도 줄리 포웰인 것이다.


 달리기 후 초콜릿과 이온음료를 마시듯이 인생에서 힘을 얻고 싶다면, 롤모델의 모습을 꺼내어 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더 멋진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첫출발은 롤모델이 이끌었을지 몰라도 결승선은 자신이 통과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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