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아버지를 찾은 여정
《세상에서 가장 담백한 영화 요리》의 15번째 메인 디쉬는 '아버지와 자녀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어머니만큼 자녀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버지는 그들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때론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신다. 이번 요리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에서는 그런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찾고 싶어 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가 먹먹한 감동의 맛으로 펼쳐진다.
몇 해 전 가족을 다룬 소재의 애니메이션 《코코》가 큰 사랑을 받았다. 가족들이 잊힌 증조할아버지를 다시 기억하도록 돕는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코코》에 이어 이번에도 디즈니가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이번 영화 요리에서는 하루 동안 아버지를 찾으려는 자녀들의 모험이 펼쳐진다.
성격도 성향도 반대인 형제 '이안'과 '발리'는 어렸을 적 아버지를 잃었다. 형 발리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생 이안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안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아버지를 떠올릴 매개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 하나가 전부였다.
이러한 이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발리는 매번 철없는 행동으로 동생을 곤란하게 한다. 우스꽝스럽게 칠한 자동차 '귀네비어'를 애마라 부르며 이안의 학교에도 불쑥불쑥 찾아가고, 과거의 판타지 모험 이야기의 광팬으로 살았다. 그러던 중 두 형제 모두에게 변화의 계기가 찾아온다.
어머니가 형제들 모두 16살이 넘은 후 아버지의 유품을 보여준 것이다. 아버지가 남긴 것은 다름 아닌 마법의 지팡이와 보석 '피닉스 젬'이었다. 디즈니가 보여주는 판타지 세계의 지평이 한층 더 넓어졌음이 느껴진다.
아버지의 유품은 발리에 대한 이안의 인식을 바꾸어놓는다. 이후에 작품 속에서 전개되는 여정에서 발리가 믿던 판타지적 세상이 현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긴 덕후 생활의 결과로 발리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데 길잡이도 되어준다.
형제는 피닉스 젬이 달린 지팡이로 아버지를 하루 동안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있는 힘껏 아버지를 불러내려 하지만, 형제는 아버지의 하반신만 소환한다. 다소 충격적인 설정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마저도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성격이 유쾌하고 명랑했던 아버지는 리듬에 맡겨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러한 그의 성품이 춤추는 하반신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안과 발리도 처음에는 얼떨떨해 하지만 탭댄스 스텝을 밟는 아버지를 보며 웃음을 찾는다.
아버지를 찾는 것처럼 간절히 원하는 일이 있을 때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되기 마련이다. 이안과 발리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를 되찾기 위한 여정 자체가 그들에게 인생의 큰 도전이었다. 먼저 내성적인 이안에게 형과 둘이서 모험을 떠나는 것이 큰 일탈이었다. 발리 또한 나이에 걸맞지 않게 판타지 카드에 빠져 살다 처음으로 동생에 대한 책임감을 안는다.
하지만 아버지를 찾는 모험은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아버지를 볼 수 있는 것은 하루 동안이지만 그 대부분의 시간이 아버지를 찾는 데 쓰인다. 그래서 영화의 주제는 형제가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것보다 그를 찾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먼저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발리가 길잡이 역할을 맡는다. 평소 그가 카드놀이를 하며 피닉스 젬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그것이 있는 '만티코어 식당'을 찾아간다.
여기서 자아를 잃어버린 첫 번째 캐릭터가 등장한다. 용맹한 모험을 하며 전설 속의 주인공이 되었던 만티코어는 생계활동이 급해지자 코스프레 식당을 운영한다. 사자, 새, 그리고 전갈의 몸을 가진 그녀였지만 현실과 꿈 사이에서 만티코어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발리 형제가 찾아가도 만티코어는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고 아이들이 '만티코어의 전설'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준비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안과 발리가 피닉스 젬을 찾기 위해 지도를 내밀자 그녀는 자신이 잊고 살던 모험심을 떠올린다. 과거에 두려움 없이 퀘스트에 도전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만티코어는 발리 형제의 조력자가 된다.
두 번째로 자아를 새로 알게 된 캐릭터는 이안이다. 그는 학교에서 큰 존재감이 없었고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찾는 모험 중에 우연히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안은 발리가 책에서 읽은 주문들을 쓰며 위험을 모면하고 모험에 큰 기여를 한다. 《해리포터》에서 주인공이 마법 지팡이로 주문을 쓰듯 이안도 날아오르기 주문, 들기 주문 등을 구사하며 아버지를 향해 한 걸음씩 가까워진다.
세 번째 인물은 이안과 발리의 어머니이다. 가정주부로서 평범하게 두 아들을 키우던 그녀는 형제가 위험에 빠졌을 때 조력자로 나선다. 피닉스 젬을 지키는 저주가 나타나자 그녀는 만티코어의 칼을 들고 'I am a mighty warrior'라고 말하며 저주에 맞서 싸운다.
어머니나 만티코어와 같이 이안과 발리 형제는 조력자의 도움을 받았지만 모험 도중 여러 어려움을 맞닥뜨린다. 성질이 난폭한 요정 떼를 만나 카체이싱을 벌이고 켄타우로스들에게 쫓기기도 한다. 그리고 까마귀 봉우리에서 물 폭포를 만나 쓸려 내려가기도 한다. 큰 위기의 순간에는 이안이 마법을 부려 위험을 모면하지만, 그들이 쫓기지 않고 모험을 완수하는 데에는 발리가 크게 기여했다. 그가 애마 귀네비어를 희생시켜 동생과 자신을 지켰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발리는 이안의 또 다른 '아버지'이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인물이다. 만티코어처럼 잃어버린 자아를 찾거나 이안처럼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안의 아버지 역할을 해 왔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없었던 이안에게 발리는 알게 모르게 지붕이 되어주며 동생을 지켰다. 그는 이안이 두 발 자전거를 뗄 수 있도록 도와줬고 동생이 심심해할 때 베개싸움을 하며 놀아주었다.
발리와 모험을 하며 이안은 아버지를 찾는 여정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에게 아버지를 보는 것은 간절한 소원이었지만, 형과 모험을 하며 자신이 힘들 때마다 형이 든든하게 곁에 있어 주었음을 떠올렸다. 이안은 발리가 퀘스트에 걸리적거리는 존재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형이 없었다면 이안은 모험을 완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여정을 큰 틀로 삼지만, 사실 아우를 아낀 형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비록 아버지가 없었더라도 이안에게는 모든 삶 동안 자신을 받쳐준 형이 있었다. 겉보기에 철없어 보였던 형도 사실은 가장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떠맡고 살아온, 책임감 있는 어른이었다.
결국 이안은 아버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자신에게 아버지가 되어 주었던 발리에게 기회를 양보한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자녀, 자녀를 사랑했던 아버지의 만남. 그 과정에서 찾은 또 다른 아버지.
살면서 누군가가 다른 이의 존재를 대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때로 겉모습만으론 판단할 수 없는 무게를 이고 살기 마련이다. 이안은 간절히 찾았던 사람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다른 이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앞으로 이안은 그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