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이다. 그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각본, 각색, 제작을 담당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감독이자 '위셀'이란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았다.
그 외에도 조지 클루니 배우가 메인 캐릭터인 미스터 폭스의 목소리를, 메릴 스트립 배우가 미세스 폭스
역의 목소리를 맡아 화제가 되었다.
작품의 주된 내용은 여우의 자아정체성, 자존감 찾기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임신한 아내와 미스터 폭스가 함께 덫에 갇히는 것이다.
이 두 여우가 덫에서 어떻게 탈출했을까? 그들은 여우의 주특기를 발휘해서 탈출하는데,
영화 후반부에 이에 대한 미스터 폭스의 설명이 나온다.
이후 미스터 폭스는 주변 동물들에게 판타스틱한 여우 아저씨로 보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무리하게 인간 농장 세 군데를 턴다. 각각 사과주, 거위, 그리고 닭을 키우는 곳들이었다.
미스터 폭스도 처음에는 과시용으로 농장을 터는데 이 일에 점점 중독된다.
결국 그는 야생동물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 두 번이나 아내와 가족, 친지,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아버지인 미스터 폭스만큼 자아에 대한 고민이 많은 청소년(?) 여우 아들 '애쉬'도 등장한다.
사촌 '크리스토퍼슨'이 오면서 아들의 혼란도 가중된다. 사촌은 운동을 잘 하고, 전학 온 학교에서
아그네스라는 학생과 바로 연인이 된다. 흔히 말하는 사기 캐릭터인 셈이다.
사촌은 마음만 먹으면 운동도, 연애도, 요가도, 가라테도 모두 잘 하는데
애쉬는 그와 비교당하며 속상함을 느낀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지는 크리스토퍼슨을 애쉬보다 챙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보여지는 애쉬의 태도가 재미있다. 툭하면 침을 뱉고 씩씩대는 애쉬의 모습이 여러 번 나온다.
이외에도 이번 작품은 로알드 달 작가 특유의 유머 코드가 엿보이는 영화이다. 이성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스토리지만, 관객들이 이야기를 찾아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따뜻한 즐거움, 또는 편안함을 얻기 위해서이다.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도 한 편의 베드타임 스토리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
결말은 예상하겠지만 패밀리 영화인 만큼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다만 잘 먹고 잘 살았어요,
라는 해피엔딩과는 다르다. 전혀 예상을 깨는 엔딩이라 끝까지 흥미롭게 보길 바랍니다!
어쨌든 미스터 폭스는 인간들의 농장을 턴 대가로 그들에게 쫓기면서 아끼던 나무 집도 빼앗기고
다시 굴 생활을 시작한다. 굴이 싫어서 나무 집을 어렵게 장만했었는데, 결국 여우들이 제일 잘 하는 것은
굴 파기였다는 아이러니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미스터 폭스는 굴을 파서 동료들을 지키고 인간으로부터 멀어진다.
다만 그 굴이 하수구라는 것이 문제점이다.
그는 여우의 주특기를 계속 발휘하는데, 하수구 밑에서 동료들과 사는 생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미스터 폭스는 자존감을 회복한다.
특히 그 과정은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미스터 폭스는 꾀를 발휘해 인간들의 공격을 물리친다. 그들에게 인질로 잡힌 크리스토퍼슨도
구해오고 인간들로부터 안전한 삶을 산다.
다만 결말을 보면 과연 이 스토리가 끝인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간판을 보면 미스터 폭스의 자축 세레모니가 별로 달갑지만은 않은 듯한
느낌을 준다. 로알드 달 작가 특유의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결말이 아닐까.
이처럼 영화는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연출도 흥미롭다.
사진 같은 영상을 만드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형을 만들고 골판지나 종이, 나무로 배경을 만들어서 미니어쳐를 움직인 듯한 촬영 기법이다.
일반적인 클레이 느낌의 여타 애니메이션과는 여실히 다르다.
그래서 더 독특하고 작품 특유의 개성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정적인 듯한 연출이 독특하다.
개그 코드도 크게 웃기다기보다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유머 등이다.
미묘하게 웃긴 장면들이 많다.
가령 아들이 침을 뱉고 씩씩거리는 장면이라던가,
미스터 폭스와 같이 농장을 턴 주머니 쥐가 중요한 순간에 계속 눈이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작중의 동물들이 하수구에 들어가 사는 동안에 쥐 한 마리가 미스터 폭스와 동료들을 공격한다.
그 쥐는 사과주를 마시려고 평생을 살다가 미스터 폭스에게 당한다.
그러면서 미스터 폭스와 동료들이 엄숙하게 쥐를 하수구 물에 흘려보내는 장면이라던가,
크리스토퍼슨을 구하고 돌아오는 길에 미스터 폭스가 늑대 한 마리를 마주치는 장면,
손을 드는 제스쳐 하나로 여우와 늑대 간에 무언가 교감이 이루어지는 장면 등도 독특한 재미를 준다.
무엇을 의도했던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지만 미묘하게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다.
포털 사이트 평점을 보면 이 유머 코드에 공감하는 관객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마 쥐는 삶의 의미를 잘못 찾은 캐릭터였을 것이다.
늑대는 미스터 폭스가 동경하는 대상이었고, 홀로 얼음 산 속에서 살아가며 품위를 지키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러지 못해서 괜히 농장을 털다가 위험에 빠지며 반성하는 미스터 폭스는 늑대와 사뭇 다르다.
또한 애쉬는 크리스토퍼슨처럼 되진 못하지만 새로운 주특기를 찾는다.
이렇게 동물들이 나름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에서 꼭 구체적인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로알드 달 작품의 실사판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한 작품이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detail.nhn?code=70393
*네이버 영화: 이미지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