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가 있는 밤 Aug 20. 2020

멀티페르소나로 산다는 것,《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자신의 균형점에서 최선을 다해 행복하기

지금까지 사랑을 노래한 세 가지 요리를 통해 'Love of Life'의 깊은 맛을 느꼈다. 그렇게 누군가와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더라. 내가 사랑을 할 수 있었던 건 사랑을 충분히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내리사랑은 '태어나 처음 받아 평생토록 가는 사랑'이다. 어쩌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형태의 사랑일지도 모른다. 그런 사랑을 베풀어주신 부모님은 감사하고 소중한 분들이다. 그래서 부모님을 위해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어머니는 동명의 영화 제목처럼 '수상한 그녀'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이해관계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시기 때문이다. 이번 메인 디쉬에는 어머니로 사는 것을 담았다. 어머니가 더 많은 일을 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보이고 싶어 평소의 출산, 육아 과정을 그린 작품 외에 다른 영화 요리들을 꼽았다.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자신의 꿈과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았다. 



 요즘 방송계에서는 '부캐릭터'가 유행이다. 작년 한 해 트로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휩쓸었던 '유산슬(유재석 분)'부터 올해 여름 음원 차트를 싹쓸이한 '싹쓰리(유재석, 이효리, 비 분)'.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다비 이모(김신영 분)'까지. 그야말로 '멀티 페르소나'의 시기이다.


 방송뿐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도 멀티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아들, 아버지, 사위, 남편, 그리고 직장인. 딸, 어머니, 며느리, 아내, 그리고 직장인처럼. 많은 사람들이 5~6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그 모든 역할을 완벽히 해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에서 '케이트'도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사랑받는 아내, 그리고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으로서 살고 있다. 그녀는 많은 역할에 버거워하지만 자신의 삶을 선택하여 사는 인물이다. 이번 영화 요리는 '엄마, ' '직장인, ' 그리고 '아내'인 한 사람이 인생의 수많은 역할들을 하며 살아가는 과정과 행복을 위한 그녀의 선택을 현실적이면서 유쾌하게 보여준다. 


케이트 ㅣ 네이버 영화

 

 케이트는 유망한 펀드 매니저이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뛰어나며 실력도 출중해 가족과 동료들 모두에게 인정받는다. 그녀는 참신한 펀드 제안서를 기획하고 뉴욕 본사에서 이를 발표하기 위해 큰 프로젝트에 도입한다. 제안을 승인받기 위해 새로 만난 상사 '잭'과 케이트는 한 팀이 되고, 케이트는 집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제안서 작성에 온 힘을 쏟는다. 


 하지만 누구나 하루 동안 가진 시간은 24시간이기에 케이트가 일을 하는 동안 가족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남편인 '리처드'는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들 '벤'과 '에밀리'는 자신들과의 약속을 깨는 엄마의 모습에 실망한다. 동료인 '모모'와 '잭'만이 케이트를 이해한다. 잭은 케이트가 얼마나 실력 있는 사람인지 알기에 프로젝트를 하는 내내 그녀를 격려한다. 모모 또한 사람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케이트에게 힘을 북돋아준다.


왼쪽부터 모모, 케이트, 그리고 잭 ㅣ 네이버 영화


 일하는 과정에서 케이트는 여러 편견을 겪는다. 그녀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엄마'와 '직장인, ' 그리고 가정을 보살피는 '아내'의 역할을 모두 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먼저 케이트의 직장동료들이 있다. 그녀의 능력에 시기를 느끼는 '크리스'는 케이트가 가족과의 약속을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넌지시 비판을 한다. 중요한 업무의 스케줄이 바뀔 때마다 케이트는 늘 가족과 직장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고 동료들의 은근한 질책을 받는다.


왼쪽부터 크리스와 케이트 ㅣ 네이버 영화


 다음으로 케이트의 자녀들과 같은 학교에 있는 다른 학부모들도 케이트의 멀티 페르소나 수행을 어렵게 만든다. 그들은 케이트가 아이들의 학업에 소홀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제쳐두고 일을 하는 모습을 좋게 보지 않아서였을까. 더군다나 케이트의 자녀들도 바쁜 엄마의 모습에 실망하고 만다. 케이트는 아이들이 엄마의 바쁨을 이해해주길 바라지만 어린 마음에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엄마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나 보다.


 마지막으로 모모가 있다. 모모는 케이트의 일을 돕는 사람이기에 그녀를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에 모모도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케이트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모모가 케이트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생기는데, 그것은 모모의 임신이었다. 그녀는 직접 아이를 낳으며 '어머니'라는 역할이 한 사람의 삶에서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다. 


모모와 케이트 ㅣ 네이버 영화


 이처럼 영화 전반적으로 케이트는 멀티 페르소나로 살아가며 여러 현실적인 벽들에 부딪힌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밝게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이 케이트의 잘못이 아님을 넌지시 전달한다. 


 그녀는 늘 최선을 다해 일을 했고 스케줄이 바뀐 것은 그녀의 탓이 아니었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 포장한 케이크를 주려고 뛰어갔으며 매번 자녀들과의 약속을 깨도 다음에는 꼭 지키리라 다짐했다. 모모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유능한 직원인 동시에 아이를 낳는 기쁨도 온전히 느꼈다. 그래서 모모와 케이트는 멀티 페르소나로서 사는 책임과 행복을 모두 가진 사람이다. 


케이트와 가족 ㅣ 네이버 영화


 이러한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영화의 마무리는 감동적이다. 케이트가 직장 상사에게 '지금껏 단 한순간도 회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아이들과 눈사람을 만들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다른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씬이다. 관객들은 케이트가 해고 당하리라 생각하지만 상사는 그녀가 눈사람을 만들고 회의를 연기할 수 있게 기회를 준다. 가족생활과 직장 업무 사이의 완벽한 균형은 아니었지만, 케이트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면서 그만큼 사랑하는 일도 포기하지 않을 기회를 얻는다. 


 한 사람, 특히 어머니의 인생에서 가족생활과 성취는 모두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은 양자택일의 주제가 아니고 무언가를 포기할 문제도 아니다. 한 부분에서 소홀히 한다고 비판받을 일도 아니며 두 부분 간의 완벽한 균형을 찾아야만 성공적인 것 또한 아니다. 이번 영화 요리《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그저 멀티 페르소나로서의 삶이 당연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케이트의 이야기는 솔직한 삶과 고민을 담았다. 모든 사람이 모든 부분에서 완벽할 수는 없는 법. 그 과정에서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삶의 밸런스를 찾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행복을 찾은 케이트와 리처드 ㅣ 네이버 영화




이전 14화 사랑은 미완의 생을 완생으로 만드는 것,《제리맥과이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