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언니가 귀농 생활 후 한 말이다. 제주도 자연 속에서 1년을 지내고 사계절이 변하는 것을 보니 어느새 마음속 힘듦이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는 것. 도심 빌딩 숲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놓치기 쉬운 계절의 변화가 자연 속에서 집을 짓고 살면 놓칠 수가 없다고 했다. 보통 때는 직장, 집, 직장, 집을 반복하느라 봄꽃 향기가 콧구멍 속으로 들어와도 모르는데 제주도 숲 속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창문만 열어도 봄이 온 줄 안다더라. 그 말을 듣고 사계절이 변하는 곳 가장 가까이에서 1년을 지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해졌다. 지금 당장 제주도에 내려갈 순 없으니 먼저 자연 속에서 1년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기로 했다. 그 최적의 영화가 《리틀 포레스트》였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이후로 팬이 된 김태리 배우가 주연이라 영화가 더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4번의 크랭크인과 크랭크업을 하며 자연의 변화를 카메라에 담았다던데, 그래서 보기 전부터 이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넘쳤다. 딱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꼬들꼬들하게 맛있어진 밥처럼 《리틀 포레스트》도 그랬다. 내 기대보다 훨씬 더 맛있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은 남자 친구와도 관계가 소원해지고 취업도 어려워지자 어렸을 적 고향을 찾아간다. 적어도 고향에 가면 쓴소리는 해 줘도 그게 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구 재하(류준열 분)와 은숙(진기주 분)이 있으니까. 영화에서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재하가 혜원을 좋아하고 은숙이 재하를 좋아하는 독특한 관계의 친구들이다. 얼핏 보면 삼각관계 같지만 그마저도 어릴 적부터 봐 온 친구들의 마음이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지고 오히려 영화에서 그러한 소재가 나오는 것이 귀엽기까지 하다.
혜원, 재하, 그리고 은숙은 함께 자연 속에서 지내며 자급자족 라이프를 살아간다.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가꾸겠어!라는 청춘의 패기에서 그들의 자급자족 라이프가 시작하지만 우당탕탕 좌충우돌의 모습을 보인다. 생각보다 농사는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어려운 것이었고 작물들은 마음처럼 쑥쑥 크지 않으며 토마토처럼 비 한 번만 와도 물에 약한 작물들의 한 해 농사는 실패한다. 특히 매일 뙤약볕에서 모자 쓰고 밭을 매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혜원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급자족 라이프가 좋다.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그들의 자급자족 라이프를 보면 힘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주로 드는 느낌은 그들이 멋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준비한다는 것이 말로는 참 간단하면서도 요즘 세상에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되었던가. 음식 한 번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재료가 필요하고 인터넷에서 유명한 블로거의 레시피를 따라 하기에 정신이 없다. 재료를 사기 위해 드는 값이 같은 음식을 사 먹는 것보다 더 많이 드는 경우가 있어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크기도 하다. 한 상차림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음식 해 먹는 것이 귀찮아 결국 종착지는 배달음식인 것이 일상인 것을. 그런데 혜원이 해 먹는 크림 브륄레와 꽃으로 장식한 파스타 등은 혼자 힘으로, 그것도 앞마당 재료로 한 음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있고 맛스러워 보인다.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수많은 음식들이 나오는데 그 장면들 하나하나가 다 명장면이다. 예고편에서도,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도 빠지지 않는 장면들이 그것들이다. 새로운 음식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보는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입맛 다심을 선사한다. 《리틀 포레스트》가 보여주는 자급자족은 음식에 해당되는 말이지만 디지털 기기를 포함해 많은 것들에 의존해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삶 자체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급자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영화 스틸컷(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감독은 실제로 자연을 소중히 여겨 영화를 찍을 때에도 송충이 한 마리를 아파트에서 떨어뜨릴 때 밑에 매트리스를 깔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자연주의 영화인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재미있는 촬영 에피소드들이 많다. 비하인드 소개에서 보았는데 《리틀 포레스트》를 찍을 때 겨울 눈 오는 장면에서 스태프들이 눈을 지키고자 "눈 밟지 마! 눈을 지켜!"라고 외치며 찍었다고 한다. 얼마나 재미있고 따뜻한 비하인드인가. 이러한 여러 일화들에서 알 수 있듯이 《리틀 포레스트》는 만드는 과정도, 영상에서 보이는 스토리들도 모두 편안함을 준다. 말 그대로 '방구석 힐링'이 가능하게 해 주는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로서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15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새로운 시도로 자리 잡았다. 주인공 혜원 역을 맡은 김태리 배우가 이 영화를 통한 시상식에서 말했듯 '한국 영화계의 의미 있는 발전'이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청춘으로서 꿈을 향해 달리다 지칠 때, 또는 그저 이유 없이 자연 속에서 쉬고 싶을 때 보면 좋을 영화이다. 맨발로 땅을 밟아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TV 앞에 앉아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마음도 쉬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