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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Sep 07. 2020

손에 기타를 쥐고 리키가 되기까지,《어바웃 리키》

꿈 또는 가족이 아니라, 꿈과 가족을 위하여  

여기《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의 '케이트'처럼 어머니로 살면서 꿈을 찾고 싶었던 한 사람이 있다. 어머니 '린다'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노래하고 싶었던 '리키.'  그녀에겐 가정과 자녀들이 먼저라 꿈은 늘 뒷전이었다. 하지만 꿈은 삶의 원동력이 되고 무한한 기쁨을 주기에 더없이 소중하다. 《어바웃 리키》는 그 꿈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요리를 찬찬히 느끼며 어머니의 잃어버린 꿈에 대해 생각하고 그 소망을 응원해보자.



 어머니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던 적 있는가.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 분명 어머니에게도 벅찬 꿈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바웃 리키》는 그런 어머니의 '잊힌 꿈'에 대한 이야기다. 

                                                                                        

'더 플래쉬'의 리드 보컬 '리키' ㅣ 네이버 영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뮤지션이 되고 싶었고 뼛속부터 음악인이었다. 혈관에 'Rock'n'roll' 스피릿이 넘치는 리키는 음악을 하기 위해 가족들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밴드 '더 플래쉬'의 리드보컬이 되어 음악인으로서 못 이룬 열정을 펼쳐 나간다. 하지만 남편 '피트'와 딸 '줄리, ' 아들 '조시'와 '아담'은 리키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일에 몰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우물을 파듯 끈덕진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머니인 리키에게만큼은 예외였다. 리키가 록밴드를 결성하기 위해 가족의 곁을 잠시 비웠지만 가족들은 그녀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영영 놓아 버렸다고 생각했다. 

                                                                                       

가족의 외면을 겪는 리키 ㅣ 네이버 영화


 가족을 떠나 뮤지션이 된 리키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로 한다. 그녀는 '피트 브러멜'의 부인이자 가족의 엄마인 '린다 브러멜'이 아니라 '리키 렌다조'라는 원래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한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어바웃 리키》이다. '어바웃 린다'도 '어바웃 미시즈 브러멜'도 아닌, 《어바웃 리키》. 


 리키는 영화 내내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남편 피트와 아이들은 종종 그녀를 린다라고 부르지만 '더 플래쉬'의 기타리스트이자 연인 '그렉'은 늘 그녀를 리키라 부른다. 그리고 리키가 가족들의 외면 속에서 다시 뮤지션의 꿈을 접으려 할 때 그렉은 그녀가 리키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그렉과 리키 ㅣ 네이버 영화


 가족들이 리키의 빈자리를 채우고 20년이 지난 후, 첫째 딸 줄리가 파경을 맞는다. 충격에 빠진 딸을 위로하기 위해 리키는 오랜만에 브러멜 가족들을 찾아간다. 리키의 귀환에서부터 나머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것은 아이들과 남편이 '리키'라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줄리는 남편 '맥스'와 이혼 후 한없이 망가졌지만 양어머니 모린도 하지 못한 일을 리키가 해낸다. 딸과 잠깐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줄리가 다시 제대로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것이다. 이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은 줄리가 리키와 함께 미용실을 찾아가 부스스한 머리를 다듬은 것이다. 이때 둘은 말없이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함께 미용실을 간 리키와 줄리 ㅣ 네이버 영화


 남편 피트도 처음에는 리키를 여전히 린다 라 생각하지만, 오랜만에 그녀와 시간을 보내며 전보다 사이가 나아졌음을 느낀다.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리키의 선택이 탐탁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들이 처음으로 리키를 바깥에서 보며, 그녀도 오래 품었던 꿈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품에서 리키가 부르는 노래들은 모두 하나의 상징이다. 꿈과 가족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지만, 리키는 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다. 리키는 브러멜 가족의 앞에서 가끔 노래를 부른다. 'Cold One'이라는 사운드트랙의 가사에는 꿈을 위해 가족을 떠난 슬픔을 무릅써야 했던 리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가족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리키 ㅣ 네이버 영화

                                     

 알게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는 리키의 곁에 그렉이 다가선다. 그는 리키에게 죄책감을 그만 내려놓고 아이들을 만나라는 응원을 쥐어준다. 용기를 얻은 리키는 큰아들 조시의 청첩장을 들고 그의 결혼식장에 찾아간다. 


 조시의 결혼식은 화합의 장면이다. 예식장에서도 리키는 여전히 하객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리키는 용기를 내고 축사를 들며 밴드 공연을 펼친다. 여기서 리키는 말한다. '조시에게 줄 것은 없지만 그에게 내가 가진 전부를 주겠다.' 그래서 리키는 뮤지션으로서 아들에게 노래를 선물한다. 

                                                                           

조시의 결혼식에서 공연을 하는 '더 플래쉬' ㅣ 네이버 영화


 그렇게 리키는 자신의 전부인 노래를 부르고 탐탁지 않아하던 하객들도 함께 조시의 결혼식을 즐긴다. 이 장면에서 리키의 꿈도 언젠가는 응원을 받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어바웃 리키》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어머니가 한 사람으로서의 꿈을 이루고 가족들의 응원을 받기까지,《어바웃 리키》의 응원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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